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타등등]

[탑블레이드] 오랫만이야-.

보랏빛구름 2006. 2. 27. 21:33













"강민-"

"레이?"


강민은 할아버지에게서 "검도 연습을 게을리하다니!" 라는 꾸지람과 함께 사흘간 탑블레이드 금지령을 선고받고는

기운없이 검도장으로 가려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강민,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할아버지가 탑블레이드 금지령을 내리셨거든. 가끔 보면 밉단 말야?"

"으응~ 그렇구나.. 아 아무튼 오랫만이야."

"응. 세계대회 끝나고 난 뒤부터 못 만났으니까. 뭐.."


레이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강민이 들고 있던 목검을 빼앗듯이 낚아채 들었다.

묵직했다.


"그나저나- 레이 넌 웬일이냐?"

"어, 너도 볼 겸. 겸사겸사 카이도 볼 겸 해서 말야. 같이 갈래?"

"어?"


강민이 놀라 레이를 바라보았다.


"카이녀석, 영재교육 받느라 외국 가 있는 거 아니야?"

"어..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돌아왔거든."

"그래? 그럼 보러 가야지~ 카이녀석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한걸?"

















".............."

"반가워, 카이. 오랫만이지? 세계대회 끝나고 나서니까..."

"그나저나 이 과자 되게 맛있다?"


카이는 얼굴을 찌뿌리며 옆에 있던 비서에게 과자를 좀 더 부탁하고서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레이는 양복입은 카이의 모습이 웬지 어색해보이는지 이리보고 저리보며 피식피식 웃기를 계속했다.


"그래, 오랫만이야. 레이. 강민. 그나저나 맥스는 보이지 않는군."

"미국에서 안 왔어. 연락이 안 되더라고."

"어, 내가 연락해줄 수 있는데."

"하하, 한 번도 연락 안 한 사람이 있는데 뭐."


카이를 바라보는 레이의 눈이 수만가지 말을 담고 있는 것 같다.


"..... 다음엔 내가 연락하도록 하지...... 헌데, 무슨 일?"

"무슨- 얼굴 잊어먹을까봐 만나러 왔지. 어, 강민?"

"응?"


비서를 따라가는 강민을 보던 카이는 약간 어이없는 표정이었으나, 레이는 그럼 그렇지- 란 표정으로

시선을 다시 카이에게로 옮겼다. 카이는 여전히 약간 굳은 표정이었다.


"뭐야, 카이. 더 무뚝뚝해졌잖아. 하하- 혹시 그 양복 때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이는 현재,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듣기로는 방금 전까지 회사 간부와 대화를 하고 왔다고 한다.

영재교육 한다더니 무섭게 한다- 라는 인식이 드는 순간이었다. 레이가 투덜거렸다.


"에에- 차라리 예전에 여행할 때가 훨씬 더 귀여웠다고 보는데.."

"내가 뭐가 귀엽다는 거야!"


발끈하며 벌떡 일어서는 카이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띄었다.

흥분했다..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레이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하하,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자자, 앉아, 앉아."


카이의 옆에 선 레이는 카이를 반 강제로 어깨를 짚어 앉혔다. 풀썩 주저앉게 된 카이의 표정은 약간 찌뿌려졌다.


"뭐야, 레이....."

"역시, 그것 때문이로구나?"

"응?"


카이가 '뭘?' 이라는 표정으로 레이를 올려다보았다. 레이는 고개를 이리갸웃 저리갸웃 하더니 천천히 카이의

윗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야!!!!"


카이가 레이의 어깨를 확 밀쳤다. 하지만 레이가 카이의 양복을 꽉 쥐고 있었기에 단추가 후두둑 뜯겨나갔다.

잠시 비틀거리던 레이는 곧 중심을 잡고선 당황한 카이의 상의를 확 벗겨버렸다.


"그것 봐. 그게 너라니까. 하하하, 너 그 포즈 오랫만에 본다?"


레이는 속시원한 듯이 웃고 있었다. 어느새 카이는 옛 버릇대로 레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를 내고 있었다.


"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카이에게 다가간 레이는 맨 윗부분까지 꽉 채워져, 숨이 막힐 듯 보이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 답답한 옷 입고 뭐 하는 거였어?"

"......... 시끄러..."

"아무튼, 너도 꽉 막혔다니까..."



다시 의자에 앉아, "주스 한 잔 더 줘." 라고 말하는 레이를 보며 카이는 피식 웃었다.

재회 후, 처음으로 보는 미소라는 생각에 레이도 기분좋게 웃었다.


















"........ 네 녀석에게 줄 건 없어. 옷값이나 물어내. 이거 값 상당히 비싼 거다."

"어, 그건 너무한데. 째째하긴."

"시끄러. 아님 내가 반짇고리 들고 꿰메란 소리냐."

"그건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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