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타등등]

[타이포프] 5년 뒤의 만남.

보랏빛구름 2010. 1. 11. 23:55

 

 

네 저는 몇년전만해도 이런 소설 쓰는 녀자였구 'ㅅ'

 

파란블로그에 올리다가 멀티블로그 관리하기 귀찮아서 여기로 옮기네요 ㅋㅋ

 

뭐랄카......... 상당한 병맛을 자랑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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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좋아한다’ 라는 말과 달리, 나의 마음을 꿰뚫듯이 가리키는 그 말을, 녀석을 가리키는 말과 같이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내 심장을 배반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에게라도 그 말은 쓸 수 없다.

내 심장이 터져버리더라도,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깨닫고 있었다.



“… 차… 찾았다….”


포프는 울컥 죽은 피를 토해냈다. 사기(邪氣)가 가득 찬 이 공간에서 인간이 숨쉬기란 힘든 일이었다. 대마도사인 포프조차 간신히 버티고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런 상태로 마계 모든 곳을 뒤졌다. 성수는 바닥났고, 마력회복제 따위는 이미 사기에 물들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상태로 포프는, 미친 듯이 돌아다녀, 드디어 도착했다.


“타이…!”


이름을 불러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미약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간신히 들을까 말까 한 목소리였다. 다시 한 번 더 이름을 부르려는 찰나에, 포프의 입에서 또다시 피가 쏟아졌다.


“쿨럭! 제…젠장…!!!”


무력하다. 포프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다가가려는 곳에서는 끝없는 사기와, 자신에게 익숙한 투기가 뻗어나왔다. 살기와 투기가 미친듯이 섞여 나뒹구는 그곳으로 좀 더 다가가는 순간 몸이 찢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지워졌다.


저곳에, 그가 있다.


얼마나 자랐을까. 포프와 헤어졌을 때 그는 고작 열둘밖에 안 되었다. 포프 자신도 겨우 열다섯 남짓 되어 어린티를 벗을 둥했던 소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대마도세의 실력에서 미친 듯이 노력했다. 지금은 메드로아를 수십 방이나 쓸 수 있을 만큼 마력도 상승했다. 체력도 늘었다. …지금 상태에선, 숨 쉬기도 힘들지만 견딜 수 있었다.


“너를… 봐야…!!”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아니, 전할 생각따윈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타이는 마법을 잘 못 쓰니까, 내가 곁에 있어줄 수 있어.







기뻤다. 그것 하나로 미친 듯이 마법수련을 했다. 궁극적으로, 메드로아에 미나카토르를 섞어 쏘는 파사소멸마법까지 완성시켰다. 그 날, 이제는 그를 찾으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던가. 그리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차원의 왜곡과 시간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 이곳까지 왔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떠나기 직전 벗들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난 뒤 마암이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나오자, 흉켈이 기다렸다는 듯이 포프를 막아섰다.


“…말릴 생각이라면, 그냥 비켜줘.”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차피 갈 상대라면 다른 이야길 해 주지.”

“뭐냐…?”


사실, 아팠다. 같이 가겠다는 이들을 모두 뿌리치는 포프의 마음도 성하진 않았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이 피눈물나게 흘러갔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다가 타이를 만나게 되면, 자신의 변덕스런 감정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겁이 났다. 그런 추한 꼴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 어째서, 내 휘성석은 ‘용기’를 상징하는 걸까. 나는 겁쟁이인데. 이 마음이 들킬까봐 두려워 숨기고 또 숨기는 이런 겁쟁이인데. 왜…


“녀석을 만나거든 꼭 데려와라. 이곳에.”

“헤헤… 당연한 거 아니냐.”

“그래야 네 녀석도 제정신을 좀 차리겠지.”

“……!”


그제서야 감지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흉켈도 포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언제 들킬 행동을 한 걸까.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인식했는지, 흉켈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녀석의 마음 따위야, 애초부터 알고 있었어. ‘기억도 없는 용족 꼬맹이’를 위해 메간테를 썼을 때부터.”


몸이 떨린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마암과, 크로커다일과, 흉켈과…

타이.


설마,



“그녀석도 어렴풋이라면 느끼겠지. 하지만 확실히는 모를거다. 그러니까 잡아와. 잡아와서, 알려줘라. 네 입으로.”

“하하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빨리 돌아와라.”

“…고마워, …흉켈…….”





빌어먹을.

마법사는 쿨해야 한다고요? 스승님이 틀렸어요…


마법사는, 

자신의 심장도 조종할 수 있었어야 했어요…










아프다.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투기를 따라갔다. 마지막 발버둥인 듯이 커다란 빛이 쏟아져내렸다.


“타이-!!!!!”


이제 목이 망가져도 상관없어. 지금 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너는 이 빛과 함께 또 사라져버릴 거잖아.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건 사양이야. 어서, 대답해줘.


“타, 이!!”


쿨럭, 숨이 막힌다. 사기가 온몸에 퍼져온다. 앞이 안 보인다. 눈이 침침하다. 거대한 사기가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소멸했다. 분명 불사의 명왕 베르자였겠지.

