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금 뭐하는 거냐?”
“응? 점 그리고 있어.”
아쳐는 들고 있던 컵을 순간 놓쳐버렸다. 다행히 금속 컵이라 쨍- 하는 울림과 함께 금 하나 가지 않고 데굴데굴 옆으로 구를 뿐이었다. 물이 좀 쏟아졌지만, 닦으면 될 테고, 아니. 지금 그게 아니다. 자신이 신경쓰려고 했던 건-,
“애인가…?”
아니, 대여섯 살 먹은 애도 유성매직(아쳐의 눈에는 뚜렷이 5M거리의 매직펜에 작게 쓰인 글자가 보였다. 일단 아쳐는 아쳐다. 물론 3기사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근력 D인건 잊길 바란다. 말했다가 피는 철이지만 마음은 유리인 아쳐씨에게 분노의 일격을 맞을지도 모르지만.) 으로 눈에 눈물점을 그리는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거다. 랜서는 경대를 보며 한참 동안이나 얼굴을 찌뿌렸다 폈다 표정을 바꾸며 뭔가 진지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표정만 그랬다. 속으로야 뭔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면 죽여주마.”
“응? 어이어이, 진정해. 난 그냥 눈물점을 그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눈물점?”
아쳐는 뚱한 표정을 지우고 물끄러미 랜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까맣게 눈 밑에 점 같은 게 보였다.
“눈물점은 왜?”
“그러니까, 4차 성배전쟁 때의 랜서가 눈물점이 있었다 그러기에.”
아쳐는 잠시 기억을 뒤적였다. 4차 성배전쟁이라면 린의 기억에서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기록으로 본 적도 있었고…
“오 디나 말인가. 두 개의 창을 쓴다는. 확실히, 그에게는 눈물점이 있었지만.”
“응, 그리고 들은 얘긴데- 그 눈물점이 매혹점이었다며?”
“그래, 그래서 항마력이 강한 세이버라던지가 아니면 여성들은 대부분이 매혹… 아니, 잠깐,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끄응- 이렇게 하면 에미야를 유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해봤는데. 안 되려나?”
“당연히 안 된다!!”
버럭 화를 내며, 아쳐는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에- 그렇게 화낼 것까지야- 라는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거칠게 문이 열리면서 아쳐가 들어왔다. 랜서가 당황해서 얼빠진 소리를 내는 사이, 아쳐는 물에 적신 수건을 랜서의 얼굴에 갖다대고는 박박 문지르기 시작했다.
“우브브브브브브--”
“걸레로 문지르기 전에 얌전히 입 닫아라.”
“-----”
그러나 ‘유성매직’ 은 아쳐의 능력 (근력 D) 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질 않았다. 하도 박박 지우다가 안 되자마자 아쳐는 수건을 랜서의 얼굴에다 갖다 대고 마구 눌러버렸다.
“아, 아, 아쳐, 아프다니까-!!!”
“그 썩은 뇌를 안고 익사해버려!”
그리고 나서, 랜서가 영체화한 뒤에야 아쳐는 랜서에게 보내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었다. 곧 랜서의 모습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 점이 없으니.
“쓸데없는 짓을… 놀랐다.”
“아니, 놀란 건 나라고. 왜 그렇게 난리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까 그런 것 아닌가. 도대체 너란 놈은…”
“에에, 그래도 에미야한테는 안 할 테니까♡”
아쳐는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할 것 같은 녀석이 안 한다니…
“그거 다행이군, 이라고 해도 왜?”
“생각해 봐, 우리 사랑스런 에미야한테 달라붙는 파리떼가 많아서야 내가 귀찮잖아. 게이볼그로 한큐에 꿰뚫어줄 수도 있지만 그건 에미야가 싫어할거고. 역시 공갈․협박이나…”
“… 닥쳐라, 좀.”
아쳐는 다시 한 번 그 얼굴에 젖은 수건을 갖다 박았다.
“에, 그래도 아쳐한테 그릴 수는 없었는걸.”
랜서는 얼굴에 수건을 덮어쓴 채로 중얼거렸다.
“눈물점이 있으면 눈물이 많다고 하니까.”
“… 별로, 그런 것은 믿지 않는데.”
“바보.”
랜서는 투덜거리면서 얼굴을 덮고 있던 수건을 들어올렸다.
“에미야는, 한 번 울면 말라죽을 때까지 울 것 같단 말야. 그러니까 절대 울면 안 된다고.”
“….”
그 말에, 아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붉어진 얼굴로 랜서만 쏘아보았다.
조심스레 마른 뺨을 훑는 흰 손가락이 얼굴선을 덧그렸다.
천천히, 아쳐가 손을 뻗어 그 손을 잡았다.
평안한, 오후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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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쳐 제법 찌질?
랜서 캐안습.
성격 파탄내는 중. 후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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