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 전 바람의 검심에선 에니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생각할 꺼리가 가장 많거든요. 다음은
시시오구요. 사가라 사노스케나 시모노리 아오시도 취향입니다. 히코 세이쥬로도 좋구요.
커플로 따진다면 사이토X아오시 정도일까요. 사노스케는 글쓰기는 재밌겠는데 커플은 딱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전 에니시 총수를 지지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엔 없군요 ㅜ_ㅜ
여튼, 에니시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낸 소설 갑니다. 안구테러라고 말씀하셔도 전 귀 막고 못 들은 척 하렵니다.
ps. 몇년전에 쓴거라 개발괴발에 스토리는 없습니다........... 진정 나는 괜찮다! 라는 분만 보시길 권장합니다 ㅠㅠ
그것은, 우연 치고는 상당히 작위적이었다. 왜냐하면 사이토는 이미 에니시를 쫓을 마음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빨 빠진 개를 쫓을 여유 따위가 있으면 시시오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게 그의 일념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비치는 그 은빛 머리카락은-
-인벌의 시간이다.
분명히, 유키시로 에니시였다.
일단 데려왔다. 서(署)가 아니다. 자신이 머무는 거처다. 굳이 에니시를 서에 데려다주지 않은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인정한 숙적, 발도제가 그를 놓아주기를 바라서였기 때문도 아니고, 그가 더 이상 자신이 잡을 적이 아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변덕이었다.
단지,
광경맥- 온몸에서 튀어나오는 신경들을 바라보았던 그 때의 전투와, 아무런 경계 없이 풀려서 잠들어 있는 지금의 에니시. 그 괴리가, 묘하다고 느꼈을 뿐.
“누님….”
쯧-
그 누님을 못 잊어 끝끝내 스스로의 몸까지 망가뜨려 놓고서도, 그는 누님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못했다. 그것은, 애정이라기보다 집착. 사랑받지 못한 어린아이가 마지막으로 갈구하는 오아시스- 같은 건가. 사막의 오아시스는 신기루이기 쉽다. 신기루에 빠진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그 곳에 도달하려 노력한다.
도달하면 잡히는 것은, 허무한 모래바람일 뿐인데도.
“신경쓸 건 없나….”
그러다가, 귀에 눈이 갔다. 제 스스로 반고리관을 뜯어낸 상처는, 모래와 섞여 이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씻지도 않고, 무슨 꼴인 건지. 혀를 차며, 사이토는 바깥으로 나갔다.
악.즉.참(惡卽斬). 이란, 신선조의 정의가 떠올랐다.
약과 붕대를 사 가지고 오니, 에니시는 일어나 있었다. 가려고 한 건지 이불은 이리저리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그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일어났나.”
“…….”
에니시는 빤히,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경계와 의심이 가득 섞여 있어, 그 경계를 풀기 전까지는 녀석에게 다가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잠깐 기다려라. 데운 물을 가져오지.”
“필… 요 없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힘겹게, 에니시는 운을 떼었다. 하지만 사이토는 전연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별달리 손댄 거라고야 다리 아래의 거지소굴에서 들어다가 이곳 침대에 눕힌 것 말고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약을 쓰지도 않았다. 약을 쓸 줄 모르는 게 사실이기도 했고.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만?”
“…왜, 몸이….”
아아. 그제서야 사이토는 납득했다. 에니시는 일어나서, 낯선 장소에 있음을 깨닫자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겠지. 사이토는 에니시의 손목을 잡고 대충 몸을 훑어보았다.
“그런가… 그렇군.”
“뭐…?”
“지금은 네 긴장이 풀린 상태인 것 같다. 너는 저번 싸움에서, 몸이 잠들어도 뇌는 깨어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거다. 이젠 피곤한 뇌가 긴장에서 벗어나자, 휴식을 요구하는 것 같군.”
“바… 보같…은 소릴….”
“대충 그렇다는 거다. 일단 기다려. … 움직일수도 없겠지만.”
그러고선 사이토는 곧 부엌으로 향했다. 따뜻한 물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에니시가 반쯤 정신을 차렸을 때, 사이토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더니 에니시를 다시 안아들고서는 바깥으로 향했다.
“무슨-,”
“씻으라는 거다. 그 꼴로 치료받을 생각은 아니겠지.”
에니시는 그 상태로, 욕조 옆에 걸터앉은 자세가 되었다.
“목욕하는 것까지 수발 들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해라.”
탁 - 문이 닫힌다. 에니시는 피식 웃었다. 손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꼴로 무슨 목욕이라는 거야… 빌어먹을 자식.”
에니시는 이를 빠득 갈았다. 하지만, 힘없는 몸은 늘어지기만 할 뿐.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도모에가 생각난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누이. 언제냐 상냥하게 물어봐주던 누이. 청혼받았다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하지만 기쁜 듯이 말했던 누이. 칼잡이 발도제와 떠나버린 누이.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죽은 누이.
“왜…”
누님.
“왜 죽은 거예요….”
누님이 없으면, 나는 살기가 이렇게나 힘든데. 숨쉬는 것 자체가 죄악 같은데. 누님의 일기장을 보고나서, 누님의 진심을 알았기에 더 이상 발도제를 죽이러 갈 수도 없다. 누님이 선택한 죽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복수할 생각도 없다. 그러면 나는- 왜 살아야 해? 더 이상 웃지 않는 누님과, 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 삶에서 나는 왜 살아야 해?
“왜…”
뺨에 한 줄기 호선이 그어진다.
“…….”
사이토가 다시 목욕탕에 들어왔을 때, 에니시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혀를 차면서도, 옷을 벗기고 아직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몸은 축 늘어졌다. 그렇게 몇 분을 직접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 다시 방으로 옮긴다. 그러면서도 사이토는,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이 꼴이면 그래도 나잇값은 하는 것 같군. 나이는 스물셋이나 처먹어서 하는 꼬라지는 여덟먹은 애들이나 할법한 장난질이라니.”
에니시의 숨은 고요했다. 터진 귀에 약을 바르고, 거즈로 덮어 대충 치료해둔다. 몸에 난 다른 상처들도 약은 발라뒀다. 후에 약을 씻어버리든 내버려두든 더 이상 사이토가 관심가질 바는 아니었다.
울 것 같았던 에니시의 표정이 조금 평안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팔의 상처에 대충 붕대를 감고 있던 사이토의 손을 꽉 쥐었다.
“음…?”
잠결이었다. 잡은 손의 힘은 미약했다. 뿌리치기는 커녕 손만 빼도 빠질 만큼의. 하지만 사이토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감던 붕대를 대충 마무리한 뒤 그대로 끝까지 있어주었다.
외로울테니까.
한 번만, 예외로 해 두겠다.
그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든 에니시의 표정은 평안하기 그지없어, 과거 도모에와 만났을 때의 에니시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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