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 2차 창작
* 검성법사 / 약간 어두운 검성이가 나옵니다.
* 캐붕에 주의하세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 마음은 추악하며, 엉망이고, 길을 잃어 흐느적대는 어떤 끔찍한 괴물이 더 어울린다.
사랑이라는 것은, 듣기로는 꽃밭을 걷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는 꿈을 꾸는 기분이라고도 설명해 주었다. 술을 진탕 먹고 낄낄거리던 남자는 사랑은 한낱 돈이라고 했고, 그 옆에 선 여자는 물거품이라며 정정해 주었다.
사랑은 그토록이나 까마득했지만, 동시에 상당히 로맨틱한 무언가였다. 다들 사랑을 표현할 때에는 평소에 쓰지 않던 관용구들을 가득 사용했다. 꿀을 바른 것 같다거나, 솜털을 그득 껴안은 것 같다거나. 전부 내가 평소에 쓰지 않던 단어였다. 나는 여전히 길을 잃은 것 같다.
당신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결코 사랑일 리 없어.
형은 늘 아내를 찾는다. 잃어버린 아내, 사랑하는 파트너, 운명의 대상. 그녀와의 생활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행복했는지. 포기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마법을 포기하게 한 위인. 숭배의 대상이자 마음의 조각.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은 저런 것일까 하는 까마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인가. 마치 눈을 감고 앞을 달리는 것만 같은, 그 맹목이 사랑일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리고, 이를 악무는 이 비릿함이 사랑일 리 없다.
그 손목을 비틀고 발목을 꺾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사랑일 리 없어.
형은 나를 보고 말한다. 어디 아픈 건 아니냐? 걱정스런 그 목소리가 듣기 좋지만 괜히 퉁명스런 답이 나간다. 형이나 잘 챙겨요. 거 녀석, 걱정해 줘도 불만이지. 형이 약간 입을 비죽이더니 뒤돌아선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고 한다면 이건 병인가.
어디가 아픈 걸지도 모른다.
이번 퀘스트에선 노숙이 일상이다. 체력이 부족한 탓인지 형은 일찍 잠이 든다. 종일 걸어서 피곤했는지 밥을 먹으면서도 반쯤 눈이 감겨 있었다. 잠자리를 살피고 몸을 옮겨 눕혀 주니 끙끙거리다 곧 다시 잠든다.
무방비하다.
조심스레 머리를 만져 본다. 손을 좀 더 비끄러져 내리면 나와는 달리 제법 부드러운 턱선이, 그리고 그 아래엔 여린 피부가 자리한다. 목에 손을 대면 어쩐지 힘을 주게 될 것 같아, 그대로 손을 내려 천천히 콩콩 뛰는 심장을 지나 저와 달리 조그만 손을 붙든다.
형, 손이 너무 작아요.
그거 알아요? 정말 잘못 잡으면 꺾여버릴 것 같은거.
손을 붙들고 긴 한숨을 내쉰다. 그래, 꺾어버릴 순 없으니까. 이 팔을 짓이긴다 한들 형을 붙들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 갈증에 상상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눈을 뽑아, 손을 꺾어, 다리를 분질러서, 네 옆에 -
이런 마음을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나는 이 감정을 정의하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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