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히로아카]

[히로아카/ 데쿠캇] 저주와도 같은 2.5

보랏빛구름 2016. 6. 5. 01:30



블로그 이용객 수 보고... 엄... 충격에 빠졌습니다.

손에서 땀이 나네요....  다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말이 많았는데 머리가 하얗게 비네요ㅠㅠㅠㅠㅠㅠㅠ

맘에 들 때까지 수정할까 하다가 일단 그냥 올립니다ㅠㅠㅠㅠ 어... 열... 열심히 하겠습니다......




* 오메가버스 AU

* 짧습니다

* 캐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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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야 이즈쿠는, 바쿠고 카츠키를.






형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간과하기 매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미도리야는 이때까지 바쿠고가 알파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별것 아닌 추측이었다. o형이 리더십이 강하고, B형이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편견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마 바쿠고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죽어라 억제제를 사먹었으리라. 제 형질에 대한 나름의 부끄러움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해 본다. 억제제도 약인지라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아마도 거기엔 신경쓰지 않은 듯하다. 형질을 완전히 각성한 이후에도, 버릇처럼 바쿠고의 가방 안에는 제제가 들어 있었다.



미도리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죽어라 억제제를 먹어버릇하는지. 각인 된 지금에서는 억제제도 그렇게 효과를 보지 않을 텐데. 하지만 바쿠고에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꺼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각인 이후의 바쿠고는 제 형질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것만큼은 미도리야가 아무리 말려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쩔 수 없는 사소한 접촉 이후에, 바쿠고는 죽을 만큼 미도리야를 팬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미도리야를 향한 증오라기보단 제 형질에 대한 증오에 가까웠다. 내가, 왜, 데쿠새끼와, 접촉을 해야 하는, 건데. 미도리야는 가만히 맞아 주며 생각했다. 캇 쨩 손 아플텐데. 괜찮을까. 이미 단단해진 미도리야의 몸에 손찌검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 모든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잘 흘러가는 듯한.










바쿠고는 그 이후로도 멀쩡히 잘 지냈다. 겉보기론 그랬다. 여전히 탁월한 전투센스는 어느 때에나 빛을 발했고, 클래스메이트들과도 그런저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1등이 된다." 라는 제 선서답게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기도 했다. 다만 구조 관련 업무에선 꽤나 취약점을 드러냈는데, 본인 스스로도 빌런과 맞붙고 싶어하지 누군가를 구하고 싶지는 않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너한테 무슨 불이익이 갈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나 탓 하지마라. 라고 나름 선생답게 말 한 아이자와 앞에서 하, 그래 봤자 1등은 제가 될 거거든요?  대놓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건 A반에서 소소히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다만 바쿠고가 잊어버린 게 있다면 그 모든 사실들이 기록되어 이후 수업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한 달간 팀 대항전을 대비하여 팀을 짜던 날, 레스큐 포인트가 가장 높은 미도리야와 빌런 제거 포인트가 가장 높은 바쿠고는 운명과도 같은 한 팀이 되었다.



내가ㅏ!! 왜!!! 데쿠새끼랑 한 팀이냐고!? 바쿠고는 발악하다 개성이 지워진 채 꽁꽁 묶여 교실로 돌아갔고, 미도리야는 그런 바쿠고 주위에서 어떡해, 괜찮아? 하며 안절부절못하다가 발버둥치던 바쿠고의 발에 턱을 얻어맞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제는 A반의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이었다. 다만 여전히 이이다는 바쿠고 군! 클래스 메이트에게 발길질이라니 옳지 않다! 라고 지치지도 않고 내뱉었고 우라라카는 미도리야를 부축해 일으켰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토도로키는 신발 끈을 묶으려다 조금 늦었다. 클래스메이트를 뒤에서 멀찍이 바라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두에게 눈길을 주며 다들 저렇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데, 특이한 게 눈에 띄었다.



바쿠고. 그리고 미도리야.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미도리야는 속도 좋은지 늘 바쿠고를 챙긴다지만, 그 성격에 그런 신경마저 곱게 봐주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뒷모습에 나타난 둘의 이미지는, 그가 일반적으로 봐왔던 것과 달랐다. 미도리야가 다가가고, 바쿠고가 귀찮다는 듯이 짜증을 내면 멀어지는 그런 관계인 줄 알았는데. 바쿠고는 짜증을 내면서도 왠지 움츠러들어 있는 것 같고, 미도리야는 거절한 사람답지 않게 총총 뒤를 따른다. 바쿠고가 신경질적으로 미도리야를 피하고, 미도리야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지만 고집스럽게 바쿠고의 뒤에 서 있다. 따라간다고? 아니 저건......



먹잇감을 쫒는 듯한......



생각에 빠져 걷다가 눈 앞의 이이다와 부딪쳐 멈춰섰다. 이이다에게 사과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미도리야는 어느새 우라라카와 이이다 사이에서 어제 있었던 히어로와 빌런의 전투를 설명하고 있었다. 잘못 본건가, 하고 토도로키는 고개를 돌렸다. 얼핏, 시선에 바쿠고가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것도 같지만, 시선을 옮기니 바쿠고 또한 앞을 보고 있어서, 잘못 봤겠지 하며 무시했다.


















