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궁 6

07 アネモネ (아네모네 ) アネモネ

눈을 떴다. 차갑고 황량한 검의 대지가 자신을 또다시 얼어붙게 만들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싶었지만 뚜렷해진 손 끝에 닿는 낯선 감각에 묘한 기분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눈이 무겁지 않았고, 쇠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안도감의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떴다. 하늘이 보인다. 아, 까맣구나. ..

12 白い狂氣 (하얀 광기) 白い狂気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가려니 동료 중 하나가 나를 붙잡는다. 딱히 동료라고까지 할 만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오늘 주방장이 아는 웨이터 둘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나가려는 나를 보고 그냥 부른 거였을 것이다. 비척비척 다가가자, 불쑥 무엇인가 눈앞에 들이밀어..

22 白晝夢 (백일몽) Dream's a dream

- 돌아간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냉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닐 텐데. 내가 웃는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 나는 이 아이를 지울 거다. 뱃속에서 스스로 살아 있다고 꿈틀댄다. 이제 어느 정도 형체가 잡혔을 이 생명을, 내 손으로 탯..

25 花には毒を (꽃에는 독을) けもの道

- 너의 아이를 가졌다. 그가 조금은 동요했으면 한다. 당황해주었으면 한다. 무어라고 물어봐 주었으면 한다. 그런 비겁한 마음으로, 묻고 있다. - 7개월… - 어쩌라는 거지.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저 목소리는, 여태껏 내가 들었던 그의 목소리와 너무나 대조되게 냉정한 목소리라, 차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