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타등등]

바람이 분다

보랏빛구름 2006. 1. 16. 21:05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망이, 언제 머리를 자른 거야? 긴 게 더 어울렸는데."

보현의 실망 섞인 목소리에 그저 웃기만 하던 태공망은 절벽 아랫쪽을 보면서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그리고는 다시 보현을 보면서 웃는다.

"짧은 머리가 편해. 알잖아. 찰랑거리는 머리는 관리하기도 귀찮고.."

바람에 짧은 머릿결이 살랑거린다. 보현이 싱긋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도 망이 머릿결은 좋은걸. 길었을 때가 만졌을 때 느낌이 제일 좋았는데. 아쉽네."

"하하, 미안한걸."

태공망의 눈이 휘어진다. 보현은 그런 태공망을 바라보다가 복숭아 바구니를 태공망의 품에 안겨주고는 "잠시,"라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로 향했다.

보현의 등을 보자마자 태공망의 눈에서는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미안해.... 너를 잊지 못할 것 같아. 내가 먼저 너의 관계를 잘랐는데, 너를 잊지 못할 것 같아..

잘라진 허전한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차가움에 또 눈물이 흐른다.

아주 조금은 슬퍼해도 되겠지.

그래도 되는 거겠지.

파도소리가 지독하게 귓전을 때린다. 슬프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망아, 비가 오는.... 망아...?"

갑자기 쏟아진 비에 당황한 보현은 태공망을 껴안았다. 몸이 젖어 있다. 푹 젖어 있다.

"망아, 비 맞아. 얼른 들어가자.."

"아냐, 비가 내리지 않아. 나에겐 내리지 않아."

태공망이 보현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 눈이 텅 비어 있어서 슬펐다. 눈이 푹 젖어 있었다.

"괜찮아. 나 괜찮아. 정말로..."

"왜 그래..? 망아....?"


비가 나에겐.. 내리지 않을거야... 난 괜찮으니까.. 절벽 아래에서 울고 있던 그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울지 않는 거야... 비 따위 내리지 않을거야..

그럴거야.. 그럴거야...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우리 사랑을 절대 과거로 이야기하지 않기.'

그가 나에게 말한 것이다. 절대 과거로 남겨두지 않기. 영원한 사랑을 돌려 말한 것일 것이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의 정표로 목걸이를 주었다.

하지만 그 목걸이는 더이상 나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않는다.

'헤어져-'

'.어... 어째.. 어째서,..? 어째서!'

'... 내 마음 또한 네가 가져가... 더이상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사숙!'

그래ㅡ 너는 끝끝내 나를 사숙으로 불렀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너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건 잘못이 아니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보현은.... 이미 나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

너의 마음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어째서 나는 네가,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지?

어째서 너는 나를 동경으로 밖에 쳐다보지 않는다고 느끼는 거지?

그것이 사랑인가?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그래서 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어쩌면 나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느낌을 받고 두려운 마음에 먼저 그 사이를 끊어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몰랐던 바보는 나였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그 후에 나는 보현과 사귀었다. 그는 알 수가 없다. 궁금해서 한번 찾아가 보았다.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하얗게 질린 표정. 얼마나 자지 않고, 얼마나 먹지 않으면 그런 모습이 될까.

그에게 친구로써 어울리는 말을, 나에게 맞는 말을 던졌다.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따스해 지는 듯 했다.

하지만 보현이 들어오자, 그 표정은 순식간에 슬픔으로 바뀌었다.

그런 모습을 보기 싫어서 그만 나가 버렸다.

하지만 후에 그가 잠시 바깥으로 나운 모습은... 애처로워서,

그래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꽤나 놀란 듯 했지만... 기뻐했다. 대략 3분도 안 되는 짧은 대화였는데...

그리고 뒤돌아서는 나의 등은 아마,

그의 눈에 비추어졌을 때 차가웠을 것이다.

내가 떠났을 때,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것처럼.

방금 전, 그의 집무실에서 나왔을 때처럼.

살짝 뒤돌아 본 그의 눈에 비친 나의 뒷모습에서 본 과거의 시간들은

너무나 차가웠다.

과거의 시간은 차가워서 슬프다.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



『내게는 소중했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그의 잠자리에 살짝 가 보았다.

그는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자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붓대를 놀리는 그의 손은 간간이 떨리고 있다.

알고 있다. 그는 항상 불면증에 시달렸다.

항상 밤에 내 방에 몰래 찾아오곤 했다. 내가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항상 내 침대 아래에서 눈을 잠깐 붙이곤 했다. 그리곤 돌아가서 자곤 했다.

지금도 그는 불면증을 앓고 있나보다.

그의 방에 있는 하얀 통들은... 수면제인가... 그의 몸이 잠시 흔들린다. 그러더니 비틀거리면서 침대에 가 눕는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다.

바보녀석... 왜 저 꼴인건지.... 왜 스스로를 자학하지 못해 안달난건지....

녀석은 잠시동안 망연자실하게 누워 있더니 잠이 들었다.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슬프게 느껴져 몰래 방에 들어가 보았다. 얼마나 일처리를 한 건지 먹이 반쯤 닳아져 있었다.

녀석의 옷가지를 바로 해 주고 이불을 덮어 주면서 보니 녀석의 손이 무언가를 꼬옥 쥐고 있다.

슬쩍 떼려고 해도 강하게 쥐고 있어 놓여지지가 않는다. 간신히 떼고 보니..

내가 준 목걸이다.

....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녀석은 나와의 추억 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가슴이 언젠간 찢어져, 나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틀렸다.

그는 내가 피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절대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독에, 스스로의 아픔에 자신을 죽일 것이다.

이건 비극이다. 내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억지로 잊어버린 추억들을

그는 모두 간직하고 있고, 품고 있다.

내가 깨어버린 추억의 조각을 그는 손에 상처가 나고 곪으면서도 한 조각 한 조각 줍고 있다.

가슴이 아파온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


다음날에 몰래 그의 방에 찾아가 보았더니 텅 비어져 있다.

집무실에 가 보니 그는 여전히 일에 바쁘다. 목걸이가 그제서야 보였다.

내가 온 것을 알자, 또 웃으면서 오셨어요? 라는 말을 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눈 밑이 까만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점점 야위어 가는데

어째서 나를 보면 그 웃음을 짓는 거냐.

고개를 까닥이고는 얼른 보현에게로 돌아가 버렸다.

그와 헤어지며 잘랐던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슬프다.

녀석을 보는 가슴이 아프다.

여전히 가슴은 뛰고 있다. 두근두근함이 느껴진다.


『눈물이 흐른다』

결국, 울어 버렸다.

멍청해, 멍청해.

너도 나도 멍청해.





....





나는 너를 사랑해. 아직까지....















=-=-=-=-=-=-=-=-=-=-=-=-=-=-=-=-=-=-=-=-=-=-=-=-=-


아직까지 서투른 소설.

노래 가사로 소설짓기는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입니다^^

여전히 태Ⅹ양 커플 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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