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히로아카]

[히로아카/ 데쿠+캇] 쓰다 만 조각글들 올림

보랏빛구름 2016. 6.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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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고는, 그 성격에 맞지 않게 좀 깜찍한 이야기지만, 등산을 좋아한다. 굉장히 할아버지 같은 취미라고 생각했지만, 등산중일 때 바쿠고의 표정을 보고 나선 생각을 바꿨었다. 다 털어버린 듯, 그렇게 속시원한 표정을 잘 본 일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 때의 미도리야는 저질 체력이었고, 중반도 못 올라 헥헥거리며 바쿠고와 떨어졌었다. 

아마, 바쿠고는 그 때를 재현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며 눈앞에서 걷는 바쿠고를 바라보았다. 시작부터 정규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더니, 제멋대로 이상한 코스를 밟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말려야 하는데, 위험한데...


카, 캇 쨩, 위험해.... 등산로로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선생님이..

데쿠주제에 나한테 지적질 하냐?

아,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위험하다고!

웃기지 마, 위험한 건 너겠지. 불만 있으면 빠져.


물론 지나가던 캇 쨩 보고 졸졸 따라온 건 나지만 - 미도리야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바쿠고의 뒤를 따라 걸었다.  바쿠고는 익숙하게 길을 짚어나갔다. 캇 짱 전용 등산로인걸까.... 생각에 빠졌다 정신을 차리니 바쿠고는 그새 저만치 앞서 나가 있었다.


캇쨩, 잠깐만, 같이, 같이 가!!!


소리치며 발에 힘을 주었다. 바쿠고가 뒤를 돌아본다. 짜증이 난 얼굴이다. 붙잡은 나무에서 손을 떼고는 나를 가리킨다. 아 죽는다, 뭐 대충 이런 의미인 것 같은데, 순간, 바쿠고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캇쨩-!!!!


그대로 바쿠고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캇쨩, 캇쨩! 정신차려! 캇쨩!!!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어렵사리 눈을 떴다. 아프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짜증이 났다.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데, 잘 나오지 않았다.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나서야 좀 선명히 앞을 볼 수 있었다. 몸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떨어지면서 등에 충격이 고스란히 온 까닭인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꽤 아래로 떨어졌나.... 이렇게 아픈 건 오랜만인데, 라는 생각도 잠시 갑작스레 치솟아오르는 고통에 악문 잇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으..... 몇 번이고 고개를 미적거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멀찌기서 녹색 머리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데쿠다.


"카, 캇쨩.... 사, 사람, 사람 불러올게...."

"...... 너, 여... 기 기억 하겠냐..."

"아니.... 아니... 못 하겠어... 캇쨩. 어떡해..."


퍽 하는 소리가 났던 것도 같다. 바스락하는 소리도 들렸다. 옆에서 누가 얼쩡거린다.  닿는 체온이 익숙해서 마음이 놓였다. 캇 쨩, 캇 쨩.... 정신 차려봐... 울음 섞인 목소리도 왠지 모르게 들어줄 만 했다. 또 우냐 등신아...... 중얼거리니 그 목소리를 잽싸게 알아듣고 


캇 쨩, 정신 차렸어!?
시끄러...... 졸려....
자, 자면 안돼, 캇쨩, 자면 안된댔어.... 


아마 캇쨩 취미가 등산이라는 걸 알자마자 쓴 듯한데....

끝을 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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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고는 말이 없었다. 미도리야가 바쿠고 근처에 앉아 제 손을 잡던 이마를 짚던 아무 말도 없었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처음 바쿠고가 깼을 때,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자길 드디어 죽여야겠다고 난리를 피울 줄 알았다. 그 때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말을 삼킨다. 분노와 절망마저도 삼킨다. 그 날,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울지도 못하고, 그저 한없이 절망하는. 너는 그 때에도 그런 표정이었을까. 미도리야는 말을 삼켰다. 



공다운 공 수다운 수를 좋아합니다.

연약한 바쿠고의 느낌이 나서 캔슬당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문장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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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미도리야는 오른손에 들던 것을 왼손으로 옮겨 잡고 손바닥에 찬 땀을 닦았다. 긴장이 된다. 아마 바쿠고는 자기를 죽일 것이다. 살해당할 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자기가 마치 미네타라도 된 것 같았지만, 미네타는 이런 짓 안 하니까. 이이다와 우라라카가 도와준 제 옷차림은 어색하기만 하다. 교실 문을 연다. 아이들이 다들 미도리야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아프다. 천천히 바쿠고의 옆으로 간다. 바쿠고는 여전히 창밖만 내다보고 있다.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카. 캇쨩!"

"....."


긴장해서인지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갔다. 바쿠고가 흠칫 하더니 옆을 돌아본다. 그리곤 표정이 엄청 이상하게 변한다. 평소보다 좀 더, 뭐야 이 새끼?! 라는 당황이 들어가 있다. 미도리야가 손에 든 꽃다발을 바쿠고에게 내밀었다.


"이, 이-"

"사, 사귀어-"

"이 미친 데쿠새끼가 뭐라는 거야?! 뒈져!!!!!!"


웅영고 1학년 A반 교실은 그렇게 장렬히 폭사했다.



까맣게 탄 몸으로 캇 쨩, 하면서 쫒아가니 이 미친놈이!! 하면서 가감없이 개성을 사용한다. 이이다가 달려왔다. 바쿠고 군! 웅영고의 정신을 훼손하다니! 옳지 않다! 야오요로즈와 세로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결국 바쿠고는 내 멱살을 붙들고는 예전처럼 탈탈 털었다. 이 미친놈이 사람 가지고 장난해!? 죽여버린다! 휙 던져져 바닥에 엎어진 상태로도 미도리야가 외쳤다. 하지만, 나! 캇쨩! 좋아하니까!


고백하는 순간 타죽을 것 같은 미도리야(향년 1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