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히로아카]

[히로아카 / 데쿠캇] 네 성격을 닮았어.

보랏빛구름 2016. 6. 15. 22:36




* 노마드님 (@nomad_dungcha)의 그림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좋은 그림에 좋은 글로 답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q^................ (mm

* 임신수 주의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2차 BL 창작입니다.

* 아마도(?) 개성이 없는 세계입니다.

* 캐붕주의

* 쓰고 싶은 거만 쓰다 보니 설정구멍 많습니다. 자비롭게 넘어갑시다.










매일 아침마다 변기통을 붙들고 하루를 시작한다. 속이 울렁거리고 뭔가가 올라올 듯 치받치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건 희멀건한 위액 뿐이다. 목이 쓰라리고, 토하느라 잔뜩 힘을 준 배도 아프고, 머리도 핑 돈다. 며칠째 먹은 거라곤 물 조금이랑 스프 조금이 전부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걸 보니 곧 죽으려나 보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니 어질했지만, 억지로 다리에 힘을 줘 버텼다. 비틀거리며 물을 내리고, 곧장 방 침대에 쓰러졌다. 누가 수발이라도 들어줬음 좋겠다 싶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다.


제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게 이렇게 서러울 때가 없었다. 찔끔 새어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눌러 참았다. 뱃속에 애가 든 뒤로는 감정도 주체가 안 돼서 뜬금없이 울다 말다를 반복했었다. 이제야 좀 나아졌나 싶더니, 아직도 지랄맞게 조절이 안 되는 거냐고, 하, 억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갑자기 머리가 찡 하고 울려서 눈을 한참을 감았다 떴다. 이제 석 달이 좀 넘은 애새끼는 아직도 속에서 지랄이냐며, 몇 번이고 궁시렁대도 현실은 바뀌질 않는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황당했다. 꿈인 줄 알앗다. 현실인 줄 알고서도 한동안 웃었다. 진짜, 누가 날 놀래키려고 한 소리가 아니고서야. 임신 판정을 받고 나니 확실해지는 기억이 있엇다. 그래, 알지도 못하면서 술 더럽게 먹은 날. 그 날. 정신을 차리고 나서 뭐라고 말하려던 데쿠의 입을 붙들고,  무슨 일이 있었던지간에 닥치자고 했던 그 날. 그리고 몇 주 뒤에 알았다. 더럽게 속이 거북해서 소화제나 받으러 갈까 하고 들른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했다.


무슨 생각으로 데쿠새끼를 불렀을까. 그 때 알리지도 말고, 눈 딱 감고 그냥 지워버렸어야 했었는데.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데쿠가 질질 짜면서 옷자락을 붙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왔다. 지울거라고 했던 것 같다. 내 눈앞에 보이지 말라고 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뛰쳐나와 기껏 산부인과까지 갔었는데. 산부인과 로비까지는 갔었는데. 결국, 결국 지우지는 못했다. 산부인과에 나온 내 손에 덜렁하니 들어있던 산모수첩이 낯설었다.


차라리 지웠으면 편했을 것을, 지우질 못했다. 그러고 나니 일이 꼬였다. 잘 다니고 있던 대학을 휴학을 해야 했다. 장학금 받고 잘 다니고 있는 대학 휴학 핑곗거리를 만드느라 귀찮았다. 뜬금없이 얻은 애 덕에 돈도 벌어야 해서, 지인들로부터 돈 좀 될만한 잡다한 소일거리들도 전부 쓸어 왔다. 그 와중에 임신했다고 병원 갈 일은 더럽게 많았고, 신경써야 할 건 그 두 배로 늘었다. 비타민과 엽산을 챙길 때마다, 헛구역질로 변기통을 붙들고 쓰러질 때마다 그래, 못 지운 내가 병신이다. 속으로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내가 널 옛날에 엄청 괴롭혔다고 했다. 빌어먹을 데쿠의 기억은 내 기억이랑은 다를테다. 어렸을 때의 기억은 신나고, 온통 내 중심을 빙글빙글 돌아서 데쿠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 녀석 성격을 봤을때 알만하다. 그 녀석은 늘상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살았으니까. 더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도 같고. 하기사, 그 놈 성격이 좋아 고딩 때까지 붙어다닌 거지, 어찌보면 소꿉친구가 아니라 깡패랑 똘마니 1 정도였을까. 그럼 너도 꽤나 서러웠겠지. 그래서 이렇게 벌 받냐. 니 새끼가 대신해서 날 엿먹이냐. 힘없이 키득키득 웃었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은데 냄새가 날까 겁난다. 레몬을 사놨는데 즙을 내서 물이랑 섞어 먹어야겠는데, 안 그러면 물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은데, 힘이 없다. 며칠째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정말, 쓰러진 그 순간부터 손도 까딱할 수가 없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병원이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반쯤은 졸면서 핸드폰을 힘겹게 들었다. 기억에 119를 단축번호에 저장했던 것 같은데, 뭘까.....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누군가가 전화를 받자마자 중얼거렸다. 아파.... 그러곤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몸이 흔들린다. 말 할 힘이 없어서 입을 열었는데 너무 가느다란 소리가 나왔다.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다시 의식이 끊어졌다.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다. 뭐야, 하고 고개를 돌리니 병원이었다. 링거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 병원에 실려왔구나. 그 정신으로 용케도 제대로 전화 걸었네 따위의 생각으로 피식 웃다가, 웃을 상태가 아니라 벌떡 일어섰다. 아 씨발, 돈 없는데!!!  들어온 간호사가 깜짝 놀라서, 안정하셔야 해요. 따위의 말을 한다. 아니, 미친, 무슨 생각으로 1인실을 잡은 거냐고. 퇴원합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링거 빼 달라고 팔을 뻗자 간호사가 고개를 젓는다. 


