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fate관련/-[fate]애절함 30제(금궁)

23 つめたい手 (차가운 손) つめたい手

보랏빛구름 2008. 7. 10. 19:47
 

아프다.


아프다.


묘한 기분이었다. 서번트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같은 감각을 느낄 리가 없을텐데, 아프다.


아, 나 어떻게 되버린 걸까… 스스로를 비웃는 것조차 힘겨웠다. 세상이 빙빙 돈다.



열이 올라서, 아쳐는 까무룩 다시 잠들어 버렸다.







23 つめたい手 (차가운 손) つめたい手







“어떻게 된 걸까, 아쳐.”


린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아직 시로와 사쿠라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시로와 사쿠라 둘 다 조금 빨리 학교에 갔을 것이다. 며칠 뒤가 시합이니, 잔뜩 긴장해 있겠지.


묘한 건 아쳐의 행방이었다. 요즘들어 토오사카 저택에 잘 가지 않아서, 거기에서 지낸다는 아쳐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러 갔었다. 그런데, 아쳐는 없고 저택은 텅 비어 있었다. 덧붙이자면 왠지모르게 결계가 약해진 느낌도 들었다. 요즘 이것저것 뒤처리할 게 많아 에미야 저택에서 살았던 탓인지 아쳐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저택이 황량하단 느낌도 들었다. 아아, 마음은 유리인 기사님께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걸까.


…그날 밤 이후로, 자신은 토오사카 저택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비참한 시간을 시간이 지워주길 바라며. 그렇지만 그게 잊힐 리가 없다. 린은 끔찍한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마음의 군살 따위, 남겨두고 싶지 않다. 그 일은 적어도, ‘아쳐’에게 유효한 일이었다. 자신은 그저, 평소 때처럼 있어주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정신나간 의식은 발을 멋대로 옮겨, 린은 토오사카 저택 근처에 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 방치.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결국, 린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 날의 빗물은 흔적으로도 남지 않았을 저택의 현관을, 그녀는 밟고 싶지 않았다.










아쳐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라고 랜서는 중얼거렸다. 린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감기? 서번트가 감기에 걸리다니, 실격 아냐? 라고 묻자, 랜서는 수육한 서번트를 인간으로 좀 봐 달라며 틱틱거렸다.


“어떻게 안 건데?”

“아아, 그 녀석 아르바이트 하고 있거든. 나도 며칠 전에 알았는데 말야, 잡다한 거 맡고 있더라고? 어라? 아가씨한테 말 안 한거?”

“… 잡소리는 빼줘. 감기 걸린건 어떻게 알았는데?”

“어제 그녀석 아르바이트 끝났을 때, 잠깐 봤거든. 녀석은 못 봤을 테지만. 얼굴 빨개지고 걸음 비틀대고 축 늘어져 있으면 감기 아닐까? 예전에 금삐까 녀석이 겨울에 거리를 휘젓고 다니다가 걸린 걸 본 적 있거든.”

“…….”


린은 마시고 있던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토오사카 가의 가훈따위, 잠시 접어두자. 그렇지 않으면 린은 정말로 찻잔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부러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아, 이 바보같은 서번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픈 것까지 숨길 정도로 만만해 보였던가. 린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선 랜서를 노려보았다.


“미안하지만 랜서, 부탁이 하나 있어.”

“…간드만 쏘지 않는다면 들어주지.”


린의 살기어린 눈초리에 랜서는 후다닥 대답했다. 분명, 지금 간드를 쏘면 랜서는 죽는다. 아니, 나름 서번트니까 안 죽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저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전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나에게 엑스칼리버를 쏴 줄 얼굴인걸. 창백한 표정으로 랜서는 입꼬리를 올렸다. 완전히 굳어버린 표정.


“금삐까, 우리 집으로 처 넣어줘.”


…네?