그건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였다. 팀끼리 2:2 배틀이 있던 날이었다. 바쿠고는 토도로키와 어마어마한 접전을 펼쳤다. 토도로키와 근접전을 펼치면서 제 개성을 맘껏 뽐내며, 뒈져라!!!!! 고 외치던 바쿠고는 평소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핀트가 나간 바쿠고는 착지에 실수하며 토도로키에게 제 등을 내주고 말았다. 야오요로즈를 제압한 미도리야가 잽싸게 땅을 박살내며 발밑을 부수지 않았더라면 토도로키가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바쿠고는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바쿠고가 납득할 수 없는 승리이기도 했다. 바쿠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이자와는 바쿠고 팀의 승리를 알리며 수업을 종결지었지만, 바쿠고는 미동이 없었고 미도리야가 괜스레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클래스메이트들이 반으로 돌아가는 와중 바쿠고에게 다가가려던 미도리야를, 토도로키가 불렀다.




"미도리야, 물어볼 것이 있는데"

".... 토도로키 군...?"



미도리야의 고개가 갸웃했다. 응, 물어볼 게 뭐야? 묻는 목소리가 참 순진스러웠다.



"바쿠고는... 전투 중반까지 냉정을 유지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흥분하기 시작하던데. 혹시 이유를 아나."

".... 어...."

"이런 걸 물어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느껴진 게 있어서."

"....... 아, 그렇구나. 토도로키 군도 우성 알파구나."

"그래."



우성 알파라서 알 수 있던 것은 아니다. 미세한 호르몬 조작이라거나, 혹은 다른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전투에서 맞붙은 상대의 이상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결코 눈치채지 못했을 미세한 것. 숨소리의 흐트러짐, 아주 섬세한, 마음의 불안정 같은 것.

한 순간의 움찔거림- 실전에 들어가면 어마무지한 파급력을 낳을.



".... 캇 쨩, 자기 형질 싫어하니까 비밀로 해 줄 수 있어?"

"그래. 그럼 이야기해 줄 건가?"

" 어...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은 나도 몰라."

"모른다고? 어째서...."

" ....그냥, 캇 쨩은 왜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놀랐어..."
"....."

"미, 미안! 역시 이상한가...."

".... 미도리야, 혹시 형질이 발현한 지 얼마나 된 거지?"

"어... 세달... 아니다.... 네 달쯤 됐을 걸....?"



토도로키는 생각에 잠겼다. 형질은 발현이 늦을수록 섬세한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보통 개성과 함께 형질이 발현되기 마련인데 저렇게까지 늦어졌다 하니, 컨트롤이 꽤나 어려울 만했다. 그러면 이번의 일도 형질을 조절할 줄 몰랐던 미도리야의 실수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토도로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도리야가 수줍게 웃었다. 비밀, 지켜 줄 거지...? 그래. 그건 프라이버시니까. 거기다 캇 쨩, 그거 알면, 엄청, 화낼 거 같아서..... 토도로키는 그 말에 수긍했고,  미도리야가 한 번 더 수줍게 웃었다. 아무리 봐도 오메가가 어울릴 것 같은 온순한 느낌인데. 토도로키가 갸웃하며 교실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에 남은 미도리야의 웃음에는 힘이 들어갔다.









바쿠고는 이를 악물었다. 제가 실수했다는 걸, 거기다 미도리야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저기압일 때의 바쿠고는 선생도 함부로 건드리기 뭣하므로, 바쿠고만 남기고 다들 교실로 돌아가 있었다. 바쿠고는 제 토시를 최대출력으로 조정해 근처의 건물 하나를 박살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식식거렸다. 잔뜩 힘을 쓰게 되면 미도리야와 접촉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분했다. 대체 왜 그딴, 썩을 실수를...... 악문 이에는 힘이 들어가고,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억울함과 분노는 새어나왔다. 젠장, 젠장.... 병신같은 게.......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단어가 허공에 맴돌았다. 세상이 핑핑 돌기 시작한다.






미도리야가 나타난 건 그때쯤이었다. 카, 캇 쨩 괜찮아...? 하는 물음에 순간 바쿠고는 대답하지 못했다. 시발, 안 꺼져!? 바쿠고의 목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양 미도리야는 바쿠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강한 반발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쿠고의 몸에는 힘이 없었다. 아, 생각해보니 그 전투 이후로는 같이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 이런.



캇쨩....?

씨발... 두고봐. 다음에는, 내가 이긴다.



응, 캇 쨩, 다음번엔 꼭 이길거야. 바쿠고의 손을 잡으며 미도리야가 웃었다. 바쿠고는 매섭게 미도리야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하, 내 발목 잡으면 죽여버린다. 에, 오늘은 그래도 도움 됐는데! 닥쳐! 쓸모없는 새끼가. 짜증을 내며 바쿠고가 미도리야를 밀쳐내고 걷기 시작했다. 앞서는 바쿠고의 뒤를 쫒으며, 미도리야가 환하게 웃었다.













정말 모르는 거라면, 이대로 계속, 평생 몰라줬으면 좋겠어. 그냥 그렇게 모르는 채로 내게 와 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점점 내게 익숙해져서,  천천히 내게 물들어줘. 아주 느리게. 더 느려도 괜찮아

나 기다릴 수 있으니까.


내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버텨왔다고 생각하는거야?


걱정하지 말고, 내게 기대줬으면 해. 캇쨩.





일단은 손부터,

나중에는 어깨가 될 테고

좀 더 지나면 ,

뭘 하든 캇 쨩이 불편하지 않게 될 거야.





나는, 너의 등을 받치는 의자가 되어

너의 세계를 지탱하고 싶어.


그리고, 너의 세계가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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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썰 남겨보자면....



저도 모르게 끌려가는 바쿠고와 저도 모르게 끌어당기는 미도리야가 보고 싶었습니다.

뒤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부끄럽게도 쓰게 되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