그러니까, 타이. 넌 살아 있는… 거…


손을 뻗었다. 막막한 어둠과, 한기와, 차가움만이 손끝을 시리게 했다. 또 잡지 못한 걸까. 어라, 세상이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이번에는 얼마나 걸어야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눈을 떴다. 뭔가 눈이 부시듯이 밝아서, 온몸이 아파왔다. 부러졌다가 임시로 회복시킨 다리가, 찢어진 허벅지가, 마족에게 공격받아 생긴 모든 상처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숨을 내쉬기가 편하다. 이곳은-

지상(地上)이다-…


주위를 둘러 본다. 차원왜곡의 주문을 외웠던 큰 나무 아래였다. 돌아와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놓칠 수 없었다. 자신의 느낌이 맞다면, 분명 타이는 그곳에 있었다. 다시 한 번, 그곳으로 가야 한다. 차원왜곡의 주문을 떠올리며, 포프는 욱신거리는 상처들을 잊어버렸다. 괜찮다. 그런 상처는, 자신의 길을 방해하지 못할테니까.


“기다려, 이제 곧-”

“어라, 포프, 일어났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타…이…?”

“포프?”

“타이… 라고?”

“아… 나 말야. 키 컸거든. 봐봐, 지금은 포프보다 크지? 그래서 못 알아봤나?”

“진짜… 타이? 진짜야?”


포프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그 우는 버릇은 아직까지 못 고쳤구나… 란 생각에 타이는 웃으면서 포프의 등을 두드렸다. 그 온기에, 포프는 그제서야, 타이가 왔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제… 만났구나… 흑, 어떻게… 거기서…”

“그만 울어…. 나도 놀랐어. 명왕 베르자를 물리치고 나서, 이상하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길래 달려왔는데 포프 네가 쓰러져 있길래… 얼마나 놀랐는데. 어떻게 된 거야?”

“찾으러 왔지, 멍청이! 네가 떠난지 몇 년이 지난 줄 아냐? 무려 5년이야!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는 해?! 왜 그곳까지 날아간거야!!”

“어, 어쩔 수 없었는걸. 그래도 이걸로 용의 기사로써의 사명은 끝났어. 이제야….”


타이는 속시원한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포프는 타이의 몸도 엉망진창임을 알아냈다. 허둥지둥 베호이미를 쓰려고 하자, 어느새 큰 손이 포프의 손을 잡았다. 옛날에는 굉장히 작은 손이어서, 잡을 때마다 부드러웠던 그 손. 어느새인가 포프보다 더 커다래져서, 기댈 수 있으리만치 든든한 느낌을 주는 손.


“흐어엉-.”


울음이 나왔다. 타이는 천천히 포프를 껴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 돌아왔어. 다시는 떠나지 않을게. 그러니까 괜찮아.


그 속삭임에,

안심해버린 자신이 있다.


포프는 눈을 감았다. 조금만, 조금만 이대로 있어줘. 그리고…

말해도…

괜찮을까…?





























ps.1.


"그런데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온거야?“

“아, 그거? 베르자가 죽은 뒤에 공간이 왜곡되어버려서 빨려들어갔었거든. 눈 떠보니 여기더라고. 근데 포프 네가 눈을 뜨지 않길래 물을 뜨러 갔었어.”

“네 상처가 더 심한데, 좀 쉬지… 회복시켜줄 테니까 앉아있어.”

“괜찮으니까, 먼저 치료하고 있어. 약초 좀 뜯어왔으니까, 난 이거 바르면 나아.”

"바보같이…! 시끄러! 무조건 치료 먼저야!"


말도 안 돼- 라고 말하려던 타이를 누르려던 포프의 손이 멈칫했다. 이렇게 앉아있는데도, 키 차이가 느껴진다. 예전에는 어깨까지 팔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머리를 누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머리와 비슷한 위치에 놓여서, 누르기도 힘들어 보인다.

 

"여튼, 앉아 있어."

 

웃으면서, 포프는 일갈했다.






ps.2.


“둘은 아마 좀 있어야 돌아올 것 같아. 마력이 감지되는 걸 보니 가까이 있긴 한데 지금은 가면 안 되겠지.”


토베루라를 쓰려던 레오나를 붙잡으며 마암이 방긋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크로커다일과 흉켈은 갑자기 등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감과 싸워야 했다고 전한다.


“어머, 너희들 뭐 해? 타이의 마력을 감지하면 몇이나 달려들 것 같아?”

“당연히 많겠지.”

“그럼 쓰러뜨려야지!!! 저 세기의 만남에 훼방놓는 것들은 용서못해!”

"만나면 안 될 일이라도 있는-?!"

 

마암이 느긋하게 중얼거리는 크로커다일을 한 방이 쳐 기절시킨 뒤에,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흉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물론 발에는 조금 자란 치우가 밟혀 있었다. 미리 막는다는 건가… 장하다, 마암!


“아군을 공격하라고?”


어이없다는 듯 늘어진 질문이 돌아왔다.


“아, 그건 그렇네.”


다시 곰곰이 고민하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암을 이번엔 레오나가 툭 치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마암에게 무언가를 귓속말로 전달했다. 그러자, 마암이 손뼉을 짝 치더니, 레오나의 손을 잡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외쳤다.


“어머, 그게 있었네요?”





그 뒤, 몇 시간 동안이나 레오나는 미친 듯이 라리호마(적 전체에게 거는 수면 마법)를 썼다. 그 끝없고 방대한 마력-동인의 힘이 아니면 결코 나오지 않을 것-에 흉켈은 경악했다고 한다. (덧붙여 흉켈도 못 견디고 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