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탈(네이버웹툰)]

[탈 2차 창작 / 아라+하나린] 그대 밟는 모든 것이 꽃이 되어

보랏빛구름 2017. 5. 28. 22:10

? 무슨 일이야? 뭐라고? 무슨 일로 이렇게 보채는지 모르겠네, 얼굴은 왜 빨개져 있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그래, 모르는 차차웅을 만났는데, 이름을 알고 싶다고? 그래, 내가 아는 차차웅이라면 말해줄 수 있어. 외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면 말해 줄게. 아라가 원한다면 점도 쳐 줄 수 있

 

빨간 머리에 귀신을 다루는 차차웅이라면 처용 말고는 없을 텐데, 설마 그 녀석 말하는 거 맞아? 아니 왜 굳이 처용을 궁금해 하는가 싶어서물론 내가 처용보다 더 오래 살았긴 하지. 그거랑 관계없이 소개 같은 건 못 해 줘.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처용은 포기해. 그는 잭을 오랫동안 보좌했고, 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못 해 안달난 녀석인걸. 잭 곁에 딱 붙어있으니 네 버릇처럼 쫓아다니는 것도 무리일 거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알고 싶은 거지? 내가 아는 건 다 설명해 줄게. 하여간에 고집은 세다니까....

 

처용은.... 일단 내가 기억하기로는꽤 어릴때부터 잭 곁에 있었을 거야. 어쩌다보니 잭을 보러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꼬맹이가 하나 붙어 있어서 저게 뭔가 했거든. 사실 알잖아? 잭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차차웅은 없다는 걸. 그래서 더 충격이었지, 그 잭 옆에서 지낼 수 있는 차차웅이 있다는 게 말야. 그 사실에 너무 놀라서, 막상 그 날 무슨 이야길 하러 갔는지도 잊어버렸지 뭐야.

 

처용이라고 언제부터 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네. 사실 차차웅들 중에서 제 나이 아는 건 어린 녀석들 뿐이겠지. 나도 내 나이가 기억 안 나는걸. 하지만 그건 기억나. 아라 너도 알 거야. 어느 순간 머리에 강렬하게 와닿는 부름이 있다는 걸. 그건 잭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거고, 우린 잭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그런데 어느 날, 잭이 우리에게 말했어. 자신이 이제껏 해 왔던, 차차웅의 죽음관리에 관한 업무를 처용이 대리할거라고 말야.

 

처음엔 정말 놀랐지. 놀란 정도가 아냐, 들고 일어선 녀석이 한 둘이 아니었는걸.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이 든 차차웅들이 꽤나 화를 냈었던 걸로 기억해. 자기보다 약한 녀석을 섬기라는 뜻이냐며. 사실, 그들 중에는 잭보다 더 강한 이들이 있었을지도 몰라. 지금 이렇게 표현해도 의미 없는 말이긴 한데왜냐고? 그들은 전부 죽었거든.

 

소문만 들었을 뿐이라 정확하진 않은데, 잭의 위치를 아는 녀석이 있었다고 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네, 일단 나한테 물어본 건 아니니까. 그리고 잭은 우리와 같은 곳에 살지 않아. 공간 자체가 다른 곳이니까, 거긴 찾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아. 그런데 그 위치를 누가 알아냈고, 잭에게 반대하는 모든 이들이 똘똘 뭉쳐서 잭의 거처에 쳐들어간거야. 결과야 뭐, 지금 알다시피잭이 이겼지. 잭은 반기를 든 모두를 다 죽여 없애고, 처용을 자신의 대리자로 올렸지. 그 이후부터 처용에게 함부로 하는 이가 없었어. 일단 한동안은.

 

그럼 잭이 뒤를 봐 주고 있으니까, 사실 처용이 약한 게 아니냐고? 아냐. 지금 차차웅 중에서 강하다고 손꼽히는 이들이사실 말하긴 싫지만 비각이나아니면 이매 정도일 거야. 아마 그쯤 강하다고 들었어. 일단 처용은 귀신을 다루니까, 그 능력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지. 거기다 본인의 힘도 상당할거야. 예전에 사고 치는 차차웅을 처리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차차웅이 투영한 검을 몸으로 받아 부러뜨리더라고얼마나 몸이 튼튼한 건지

 

? 사실 네 말처럼 그 차차웅이 약해서 그랬을 가능성도 높긴 해.

 

슬슬 피곤한 것 같은데, 자지 않아도 괜찮아?

,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뭐 이야기 정도야 괜찮겠지. 하지만 정말로, 가까이 하려고 하면 안 돼.

그런데, 아라 너는 처용을 언제 봤는데?

 

 

정말 큰일날 뻔 했네. 요즘 들어 어린 차차웅들을 노리는 녀석이 많아, 유난히.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네 능력이라면 엔간한 차차웅이라도 상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처용이 도와줬다니 고마운 일이네. 그래서, 그렇게 홀딱 빠진 얼굴이었던 거야?

 

알았어, 알았어. 더 이야기해 줄 테니 보채지 말고.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입고 오렴. 그럼 뒷 이야기를 해 줄게.

 

 

 

가만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더라아 그래, 잭이 처용에게 제 일을 맡겼다고 했지. 사소한 소음이 좀 있긴 했지만 말야. 그 이후부터 꽤 많은 게 바뀌었어. 많은 거라고 하면 그렇지만. 사실 잭은 엔간히 큰 일이 아니고서야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어서 차차웅들이 사는 세계는 약간 약육강식의 무법지대란 느낌이었어. 서로가 서로의 힘자랑을 못 해 안달이었지. 그런데 처용은 엔간한 일엔 전부 다 나서서 본인이 관리를 하니까, 좋든 싫든 다들 처용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부터 사고 치는 녀석들이 꽤 줄었어.

 

조용히 살고 싶은 내 입장에서야 잘 된 일이지만, 처음에는 처용한테 덤비는 녀석이 꽤 많았어. 어쨌건 차차웅들 입장에선 제 목에 족쇄 하나가 채워진 셈이었고, 잭에게 직접 도전하기엔다들 약하니까 말야. , 그때쯤 해서 처용이 싸우는 모습을 봤었어. 꽤 여러 번 봤지. 여기나 저기나 혈기 좋은 놈들밖에 없어서사실 엔간해선 몇 초 안에 끝나서, 좀 시시하긴 했어.

 

어머, 아라야? 자니? , 그래, 깨워서 미안해. 더 자. 그래

 

아라야. 처용은 너를 알아. 차차웅의 끝이 처용에게 달린 이상, 처용은 너를 알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아라는 처용을 보지 않는 편이 좋아. 처용을 본다는 건 사고를 쳤거나, 사고를 치고 튀었거나혹은, 죽었다는 뜻이니까.

 

내가 혹시나 싶어 점을 쳐 봤는데, 아라 네 앞길은 꽃밭까진 아니더라도 꽤 평온할 상 싶어. 그러니까, 처용 같은 녀석은 보지 말고, 평화롭게 언니랑 꽃길만 걷자.

 

잘 자, 아라야.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