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히로아카]

[히로아카/ 데쿠캇] 저주와도 같은 3

보랏빛구름 2016. 6. 11. 17:07




이걸 제가 시리즈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을줄은 몰랐네요.

일단 이 글은 여기에서 일단락 지어봤습니다.

바쿠고의 성격을 묘사하고 싶어 힘썼지만, 그 지랄맞은 성격 표현 넘 힘드네요 ㅋㅋㅋ

이 소설로 인해 제 블로그나 트위터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D


* 오메가버스 AU

* 짧습니다

* 캐붕주의




더보기





이를 악물고, 버틴다 해도 버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자존심이 꺾이는 부분이 있다. 꺾이지 않는 것은 없다. 다만, 그 순간이 올 때, 너의 곁에는.





특이하게도 웅영고의 커리큘럼에는 '성과 사랑'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몇 안 되는 "평범한" 수업이었는데, 강사는 리커버리 걸이었다. 수업시간에는 뒤에 교사들도 몇 앉아 경청하곤 했는데, 딴짓하는 녀석들을 잡거나 노트에 뭔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업은 알파, 베타, 오메가의 형질에 대한 특질이었다. 


"사람들은 의외로 남의 형질에 대해선 관심이 없지. 다들 서로가 자기 형질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아니란다. 너흰 아무것도 모르고 미리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거야. 형질에 우위가 없다는 것도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길거리의 멍청이들이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말이지."

"오메가가 알파에 비해서 약하다던가, 하는 것 말인가요?"


야오요로즈의 질문에 리커버리 걸이 친절하게 응답했다. 


"설마 저걸 믿는 건 아니겠지? 그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테니 이참에 말해두겠지만, 형질이랑 강함 같은건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가끔 형질의 안정성이니 우월이니 뭐니 헛소리하는 놈들이 있는데,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경을 칠 게다. 오늘은 오메가에 대해서 배우고, 알파와 베타 형질은 다음번에 배우기로 하자. 편견이 가장 많은 형질이니까 말이다."


바쿠고는 엎드려 있었다. 펜끝이 가끔 움직이는 것으로, 졸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 표정을 알 수 없어 아쉬웠다.


".... 그리고 형질을 조절하기 위해서,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단다."

"왜 굳이 형질을 조정해야 하는 것입니까?"

"오메가 형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지. 형질에 영향이나 간섭을 받기 쉽단다. 물론 형질 간섭은 심리적인 부분이고 크지도 않지만, 네 기분에 남이 간섭한다고 생각하면 불쾌하지 않겠니. 그걸 위해서 약을 챙겨먹는 경우도 적지는 않아."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약을 챙겼구나.... 미도리야가 생각 없이 노트에 몇 줄을 추가했다. 


"그리고, 각인. 이건 꽤 어려운 게.... 각인한 케이스도 흔치 않고, 원인이나 그 방법에 대해서도 규명된 게 아무것도 없구나. 대신 확실한 건, 각인한 상대와 오래 떨어져 있으면 오메가가 전적으로 그 타격을 입는다는 것, 그리고 러트에 반드시 서로가 필요한 정도일까."

"오메가한테 엄청 불리하네요~"

"그렇지, 그러니 그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더 필요한 거란다."


바쿠고의 펜끝이 멈췄다. 미도리야는 진심으로, 지금 바쿠고의 표정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궁금하다. 너는 화를 낼까, 아니면 울고 있을까. 너의 고통이 고작 한 줄의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바쿠고의 자존심은 미도리야의 생각보다 굉장했다. 그 '수업' 이후의 일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빌어먹을 데쿠'에게 의존하지 않겠다고 각오라도 한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바쿠고는, 미도리야를 피했다. 처음 며칠간은 미도리야가 바쿠고를 쫒아다니며 걱정했다.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고작 4~5시간 떨어진 것 만으로 발작적인 고통에 휩싸이던 게 바로 어젯적 일이었다. 하지만 바쿠고 가까이에 가기엔 교실에서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같았기에 골목길에 덜렁하니 둘만 남았을 때,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앞을 막아섰다. 이유를 알려주기 전까진 절대 가지 않을거라는 미도리야에게 한숨을 내쉬며 바쿠고가 약을 한 알 던졌다. 미도리야가 당황해서 두 손으로 작은 약을 받았다.


"약 처방받았어, 괜찮을 거란다, 등신아."

"야... 약이라니....."

"너 같은게 알 게 뭐야?"

"아아아아아니하지만, 잘못, 먹으면 큰."

"됐고, 어쨌건 이제 데쿠 같은 거-"


필요 없어. 라고 말하는 바쿠고의 표정은 꽤나 후련해 보였다.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웃는 그 모습에, 미도리야는 아무 말 없이 약을 주머니에 넣었다. 바쿠고가 자리를 떴다. 캇 쨩, 모르는구나. 어쩜 저렇게 순진할 수 있을까. 미도리야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캇쨩의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잘 되었다며 박수라도 쳐 줘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고작 '형질의 억제'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저 천진난만함이라니.


이상하게도 미래를 얼핏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은 생각보다 빨리 터졌다.


