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 몸의 마력이 생각보다 빨리 고갈된다고 느꼈을 때일 것이다. 지금 자신이 현계하는 것은 아인츠베룬의 성배 덕분. 따라서 그 성배에 문제가 있나 싶어 이리야스필에게 가 보았지만, 그녀는 멀쩡했다. 그 붉은 눈을 빛내며 요요히 웃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단독행동 스킬이 있는 아쳐가 그런 말이라니, 안 어울리네."
"나도 당혹스러울 뿐이다. 좌로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헛소리는 그쯤 해 둬 아쳐. 홍차나 갖다 줘."
"알았다, 린."
이미 착실한 가정부가 되어버린 아쳐.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쳐 그 뿐이지만,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몸이 이상하다고?"
"그래, 그러니까... 그만두란 말이다! 이 만년발정견!"
언제나 와서 꼬리치고 가는 저 만년퍼렁발정견만 없다면 하루가 시원하겠다! 라고 외치는 아쳐씨의 마음과는 달리 몸은 확실하게 랜서의 손에 반응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성감대가 귀인걸 안 뒤부터 어찌나 달라붙는지, 그래서 밤마다 간장막야를 몇 번이고 투영해서 날려줬는지. 아마 몸의 마력 고갈의 원인은 이 녀석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 순간, 빠르게 검을 투영해 녀석에게 날려버렸다.
하지만 랜서라는 클래스가 어디 가나. 민첩성 A라는 저주받을 스테이터스는 자신이 투영한 막야를 붉은 마창으로 가로막았다. 이를 뿌득 갈면서, 걸치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던져버리고 개념무장을 투영했다. 가뜩이나 마력부족으로 몸이 피곤한데, 저 발정견까지 붙어대면 끝도 없다.
"다시 말하지, 얼른 꺼져라."
"너무하다구, 에미야. 우리 첫날밤 지낸 사이잖아, 응?"
"닥쳐라, 그, 그....."
아쳐의 얼굴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붉어졌다. 하지만 그 땐 자신도, 그도 현계해서 처음 마시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일어났을 땐 이미 애프터. 패닉에 빠진 자신과는 달리 평생 아껴주겠다면서 랜서가 안아준 것까지는 좋았다.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으려고 개념무장 투영. 그 뒤는 다들 아시다시피 토오사카 저택 초토화. 덕분에 랜서나 아쳐나 욕은 태백이로 얻어듣고 결국 에미야 저택에 함께 기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 그 사건 이후로, 당연히 아쳐는 랜서와 거리를 두고 피해왔다. 랜서야 만년발정견 본능이 어디 가겠느냐며 달라붙고.
지금처럼.
말문이 막혀버린 아쳐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 활을 투영했다. 아 또 모조 나선검 (칼라드볼그) 이 날아오는 건가- 라고 생각한 랜서는 아쳐가 칼라드볼그를 투영하기 전에 재빨리 손을 쳐서 활을 떨궜다. 얼굴을 찌뿌리며 아쳐가 몇 걸음 물러섰다. 이런, 이러다가 에미야 가도 부서지면 그 땐 린의 간드로 북망산 갈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북망산은 한번 올랐으니까 확실히 말한다면 좌로 돌아가는 거지만.
"아아, 우리 마누라는 나한테 너무 매정해..."
"누가 마누라냐!"
아쳐, 분노. 화려한 UBW의 검무와 더불어 칼꽂이로 전락하신 파란색 타이즈의 만년발정멍멍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마력이 빨리 고갈되어 버린다고? 그거 이상하네. 단독행동 스킬을 잘 활용하고 있는 거야?"
"린."
"아아- 알았다구. 아무튼간에 마력이 빨리 고갈되는건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면 내부적 요인이겠지. 뭐라고 생각해?"
"글쎄... 랜서도 생각은 해 봤지만, 녀석을 상대로 그만한 마력은 쓰지 않는다. 지금은 뭐랄까.. 현계에 필요한 양 이외는 모두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인가."
"글쎄- 아무튼 너에게로 가는 마력량은 여전한데 말이지.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런가.. 알겠다."
일단- 외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몸에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세계가 자신을 부르는 걸 지도 모른다. 수호자로써의 일을 하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다. 살인을 강요당하는 그 곳으로, 나의 신념에 반(反) 하는 행동을, 의식 없이 행하도록 하는 그 곳으로는. 그러니까 부디, 이곳에서 좀 더 있게 해 줘.
세계여, 내가 너에게 부탁한다. 부디 조금만.
나에게 안식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좌로 돌아가면 기억으로 남아버릴 감정을 붙잡고서 행복이라 칭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내 정신이, 무한의 시간에도 견디고 살아남아 나를 소멸시킬 수 있을 때까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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