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피아 AU. 개성이 없는 사회입니다.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2차 창작 / 커플은 토도로키 쇼토 * 바쿠고 카츠키
* 호우 (@inaDownpour_) 님의 썰을 차용했습니다.
* 캐붕주의
* (다시한번) 캐붕주의
* 글이 자주 수정될 수 있습니다.
호흡은 얕고 가볍게.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도록 몸을 이완시킨다. 가끔 새가 어깨나 등에 앉았다 가는 경우도 있다. 총구는 타겟에 고정해 두었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올려져 있다.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타겟을 관찰하고, 빈틈을 발견해야 한다. 저격은 생각보다 인내를 요하는 노동이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방아쇠만 잡아당기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타겟에서 2.4km 떨어진, 암살자가 총구를 든 곳에서도 사택 경비는 존재한다. 그러니 단 한 방에 숨통을 확실히 끊어내야 하고, 일이 끝난 뒤 내가 살아남아 돌아가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바쿠고는 이 쪽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스페셜리스트였다.
살인한 지 5년, 죽인 사람 100명 남짓. 실패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그의 생존이 증명하는 바였다. 그런 그이기에 제안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다. 엔데버의 후계자 살해. 난이도는 말할 것도 없이 최상, 트리플 에스였다. 음지에서 이름 높은 엔데버의 자식이라는 점이 한 몫을 했다. 엔데버가 제 뒤를 이을 후계자를 그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아마 보안은 끔찍할 만큼 철저하고, 그만큼 완벽할 것이었다.
“일흔여섯 놈이 실패했다.”
“하?”
“들켰다더군.”
그러니 당연하겠지만 그 임무의 성공률은 0이며, 성공가능성 또하 희박했다. 엔데버 집안의 자식들은,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수백, 수천의 암살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어마무지한 생존력. 모든 저격수들은 저격총의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붙잡혀 줄줄이 제 목숨을 내놓았다. 뒷세계의 보스이니만큼 적도 많았고, 그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쉽다’는 이유로 그의 자식이나 아내는 만인이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 얼마나 악명이 높을지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그쯤되면 한 놈쯤은 성공할 만도 한데. 엔데버란 이름값을 하는군.”
“그러니 놈을 죽인다는 게 뭘 뜻하는 지도 알겠지.”
“알아. 최고라는 거지.”
바쿠고가 그 일을 맡게 된 것은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었다. 바쿠고는 자존심이 강했다. 또한 그의 저격수로서의 능력, 판단력, 그리고 천재성이 그의 자존심을 당당히 받쳐 주었다. 모든 훈련을 최고의 성적으로 클리어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채 일을 처리했다. 그 완벽함에 적마저도 감탄할 정도였다. 물론 기술을 하필 사람 죽이는 데 쓰느냐며 안타까워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바쿠고는 목숨의 가치를 따지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가 자란 세계가 그러했고, 그가 배워온 것이 그러했으므로.
“좋아, 내가 맡는다.”
간단한 대답에 의뢰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돈은 얼마든지 주겠노라는 말에 바쿠고는 피식 웃었다. 돈 따위로 이 짓거리 할 거였으면 30명쯤 처리하고 받은 돈으로 일찌감치 떴겠지. 바쿠고는,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맡은 이 일은 그의 이름을 한 층 더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세심하게 AWSM을 손질하며 바쿠고는 고개를 까닥였다.
“타겟의 자료는 내일 줘. 나흘 뒤에 출발한다.”
토도로키는 유쾌했다. 한동안, 그는 재미없는 나날을 보냈다. 엔데버가 보내온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제 눈에 띈 배신자를 죽였으며, 내부의 사업망을 재정비했고 몇 조직의 보스를 만났다. 토도로키에게는 너무 자잘한 일들이었다. 그의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한없이 단조롭고 지루한 세계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조약돌 하나가 끼어들어 사소한 균열을 일으켰다.
