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무슨 일이야? 뭐라고? 무슨 일로 이렇게 보채는지 모르겠네, 얼굴은 왜 빨개져 있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래, 모르는 차차웅을 만났는데, 이름을 알고 싶다고? 그래, 내가 아는 차차웅이라면 말해줄 수 있어. 외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면 말해 줄게. 아라가 원한다면 점도 쳐 줄 수 있…
빨간 머리에 귀신을 다루는 차차웅이라면 처용 말고는 없을 텐데, 설마 그 녀석 말하는 거 맞아? 아니 왜 굳이 처용을 궁금해 하는가 싶어서… 물론 내가 처용보다 더 오래 살았긴 하지. 그거랑 관계없이 소개 같은 건 못 해 줘.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처용은 포기해. 그는 잭을 오랫동안 보좌했고, 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못 해 안달난 녀석인걸. 잭 곁에 딱 붙어있으니 네 버릇처럼 쫓아다니는 것도 무리일 거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알고 싶은 거지? 내가 아는 건 다 설명해 줄게. 하여간에 고집은 세다니까....
처용은.... 일단 내가 기억하기로는… 꽤 어릴때부터 잭 곁에 있었을 거야. 어쩌다보니 잭을 보러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꼬맹이가 하나 붙어 있어서 저게 뭔가 했거든. 사실 알잖아? 잭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차차웅은 없다는 걸. 그래서 더 충격이었지, 그 잭 옆에서 지낼 수 있는 차차웅이 있다는 게 말야. 그 사실에 너무 놀라서, 막상 그 날 무슨 이야길 하러 갔는지도 잊어버렸지 뭐야.
처용이라고 언제부터 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네. 사실 차차웅들 중에서 제 나이 아는 건 어린 녀석들 뿐이겠지. 나도 내 나이가 기억 안 나는걸. 하지만 그건 기억나. 아라 너도 알 거야. 어느 순간 머리에 강렬하게 와닿는 ‘부름’이 있다는 걸. 그건 잭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거고, 우린 잭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그런데 어느 날, 잭이 우리에게 말했어. 자신이 이제껏 해 왔던, 차차웅의 ‘죽음’ 및 ‘관리’에 관한 업무를 처용이 대리할거라고 말야.
처음엔 정말 놀랐지. 놀란 정도가 아냐, 들고 일어선 녀석이 한 둘이 아니었는걸.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이 든 차차웅들이 꽤나 화를 냈었던 걸로 기억해. 자기보다 약한 녀석을 섬기라는 뜻이냐며. 사실, 그들 중에는 잭보다 더 강한 이들이 있었을지도 몰라. 지금 이렇게 표현해도 의미 없는 말이긴 한데… 왜냐고? 그들은 전부 죽었거든.
소문만 들었을 뿐이라 정확하진 않은데, 잭의 위치를 아는 녀석이 있었다고 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네, 일단 나한테 물어본 건 아니니까. 그리고 잭은 우리와 같은 곳에 살지 않아. 공간 자체가 다른 곳이니까, 거긴 찾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그런데 그 위치를 누가 알아냈고, 잭에게 반대하는 모든 이들이 똘똘 뭉쳐서 잭의 거처에 쳐들어간거야. … 결과야 뭐, 지금 알다시피… 잭이 이겼지. 잭은 반기를 든 모두를 다 죽여 없애고, 처용을 자신의 대리자로 올렸지. 그 이후부터 처용에게 함부로 하는 이가 없었어. 일단 한동안은.
그럼 잭이 뒤를 봐 주고 있으니까, 사실 처용이 약한 게 아니냐고? 아냐. 지금 차차웅 중에서 강하다고 손꼽히는 이들이… 사실 말하긴 싫지만 비각이나… 아니면 이매 정도일 거야. 아마 그쯤 강하다고 들었어. 일단 처용은 귀신을 다루니까, 그 능력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지. 거기다 본인의 힘도 상당할거야. 예전에 사고 치는 차차웅을 처리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차차웅이 투영한 검을 몸으로 받아 부러뜨리더라고… 얼마나 몸이 튼튼한 건지…
응? 사실 네 말처럼 그 차차웅이 약해서 그랬을 가능성도 높긴 해.
슬슬 피곤한 것 같은데, 자지 않아도 괜찮아?
뭐,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 뭐 이야기 정도야 괜찮겠지. 하지만 정말로, 가까이 하려고 하면 안 돼.
그런데, 아라 너는 처용을 언제 봤는데?
정말 큰일날 뻔 했네. 요즘 들어 어린 차차웅들을 노리는 녀석이 많아, 유난히….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뭐, 네 능력이라면 엔간한 차차웅이라도 상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처용이 도와줬다니 고마운 일이네. 그래서, 그렇게 홀딱 빠진 얼굴이었던 거야?
알았어, 알았어. 더 이야기해 줄 테니 보채지 말고.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입고 오렴. 그럼 뒷 이야기를 해 줄게.
가만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더라… 아 그래, 잭이 처용에게 제 일을 맡겼다고 했지. 사소한 소음이 좀 있긴 했지만 말야. 그 이후부터 꽤 많은 게 바뀌었어. 많은 거… 라고 하면 그렇지만. 사실 잭은 엔간히 큰 일이 아니고서야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어서 차차웅들이 사는 세계는 약간 약육강식의 무법지대란 느낌이었어. 서로가 서로의 힘자랑을 못 해 안달이었지. 그런데 처용은 엔간한 일엔 전부 다 나서서 본인이 관리를 하니까, 좋든 싫든 다들 처용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부터 사고 치는 녀석들이 꽤 줄었어.
조용히 살고 싶은 내 입장에서야 잘 된 일이지만, 처음에는 처용한테 덤비는 녀석이 꽤 많았어. 어쨌건 차차웅들 입장에선 제 목에 족쇄 하나가 채워진 셈이었고, 잭에게 직접 도전하기엔… 다들 약하니까 말야. 아, 그때쯤 해서 처용이 싸우는 모습을 봤었어. 꽤 여러 번 봤지. 여기나 저기나 혈기 좋은 놈들밖에 없어서… 사실 엔간해선 몇 초 안에 끝나서, 좀 시시하긴 했어.
어머, 아라야? 자니? 응, 그래, 깨워서 미안해. 더 자. 그래…
아라야. 처용은 너를 알아. 차차웅의 끝이 처용에게 달린 이상, 처용은 너를 알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아라는 처용을 보지 않는 편이 좋아. 처용을 본다는 건 사고를 쳤거나, 사고를 치고 튀었거나… 혹은, 죽었다는 뜻이니까.
내가 혹시나 싶어 점을 쳐 봤는데, 아라 네 앞길은 꽃밭까진 아니더라도 꽤 평온할 상 싶어. 그러니까, 처용 같은 녀석은 보지 말고, 평화롭게 언니랑 꽃길만 걷자.
잘 자, 아라야. 좋은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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