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크게 휘두르며]

1. The depths of the ocean / 대양의 깊은 곳 / 미하베?

보랏빛구름 2011. 10. 31. 14:55

 

1. The depths of the ocean

 

 

 

아주 깊은 바다에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 Pure black. 어둔 밤하늘을 수놓는 별도, 달도 없는 상태. 어쩌면 최고의 어둠은 우주가 아니라 바닷속 그 깊은,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어둠이, 문득 궁금했다. 아베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햇빛이 너무 뜨거웠다. 빛은 싫다. 어두운 것이 좋다. 한없이 어두워서, 자신을 묻을 수 있을 것 같은. 가슴 속에 모아둔 어둠이 언젠가 터지면, 자신은 그 어둠에 휩쓸려 속절없이 숨을 멎을 것 같았다. 그 전에, 왠지 먼저 그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아, 베 군!”

 

 

저 목소리가 그래서, 싫다.

 

 

 

 

 

어둠은 빛을 싫어한다. 어둠을 없애는 존재이니까. 어둠이 있기에 빛은 존재하지만, 역설적으로 빛은 어둠을 죽여간다. 서로 양면적이면서 서로 죽여간다. 더 슬픈 것은, 빛은 어둠에 침식되지 않지만 빛에 어둠은 침식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너는 나를 죽여 간다.

 

 

“오, 오늘, 나, 컨디, 션 좋아!”

“잘했어.”

 

 

한 마디에도 헤쭉 웃는 네가, 그래서 싫은 것이다. 가끔 그런 잔인한 생각을 한다. 너의 목을 조르는 상상, 너의 공을 거부하는 상상, 너를 끌어안고 그 깊은 심해 속으로 떨어지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그 상상 속에서도 너는 빛이고, 나는 너의 빛에 존재도 없이 스러지는 어둠이다. 그 상상의 끝은, 끝내 나의 죽음일 뿐이다.

 

나는 나의 목을 졸라가는 것이다.

 

 

 

“아베, 군!”

 

 

네 웃는 모습이 나를 점차 죽여가는 것이다.

 

 

 

 

 

 

 

 

 

 

 

 

너는 그 남자와 다르다. 오만하기까지했던, 그 투수와 다르다. 하루나 모토키, 그는 그 어릴 적에 이기적이었고, 오만했고, 잔인했다. 그 잔인함과 그 오만은 오롯이 나에게만 통용되는 것이었다. 그가 나를 포수로 보았는지 공 받는 벽으로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에게 있어 그가 각인되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어떻게 각인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가슴 속 어딘가가 얼어붙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얼어붙은 조각에서부터 검은 독이 퍼져나와, 나를 죽여가는 것이다. 상상하면 그런 이미지다. 화선지에 뚝 떨어진 먹물이, 화선지를 검게 잡아먹어가는.

 

다른 부분도 쓸 수 없도록.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따뜻하고 상냥한가. 아베는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연습경기 할때 좀 힘들었으니까, 저녁 많이 먹고 자. 내일 아침에 몸무게 재 보고. 또 빠졌다 싶으면 더 먹어야 할테니까.”

“으, 응!”

“일단 어깨 근육을 만들기 이전에 살부터 찌우는 게 좋아. 네 키에 그 정도 몸무게가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일단 대충 식사는-”

 

 

 

아베는 마치 책이라도 읽듯이 줄줄 미하시에게 주요사항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시합만 끝나면 저 꼴이지. 저 잔소리 레퍼토리에 다들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미하시만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베는 그 끄덕임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손을 휘휘 내저었다.

 

 

“... 라고 말해봤자 까먹을 게 분명하고. 적어놨으니까 챙겨봐.”

“고, 마워! 아베 군!”

 

 

아베는 헤 하고 웃는 미하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부셨다. 몸을 돌리자마자 타지마가 와서, 미하시 괜찮아? 아베, 너무 잔소리 심해~ 라는 둥의 투덜거림을 늘어놓는다. 아베는 문득 생각했다. 왜, 미하시는 자신에게 감사하고 있을까.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마워, 아베 군!”

 

 

...........도대체 너는.

 

 

 

 

 

 

 

 

대양의 저 깊은 곳에도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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