토도로키에게는 남에게 없는 한 가지 능력이 있다. 이름붙이기로는 ‘적의(敵意) 탐지’라고 하는 것으로, 타인이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남들보다 빠르게, 아니 그 적의의 시작점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능력 하나로 토도로키는 수많은 살해의 위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배신자를 처단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다. 적의를 가진 개채가 다가올 때마다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은 숨바꼭질과 같은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냥하고선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던 치들은 막상 제 눈앞에 무릎을 꿇려 놓으면 오줌을 지리며 목숨을 구걸했는데, 그 꼴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구경거리였다. 하지만 그것도 열 번쯤 지나자 금방 물려서, 이후로부터는 제깍제깍 제 총으로 일찍 저승길로 보내줬다. 한동안 거의 오지 않았으니 반가운 손님이려나. 토도로키는 읽던 책을 내리며 웃어 보였다. 옆의 시종이 흠칫 몸을 떨었다.
날이 좋아 정원에 앉아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관자놀이에 지그시 닿아오는 살의를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게 시종이 내온 차를 마셨다. 적당한 온도에 향도 맛도 취향이지만 앗 뜨거, 하면서 잔을 떨어뜨린다. 푸른 색이 아름다웠던 찻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조각난다. 시종이 당황하며 무슨 잘못이 있었느냐고 묻자, 부러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종에게 차가 맛이 없다고 화를 내며 잠시 빈틈을 보인다. 하지만 저격수의 움직임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빈틈을 보이는데도 움직이지 않아? 이번 저격수는 대단하네. 기대감이 커진다. 시종이 당황하며 벌벌 떠는 손으로 찻잔을 치우다 손을 베였다. 붉게 묻어나는 피를 바라보며, 이번 암살자에 대한 기대치를 좀 더 높여 보았다.
집의 경계를 강화하라 하니 경비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혹시 무슨 느낌이라도.... 말을 끝내지 못하며 조심스레 묻는다. 아니, 아직은 잘 모르겠네. 내 말에 알겠습니다. 라고 짧게 응답한 뒤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내 말은 틀린 적이 없었고, 그러니 더 두려울 것이다. 경비대가 나가자 손을 들어 시종을 불렀다. 아무렇지 않게 차를 내오라 명령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은 최고의 평온을 준다. 토도로키에게 있어 죽음은 별 것 없는 세상의 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야 재미가 없네. 암살자가 있는 방향을 지그시 바라본다. 꽤나 멀긴 하지만, 방향과 각도는 확실하게. 그 각도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네가 눈치를 채면 재미가 없는데. 이 정도로 눈치챌 만큼 성급하지 않았으면 해. 그러고는 바로 옆에 있던 경비대장을 손짓으로 불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들어. 지금 네가 무슨 일이 난 것처럼 난리를 치면 난 널 죽일 거야.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받아. 태연하게 행동해. 그리고,
암살자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생포해 와. 다시 말하지만, “생포해 와.”
바쿠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스코프를 통해, 정확히 그와 자신의 눈이 마주쳤다. 이쪽을 바라보며 웃는 것 같았다.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다시 바라보니, 옆의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다. 상대방은 타겟의 손에 들린 종이를 건네받고는 천천히 멀어진다. 눈을 꾹 감고 다시 떴다. 열흘이던가 열하루던가. 꾸준히 타겟의 빈틈을 찾고 있지만 도저히 찾아지지가 않는다. 힘이 풀렸다고 생각되는 순간마저도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익숙한 견제에 바쿠고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제 타겟이었고 이미 받아놓은 일이었다. 이를 악물고, 스코프에 눈을 다시 댔다. 반드시, 완벽하게, 죽일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타겟이 제게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등에 소름이 달렸다. 2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자신을 본다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선이 완벽하게 제게로 향해 있었다. 스코프에 비친 그의 입술이 오물거렸다.
