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간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냉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닐 텐데. 내가 웃는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 나는 이 아이를 지울 거다.
뱃속에서 스스로 살아 있다고 꿈틀댄다. 이제 어느 정도 형체가 잡혔을 이 생명을, 내 손으로 탯줄을 잡아 끊어버린다. 그리고 그 탯줄에 목을 메는 건 나 자신. 결국엔 오롯이 나만 사라질 파멸.
- 좌(座)로 돌아가겠다.
- …
- 그리고 이 아이와, 너에 대한 기억도 같이 지워버릴 거다. 아이와 관련되지 않은 이상, 영웅왕 너라도 할 말은 없겠지.
- 그래서, 할 말은 무엇이지.
- 아아.
웃음이 비죽이 튀어나왔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굳이 묻는 이유는 또 뭘까.
- 네가 과거에 말했던 대로, 내 심장을 네 검으로 꿰뚫어라. 영웅왕.
마지막은 너의 손으로. 그리고 나는 돌아간다. 내 심장과 내 기억을 모두 너에게 바치고, 나는 돌아간다.
- 관대한 왕이여, 거짓된 말로써 너를 현혹하던 자의 죽음은 그대의 손으로 맞이하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과거, 나에게 잔인하게 내뱉었던 너의 말처럼.
- 그것이 내가, 너에게 바라는 마지막 소원이다.
- 할 성싶으냐.
- 어째서? 네가 그토록 싫어했던 페이커다. 그리고, 거짓된 생명이다. 뱃속의 아이는 마력체. 생명덩어리라는 생각을 버려라.
- …
- 네 아이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더러운 씨앗이다. 같이 없애버려라.
네가 나를 죽여야만, 나는 마지막 눈을 감고 이 모든 기억을, 미련없이, 지워버릴 수 있다.
그것은 너무나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면 태어날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현실이 얼마나 잔인할 지 알 수 없어서.
도망가는 거다.
어리석게 이상을 꾀하다가 죽은 몸뚱아리는
또다른 이상을 꾀하다가 또다시 죽음을 맞았습니다.
아니,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가 꿈꾼 이상은 모두 백일몽이었을 뿐입니다.
'플래닛-fate관련 > -[fate]애절함 30제(금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遺書 (유서) 遺書。 (0) | 2007.07.28 |
---|---|
12 白い狂氣 (하얀 광기) 白い狂気 (0) | 2007.07.14 |
25 花には毒を (꽃에는 독을) けもの道 (0) | 2007.07.13 |
29 バラの種 (장미의 씨앗) Rose Letter (0) | 2007.07.12 |
01 雨 (비) Raining (0) | 200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