 "산모분께선 영양실조끼도 좀 있으시고, 몸상태도 좋지 않아서 링겔 다 맞고 가셔야해요. 지금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안되시구요...."

 "아니, 저 지금 퇴원할 거라서 상관없는데."

 "지금 절대안정하셔야 할 시기신데 이러시면 -,"


뒷말은 아마 곤란하다, 일 것인데 말이 끊겼다. 문이 열려서일 것이다. 나도 절로 시선을 거기로 향했다. 의사면 당장 퇴원시키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보인 것은 하얀 가운 대신에 평범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


 ".... 데쿠?"

 "캇 쨩."

 "니가 여긴 왜 있어?"


말이 뾰족하게 나간다. 진짜 이 새끼 왜 여깄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데쿠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가, 아, 하는 별거없는 소리와 함께 방긋 웃는다. 

야 나이가 몇인데 아직 방긋이란 단어가 어울리냐. 저 새끼 마약이라도 하냐. 뜬금없이 생각이 샌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에, 하지만 전화한 건 캇 쨩이 먼저였는데."

 "-뭐? 드디어 미쳤구나, 데쿠."

 "아냐, 봐!"


데쿠가 냉큼 제 핸드폰을 갖다 바친다. 떡하니 내 전화 기록이 남아 있다. 핸드폰 고장 났겠지!! 짜증스레 폰을 돌려주려 손을 뻗는데, 폰을 받으려 하지도 않고 뜬금없이 손을 가까이 대더니 어깨를 툭 쳤다. 평소라면, 아니 예전이라면 시비거냐? 하고 팼을 텐데. 약한 몸은 그대로 뒤로 폭 넘어가버린다.


 "-허?"

 " 안 돼 캇 쨩. 지금 잘못 움직이면 애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어. 더 쉬어야 돼."

 "내가 쉬던 말던, 니새끼가 알 바 아니거든?"

 "아냐 캇 쨩. 캇쨩이 나한테 전화했으니까, 이제 더이상 남 일 아냐."


하,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 벙찐 와중에 데쿠가 발치로 미끄러진 이불을 붙들곤 끌어올려 덮어준다. 이 새끼 진짜 약 했나. 어이가 없었다. 가슴께까지 이불을 덮어주더니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아온다. 손이 잡히고서야 내 손이 차다는 걸 알았다. 


 "캇 쨩. 내가 잘 할게."

 "뭘 잘해 미친놈아."

 "진짜야. 말도 잘 듣고, 시키는 것도 다 잘 할 수 있어."

 "씨발 셔틀이라도 되겠다는 거냐."

 "응, 맞아. 셔틀이 될게. 그러니까....... 옆에 있게 해주면 안 될까...?"


하.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무 생각이 들질 않는다. 손의 체온이 안정감을 준다. 힐끔 데쿠를 바라보니, 수줍은 듯이 웃고 있다. 미친 새끼.... 넌 니 발목 니가 잡은 거야. 나중에 뭐라고 딴소리 나오면, 널 먼저 죽여 버릴 거야. 응, 그렇게 해 캇 쨩. 난 좋아. 그냥 그 목소리에 안심했다. 몸에 힘을 빼니 뱃속이 따끔따끔 아파온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얼굴 같은거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맘대로 해."























우에ㅔㅔㅔㅔㅔ에ㅔㅔ겍 만삭의 몸으로 변기통을 붙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요리하다 말고 허둥지둥 달려나와 등을 부드럽게 쓸며 툭툭 친다. 한참을 토하다가 좀 진정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잽싸게 입가심할 물을 갖다 바친다. 몇 번이고 입안을 씻어내리고 힘없이 헐떡이는 등을 감싸 몸을 들어올렸다. 입덧은 좀체 진정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망할 의사가, 4개월이면 보통 안한, 다며!!!!! 짜증을 내는 목소리를 지나쳐 침대에 눕혀 준다. 잔뜩 부른 배는 7개월의 임신 달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슬프게도 입덧은 여전했다. 요 며칠간 입덧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아 잘먹는 것 같더니. 슬피 부엌으로 돌아가려는데 등 뒤로 목소리가 달라붙는다. 물 가져와. 레몬 띄워서. 


아무리 봐도 애가 캇 쨩 성격을 이어받아서 입덧이 심한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