인
내
심
이
좋
네
그 순간, 바쿠고가 숨어 있던 덤불이 크게 흔들렸다. 주위에 인기척이 너무 많았다. 총을 손에서 놓았다. 빌어먹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겹겹이 둘러싸인 상태였다. 목덜미가 붙들려 몸이 강제로 들렸다. 목이 졸려 컥컥거리는 와중에도 제 뒤에 다가오는 사람을 걷어차고 멱살을 잡은 녀석의 목에 수도를 날려 몸의 자유를 얻은 뒤 도망치려 했다. 도망치려 뒤돌아선 그 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익숙한 총의 개머리판이었다.
눈이 떠지질 않았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포기했다. 대신 손발을 옴작거렸다. 그제서야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확히는, 팔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알게 되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깼나.”
“.......?”
정신이 서서히 맑아진다. 자신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팔과 다리는 각각 팔걸이와 의자 다리에 묶여 있었다. 따로 약은 쓰지 않은 건지 감각은 선명했다. 그리고, 눈앞에는 타겟 - 토도로키 쇼토라고 했나 - 이 바쿠고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은 지겨워서라도 닷새 안에 끝내고 싶어하던데, 열흘을 넘게 기다리다니 인내심이 대단하네. 이름이.... 바쿠고, 카츠키던가.”
“.......”
시발. 속으로만 욕을 삼켰다. 붙잡힐 때부터 제 신상이야 이미 털렸을테고, 살아 돌아가리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이 꼴이 될 줄은 또 생각하지 못했다. 걸렸으면 일찌감치 쏴 죽이던가 무슨 짓거리야.
“죽여.”
“의뢰인은?”
“못 밝혀.”
“아니면 죽을 거야.”
“알 게 뭐야.”
짜증스레 토도로키를 노려보았다. 토도로키는 그 붉은 눈동자마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재미있는 장난감이 들어왔네, 싶은 마음으로, 시시하면 자살 쇼나 구경할 생각으로 부러 재갈도 물리지 않았는데 혹시 자살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 남자는, 그냥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매력이 있었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쓰레기 중에서 자기가 쓰레기인 거 인정하는 새끼는 못 봤는데.”
“쓰레기는 엔데버지 내가 아니야.”
토도로키는 천천히 바쿠고에게로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었다는 것에 바쿠고가 놀랄 새도 없이, 눈동자에 그 얼굴이 오롯이 비쳤다. 반반인 머리색이 소름끼쳤다. 얼굴의 반편에 생긴 흉터는 징그러웠다. 제 어미가 만든 흉터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얼굴은 객관적으로 참 아름다웠지만, 스코프 너머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섬뜩함이 있었다.
“왜 살려놓은 거야.”
“네가 맘에 들어서.”
“지랄하네.”
그 말에 토도로키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너 역시 재미있어. 죽이지 않길 잘했어. 자살 안 하면 안 돼? 진심으로 살려줄 테니까.
웃기고 있네. 어금니 안쪽에 숨겨둔 캡슐을 씹으며 바쿠고는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침이라도 뱉어줄 생각으로 토도로키를 바라보았다. 바쿠고가 우물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토도로키의 안색이 바뀌었다. 독인걸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색이 바뀌었을 뿐 제지하려 들지는 않았다.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자 곧 토도로키가 입을 열었다
“난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빨리 즐기고 싶었어?”
“- 뭐야?”
“약 바꿔치기 했는데. 그거 독약 아냐.”
“하?”
“돼지용 발정제 넣어 놨어.”
바쿠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씨발”
죽이려면 곱게 뒈지게 냅두던지. 혀를 깨물려고 턱에 힘을 주는 순간, 토도로키의 손이 바쿠고의 턱뼈를 붙잡았다. 그 악력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 바쿠고의 입은 그대로 벌어졌다. 으스러질 것처럼 손에 힘을 주고, 다른 손으로 입안에 손수건을 물렸다. 바쿠고의 입에서는 약의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붉은 눈동자에 물기가 서리는 것을 보며, 토도로키가 환하게 웃었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그러니 즐겨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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