 매일매일 하교 후엔 걸음이 떨릴 만큼 수업의 강도는 높아만 갔다. 야오요로즈는 리커버리 걸에게 4번인가 실려갔다고 한다. 다른 이들도 거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뭔가를 먹는 바쿠고의 의지는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다들 바쿠고도 힘들긴 한가보다. 저건 무슨 약일까 하고 수군수군했지만, 대놓고 앞에서 물을 사람은 없었다. 다들 별 생각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비일상은 언제나 일상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평범한 전투연습 중이었다. 츠유와의 전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듣던 바쿠고의 이상에 대해 알게 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투 이후에도 숨이 계속 거칠었던 게 유달리 특이했을 뿐이다. 아이자와가 바쿠고에게 지나치게 상황 판단이 늦었으며, 거칠게 적을 진압함으로서 잘못하면 상대를 죽일 뻔 했으니 승리는 당치도 않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아이자와의 말이 끝날 때까지도 바쿠고의 거친 숨소리는 잦아들 생각이 없었다. 자리로 돌아간 다음에도 별로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갑자기, 바쿠고가 비명을 질렀다. 무릎을 꿇는다. 귀를 막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듣지를 못했다. 고개를 든 바쿠고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나가 있었다. 흔들거리는 몸으로, 바쿠고가 걸음을 옮긴다. 아이자와가 개성을 지우고 바쿠고의 팔을 붙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벽으로 처박혔다. 비틀거리는 걸음의 끝에 미도리야가 있었다. 


캇쨩...?

...ㅏ.... ㅍ....

캇... 쨩...?

ㅓ.....ㅇ....


마치 시체 같기도 한 몸으로, 바쿠고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의 끝에는,


캇 쨩.


미도리야가 앞에 있었다. 바쿠고가 미도리야에게로 쓰러졌다.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몸을 받쳐 들었다. 몸이 서서히 늘어진다. 팔이 걸쳐진 어깨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도리야의 목 아래께에서 바쿠고의 머리카락이 간질거렸다. 우웩 - 하고 토하는 소리가 난다. 등을 팡팡 두드리쟈 미도리야에게 뭔가를 잔뜩 토해냈다. 제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신경쓰지 않은 채로, 미도리야는 바쿠고를 계속 받치고 있었다. 바쿠고가 기절할 때까지. 




침묵이 이어졌다. 아이자와는 미도리야에게 리커버리 걸에게 데려가라. 라고 말했다. 미도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미도리야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미도리야는 별 말 없이 바쿠고를 안아들고 걸었다. 이이다마저도 말을 잃고 있었다. 아이자와가 다시 중얼거렸다. .... 문제가 많군.










폭주라고 했다. 속에 쌓이고 쌓인 고름이 한 번에 터진 것과 비슷하다고 리커버리 걸이 말했다. 각인 상대를 무시한 거니?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니? 리커버리 걸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랐다. 미도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캇 쨩은 저와 각인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리고, 너는 네가 오메가라고 했지만 실은 알파였구나. 

네. 

바쿠고가 시켰니? 

아뇨.

이유는 알 만 하다만..... 각인한 서로가 그렇게까지 떨어져 다니는 건 위험하단다. 지금과 같은 폭주가 다시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네에.... 

아직 어리구나... 너무 어려.


리커버리 걸이 한숨을 쉬었다. 바쿠고의 손을 붙들고 있던 미도리야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바쿠고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렇게나 요란한 알림이라니, 캇 쨩 싫어할텐데. 숨기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거친 숨소리가 서서히 안정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미도리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 등신..."


평소와는 달리 거칠고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미도리야는 고개를 들었다. 바쿠고가 눈을 떠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미도리야가 아니라 미도리야가 붙든 제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도리야는 말없이 바쿠고의 손을 힘주어 붙들었다. 


"씨발... 이게 다 무슨 병신짓인가 싶다."

"캇쨩."

"다 뒤져 버렸으면 좋겠어. 너도, 나도. 지긋지긋해."


그건 절망일까, 아니면 체념일까. 슬픔일까.  네 감정은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거칠어서 알기 힘들다. 미도리야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캇쨩, 내가 잘못했어..."

"이 병신은 맨날 질질 짜고 지랄이야. 닥쳐."

"내가... 내가 잘못했어..."


울고 싶은 건 나란 말이다.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바쿠고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각인했다. 그래, 그 사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왜 그렇게 숨기려고 발버둥을 쳤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다 들킨 지금이 속이 시원했다. 속으로 쌓아놓은 감정들을 전부 놓아버린 것처럼, 맥이 풀렸다. 제 앞에서 질질 짜면서 지 잘못이라고 징징대는 새끼만 안 봤어도 행복도가 두 배 정도는 올랐을 텐데.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한마디 한마디를 힘주어 내뱉었다.


"씨발, 이제부터, 내 앞을 니가 가로막게 되면 그 땐 빌런이고 자시고 다 필요없고 니 목부터 딴다. 알겠냐."


미도리야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감이 안 오는 건지, 아니면 들어도 모르겠다는 건지, 눈이 그렁한 그대로 깜빡이며 바쿠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캇 쨩....?


"다시 말하지만, 내 목표는 여전히 최강이니까. 쫄리면 뒈지던지."

"캇쨩, 나, 히, 힘낼거니까, 진짜, 노력할게...!"


저 등신이 뜬금없이 감격에 젖은 얼굴로 헤 웃더니 고개를 침대에 처박는다.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우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감격스럽냐. 넌 평생 내 시다바리 예약이야, 새꺄. 중얼거리며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어쨌건,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진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니 각오해야 할 거라고, 바쿠고는 어울리지 않는 한숨을 쉬었다.













미도리야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상한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걸 환희라고 하는 걸까. 왜 이렇게 기쁜 걸까. 그냥, 캇 쨩이 나를, 드디어, 인정해줘서일까. 그런데 왜 이렇게 기쁠까.





참 이상하지.... 캇 쨩.

캇 쨩의 체념이 이렇게나 행복하다니.





이 마음은 ,

네게는 마치,

저주와도 같은.





더보기




참고로 2.5편에 나온 억제제는 형질 관리용이고 (타 형질에의 간섭 차단 및 형질의 유지)

3편에 나온 억제제는 형질 자체를 억제하는 용이라 조금 다릅니다ㅠㅠㅋㅋㅋ 별 생각없이 써놓곤 보고나서 아차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