아쳐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간신히 눈을 떴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아르바이트, 빠져 버렸네. 망연히 손을 휘저었지만, 온몸에 격통이 달린다. 춥다. 물수건이라도 가져 와야 할 텐데. 손가락만 까닥 해도 온몸이 아프다. 욱신거린다. 이런 아픔은 꽤나 오랜만이라- 아쳐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지만,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찬물이라도 마시면, 낫지 않을까. 휘청거리는 몸을, 벽을 짚어 간신히 일어섰다. 그렇지만, 곧 주저앉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몸을 받치던 팔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힘이 빠진 팔을 억지로 가누려다 실패해, 옆에 있던 탁자의 병들을 몽땅 깨뜨렸다. 깨진 병에선 묘한 향기가 난다. 힘이 없다. 아파. 축 늘어진 몸을 카펫도 깔리지 않은 바닥에 눕힌 채, 아쳐는 망연히 몸의 통증을 자각했다. 돌로 이루어진 바닥은 무기질의 한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추웠다. 덜덜덜, 온몸이 미친 듯이 떨린다. 추워. 감기약을 먹을까. 아이에게 좋지 않겠지. 감기도 아이에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어차피 마력으로 생성되는 아이인데 약의 영향을 받을까. 5개월쯤 된 아이니까 심장이 자라고 있겠지. 이 악물고 버텨야 할까…. 마비된 머리는, 멋대로 생각을 확장시킨다. 추위를 조금 덜기 위해, 침대 시트를 힘겹게 끌어서, 배에 덮었다. 그런데, 오한이 멎지를 않는다.


“…아….”


수육이란 게 이렇게 불편한 거였던가. 차라리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던 서번트가 나았을까. 추워. 추워. 추워. 이를 앙다물고 일어나 보려고 하지만, 늘어진 몸 어느 한 구석에도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추워…


“추워…”




그 때,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결계를 쉽게 해제한다. …린인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웃어버렸다. 바보같이.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 동료도, 어느 무엇 하나 남지 않는다. 자신의 곁은 그래서, 늘 비어 있었다.


… 추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쳐는 다시 까무라쳤다.





















길가메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귀찮은 일을 어째서 짐이 맡아야 하는 건가! 라고 화를 내 봐도, “삼시세끼 마파만 처먹여주기 전에 가 주실곳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사쿠라의 뒤에 분명 검은 띠가 일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뒤에 랜서가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해하고 있던데, 대체 무슨 일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여튼 결계를 열고 들어간 집은 의외로 사늘했다. 그 서번트인지 버틀러(집사)인지 모를 녀석의 집이라길래 제법 화기애애한 줄 알았더니, 썰렁하다. 아무튼 감기 걸린 녀석만 조금 챙겨주면 된다 이거지. 감히 짐을 뭘로 보고… 라는 생각은 곧, 사쿠라의 미소에 지워졌다. 절대 그 계집이 두려운 건 아니다. 마파가 두려울 뿐… 이라고, 자기세뇌를 걸며 길가메쉬는 방 하나하나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어느 방이든지 잘 정리되어 있다. 손으로 훑어내려도 먼지 하나 없다. 사용하지 않는 방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음에 길가메쉬는 순수히, 감탄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방문을 열었을 때, 방안은 제법 엉망이었다. 아니, 이제껏 봐 온 방이 도를 넘을 만큼 깔끔해서, 대조 효과 때문에 더 그래보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바닥에서 침대 시트를 덮고 쓰러져있는 페이커가 있었고, 침대 위의 이불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덧붙이자면, 선반 위의 물건들이 몽땅 깨져서 내용물을 흘리고 있었다. 향수인가. 지독한 냄새에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제서야 녀석의 거친 숨소리를 인식했다. 아픈가. 슬쩍 이마를 짚어보니, 심하게 뜨겁다. 감기? 서번트가 감기? 진짜인거야?


정신을 잃었는지 축축 늘어진 녀석을 다시 침대로 옮기려다, 멈칫했다. 침대도 식은땀으로 잔뜩 젖은데다 차가워서, 환자를 놓기엔 그닥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젠장, 페이커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다. 마력만 계속 보충받는다면, 감기 따위로 죽을 리도 없다. 그런데, 그냥-


-페이커답게 저열하군. 꺼져라, 짐을 우롱하는 건가.


…아팠던가.


길가메쉬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그곳에 있던 벽장을 모두 열어젖혔다. 그리고 이불을 꺼내, 아쳐를 둘둘 말았다. 짐덩어리 옮기듯 어깨에 들쳐매고 갈 생각이었지만, 그 갈빛의 피부마저 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심한 열에 그냥 들쳐안았다. 다른 방으로 옮기는 게 낫겠군.


향수의 향기가 옮아서 그런지, 녀석에게선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준 뒤 삐져나온 녀석의 팔을 이불 안으로 넣어주려다 잡은 녀석의 손은 차가웠다.

녀석의 입에 물려준 온도계는, 41도를 가리키며 삑삑거리는 잡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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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쓱싹.

 

요즘 글이 써지지 않아서 죽을 맛입니다

 

덧붙이자면 오늘 별나게 아팠습니다. 지금도요. 몸살 같더군요.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