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te/Grand Order 2차 창작
시작은, 메데이아다.
그녀는 여러 가지 약물을 조제하는 데 능숙했다. 또한 다른 이들의 요청을 정상적으로 잘 받아주는 마녀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라이더-메두사가 그녀에게 부탁했다. 어려지는 약을 만들어 달라고. 아마 스테노나 에우리알레가 시킨 부탁이었겠으나, 메두사는 대신 메데이아에게 그녀가 필요한 만큼의 스카라베를 가져다 주었으므로 그녀는 그 부탁의 시작이 어디인지 알아내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다만, 그녀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메데이아의 방은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었으나 결계가 통하지 않는 단 한 사람, 칼데아의 마스터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마스터는 메데이아가 바쁜 것을 보고 공방을 두리번거렸고, 시약이 떨어지는 유리잔이 신기했는지 톡톡 몇 번 두드려 보았다. 그러다가 메데이아가 ‘그거 건드리지 마요’ 라고 하는 바람에 놀라 뒤돌아보았고, 그리하여 그녀는 병 속에 담긴 색이 바뀐 것을 메데이아에게 말할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완성된 약을 메두사에게 전해주던 것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그녀는 갑작스레 저를 호출하는 마스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나가던 공명을 불렀고, 다른 서번트보다 믿을만한 모습에 약을 대신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공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약물을 조심히 받아들었다. 그는 그 일이 제게 무슨 영향을 끼칠지 알지 못했다.
약을 들고가던 공명을 발견한 것은 에우리알레였다. 그녀는 약물의 냄새를 맡더니 곧 꽃처럼 아리땁게 웃었다. ‘어머, 내 동생이 메데이아에게 요청한 것이야. 내가 받아가도록 하지.’ 공명은 고개를 저었다. ‘메두사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받아서 말이지.’ 그 말에 여신이 살풋 얼굴을 찌뿌렸다. ‘고지식한 남자는 싫어해.’
그리고 에우리알레의 등 뒤로 아스테리오스가 섰다. ‘에,우리알,레?’ 에우리알레는 그 때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신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지식한 남자에겐 벌을 줘야지. 그렇지, 아스테리오스?’
한순간이었다. 에우리알레는 여신의 미소로 잠시 공명의 몸을 묶었고, 아스테리오스는 에우리알레가 시킨 대로 공명이 든 약을 빼앗아 그에게 쏟았다. 공명이 여신의 매혹에서 벗어났을 땐 이미 몸이 약에 잔뜩 젖은 채였다. ‘이게 무슨 짓--’ 공명이 잔뜩 화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에우리알레는 그 깐깐한 꼰대같은 남자가 얼마나 귀여운 어린이로 바뀔지 궁금했던 것이었으나.... 정작 남자의 몸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공명의 화난 표정이 다소 몽롱하게 바뀌었고, 마치 다시 유혹에 빠진 것마냥 나사빠진 표정이 되었다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예쁜 누나는, 누구야?’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발언이 튀어나왔다.
‘.... 조제 과정에서 뭐가 잘못된 건지 확인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제조한 약은 완벽했는데!’ 메데이아가 외쳤다. 에우리알레와 스테노는 아스테리오스와 룬 스톤을 만지작거리며 공깃돌처럼 주고받는 공명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가는 거야, 저거?’
‘당신의 여동생이 부탁했던 시간은 하루에요. 아마 저 현상도 하루면 사라지겠죠. 아, 정말!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인데!’
메데이아가 잔뜩 신경질난 목소리로 외치자, 공명이 흠칫 놀라더니 벌떡 일어나선 아스테리오스의 뒤에 숨어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테노가 물었다.
‘그럼 그동안 ’저건‘어떻게 하지?’
스테노의 물음에 메데이아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아, 하고 작게 외쳤다. ‘딱 맞는 사람이 있네요.’
‘그래서 내게 맡기러 왔다?’
‘당신이랑 인연도 있었잖아, 하루만 대강 방 구석에 처박아 놔도 괜찮아.’
스테노가 우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스칸달은 어이가 없어서 혀만 차고 말았다. 과거 자신의 ‘마스터였던 적이 있던 남자’ 는 결코 그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하고 제 앞에 서 있다. 들어가라며 등을 떠미는 에우리알레와 눈 앞의 덩치 커단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손에는 룬 스톤이 꼬옥 들려 있었다. 본인의 장난감 같은 것으로 인식한 모양이다.
‘날 너무 무서워하고 있지 않나.’
‘아스테리오스랑도 잘 지냈으니 곧 적응 되겠지.’
‘그럼 부탁할게, 잘 있어,’
여신들은 그 말을 끝으로 아스테리오스에게 안겼고, 아스테리오스는 두 여신들을 붙들고 한 걸음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뜬금없이 몸만 다 큰 애를 봐주게 생긴 이스칸달만이 허, 하는 표정으로 얼어붙은 상태의 공명을 바라보았다. 공명은 익숙한 사람들이 한 번에 사라져버린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어붙은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벌써 눈에는 반쯤 눈물이 그렁하게 걸렸다.
‘아, 이런, 울지 마. ... 웨이버..’
키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몸은 가볍게 성인 하나를 들어울렸다. 갑작스레 높아진 시야에 공명이 당황해서 이스칸달의 머리카락을 붙들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붙들기 위해 손에 들어간 힘은 약하기만 해서, 이스칸달은 어쩐지 미묘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공명을 붙들어 방 안에 들어오자 마침 하고 있던 게임기가 눈에 띄었다. TV에서 나오는 재미난 소리에 공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가, 싶어 이스칸달이 공명을 내려놓고 게임기 리모콘을 가리키며 물었다.
‘같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