훈연은 근언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 휴대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치 추적기가 숨어 있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오싹한 일이었으므로 근언의 말을 완전히 헛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간요의 휴대폰을 빌려 급히 공안쪽에 연락을 하니, 공안 쪽에서도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현직 3급경독의 휴대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위치 추적기가 달려 있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이틀간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에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보근언'이라는 이름을 듣고 난 뒤, 경감의 말투 자체가 달라졌다. 매일 8시간마다 사건에 대한 간단 보고를 하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이렇게 쉽게 허가가 날 줄은 몰랐기에 훈연은 어리둥절했다. 전화를 마치고 나서 간요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나니 어느새 근언은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간요, 보 선생님은?"
"방에 들어가셨어."
".... 어느 방? 물어볼 게 많은데 바쁘시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훈연을 바라보며 간요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훈연을 저 괴짜 양반과 같은 공간에 놓아두어도 되는 걸까. 간요는 조심스레 제 휴대폰을 훈연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훈연-
깜빡 선잠이 들었나, 훈연은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켰다. 소파는 푹신했지만 잠들기에 그닥 좋은 공간은 아니었다. 집주인인 근언이 그렇게 사라져버린 뒤, 안절부절못하는 간요를 우선 집으로 돌려보내놓고 나서 훈연은 거실에 얌전히 앉아 고민에 빠졌다. 근언이 내놓은 짤막한 단어들은 훈연이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연결고리가 없었으므로, 휴대폰에 언제 위치 추적기가 들어갔을까를 고민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훈연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간요의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들자,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인의 상태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는 모양이죠."
"보 선생님?"
훈연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근언이 얼굴을 찌뿌리고 있었다.
"사실 당신의 무신경함은 한심할 정도입니다. 아무런 보안도 되어 있지 않은 지인의 휴대폰으로 당신의 상태를 그렇게 넙죽 갖다 바칠 줄은."
"위험한... 겁니까? 간요의 휴대폰에도 뭔가가..."
"공안 3급경독 휴대폰에 위치 추적기를 심을 정도의 능력자인데, 도청이든 뭐든 잘 하겠죠. 이래서야.... 경독 일은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근언의 말을 듣고 나서야 훈연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언은 말을 마치곤 곧 부엌으로 향했다. 훈연도 다급히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다.
"저, 보 선생님..."
"뭡니까"
"감사의 의미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근언이 훈연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고 검은 눈이 깊고 순했다. 근언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 리트리버 같은 인간이 대체 어떻게 공안이 된 거야? 근언은 냉장고를 열었다. 싱싱한 광어가 한 마리 있었다. 훈연의 시선이 냉장고 안으로 꽂히는 것을 느끼며, 근언이 말했다.
"그럼 한 번 해 보시던가요."
근언은 진심을 다해 만족했다. 훈연의 요리솜씨는 훌륭했다. 눈을 반짝이는 훈연을 바라보며 근언은 자신이 만족한 만큼의 값을 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에 휩싸여 입을 열었다.
"애초에 공안 경독이면 휴대폰으로 어느 정도의 업무상 비밀도 공유하게 되잖습니까. 그러니 손에서 함부로 떼어놓지 않을 테고, 공안에서 내려준 물건이겠죠. 그러면 살 때 미리 넣어 놓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휴대폰을 손에서 떨어뜨릴 때는 씻거나 잘 때일텐데, 씻는 건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잘 때 추적기를 심었겠군요."
훈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게 아니면 댁 바로 옆에 있는 친구가 스토커일지도 모르고요."
빈 접시 위로 숟가락을 올리면서 근언은 시큰둥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상황은 대비하지 못했으니 뭐든 시도하려 들 겁니다. 참 같잖은 일이죠."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근언이 훈연의 손을 급히 붙들어 부엌 안쪽으로 들어갔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훈연은 근언과 함께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곧, 큰 폭발소리와 함께 집이 한 번 휘청였다. 유리 파편이 날아가는 소리가 선명했다. 훈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근언은 등지고 선 거실쪽에서 연속적인 파음이 들리는 것에 짜증스레 혀를 찼다.
"이 쯤 되면 스토커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로군요."
"...."
훈연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신없이 근언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별로 달라붙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요."
"아..."
훈연이 당황해서 잡은 옷을 놓았다. 폭발의 여파인지 여전히 집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폭발 자체는 끝났는지 부서지는 소리는 끝이났다. 근언은 훈연이 창백한 얼굴로 손을 꽉 말아쥐는 것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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