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런 감정을 가졌었느냐고 물을 때, “네” 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처음에 비친 감정은 공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 때의 나는 아직까지, 내가 마피아 두목이 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런 현실감도 없이 두둥실 내 곁에 떠다니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들어, 차라리 나는 그 때 내가 져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가졌었다.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다치는 건 더 싫어서, 어찌보면 반 강제로 받은 자리. 그렇지만 그 사람은 두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자리. 그와 싸운 지 까마득한- 이라고 해도 몇 년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잔저스는 누구인지, 바리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그것을 알기 전, 그러니까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의 생활은 평온했다. 그를 쓰러뜨리고,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고등학교 생활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쿄야 선배는 나미모리를 떠났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지만, 기묘하게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떠나리란 걸. 디노 씨가 말하기를, 자신이 좀 더 쿄야를 데리고 있고 싶다고 리본에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히바리 선배가 갈 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히바리 선배는 디노 씨를 볼 때마다- 조금, 안정되어 보였으니까. 종달새라는 이름의 뜻처럼, 그는 자유로웠으니, 그가 사랑하는 마을이라 해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당황스러워할 때, 나는 그것을 조금 더 일찍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그 왁자지껄한 고등학교 생활에서도 나를 놓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 붉은 눈동자, 얼굴의 짙은 흉터, 나에게 진심으로 살기를 뿜어내던 남자. 스물 넷이라고 하기에는 기묘하게 애티가 났지만, 몸에서 뿜어내는 살기와 위엄은 모두를 능가하던 남자.
-Xanxus.
언젠가, 내가 그를 물리치고 난 뒤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아니 사실, 그와 싸우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 1년쯤 지났던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쿠데라가 아무 생각없이 흘린 말에 신경이 너무 쓰여 이끌리듯이 갔던 것 뿐이니, 병문안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나를 죽이려고 칼을 꽉 붙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건 의수라고 한다.- 은발의 검사는 나를 한참이나 노려보더니, “잔저스가 깨어 있지 않은 게 유감이군. 그렇지 않았다면 널 죽여 버렸을 텐데.”라는 말과 함께 나를 지나쳤다. 나는 그의 그런 행동이 사실 두려웠다. 나를 죽일 것 같아서, 오싹했지만, 기묘하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불쾌를 담아 날 바라보는 살기등등한 바리아들의 사이를 지나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잠든 채로 눈을 뜨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왜 그곳에 갔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바리아들의 증오를 한 눈에 받으면서도 나는 다른 곳에만 신경을 썼었다.
-붉은 눈동자, 보여주지 않네.
뭔가가 서운해서, 그의 뺨을 훑었다.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꽃병에 꽂아놓은 이름모를 하얀 꽃들은 은은한 향기를 뿜으면서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래서, 환상을 본 걸지도 모른다. 달맞이꽃이 개화하듯, 천천히 그의 눈이 뜨이고, 고개를 나에게로 돌리고, 그리고, 나를 -.
그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아마 눈을 뜬 사실마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은 탁했고, 뜬 눈도 곧 감겼다. 그는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하고 뛰어나왔다. -보스! 보스! 뒤에서 잔저스를 부르는 듯 많은 사람들이 병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며칠 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그 뒤 그의 처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바리아는 무사하며, 9대가 잔저스를 끊임없이 지지한 덕에 잔저스도 가벼운 처벌만으로 끝났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뱃속에서 서늘한 무엇인가가 고개를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곧 고개를 들어 지워버렸다. 그 서늘한 것이 움직이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나는 그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어느새,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성적은 그저 그랬고, 다른 수호자들은 대학보다 이탈리아로 가는 쪽을 택했다.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미 나를 어엿한 데치모로 인정하고 있었다. 나는 데치모가 되러 떠났다. 그리고, 속에서 다시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서늘한 한기가 몸을 감았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적어도, ‘나’였으니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서늘한 것이 원하는 바를 잡아채게 내버려만 둔다면, 이것이 나를 덮칠 일은 없으리란 것을. 그리고 머릿속에서 본능적으로 하나의 이름이 내비쳐졌다.
-Xanxus.
왜 그 이름이 떠올랐는지는, 알지 못한다. 단지, 그 날의 싸움 때 보았던 분노에 가득찼던 그 눈동자는, 기묘하게 애달프고 서러워서, 끊임없이 나의 시선을 잡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뒤늦게서야 알았다. 싸움 때 들은 이야기는 모래처럼 내 기억에 쌓였다가 시간이라는 바람과 함께 흩날려 사라졌었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 내가 노노로부터 직접 10대의 자리를 물려받으러 이탈리아로 갔었을 때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츠나, 그 아이가 미우냐?
-그 아이, 가 누군데요?
-Xanxus, 말이다.
-….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예. 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아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그 아이는….
쓸쓸하게 나에게 이야기해 주던 잔저스의 과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독하고 아팠다.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만 여덟 살이 되기 전의 그는 창녀촌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가 분노염을 쓸 줄 안다는 것을 알자, 곧 노노에게로 보내졌다고. 그 이후는 봉고레 데치모가 되기 위한 수업과 공부, 그 이후는-
배신.
등 뒤에서 날아온 칼날에 심장이 꿰뚫리는 느낌이었겠지. 모든 믿음을 박탈당하고, 분노로 텅 빈 가슴을 채우던 그는, 끝내, 봉고레에 반기를 들었다. 봉고레 암살 계획, 요람. 고작 열 여섯 살에 세운 그 계획은 봉고레 조직을 휘청이게 만들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패했다는 것일 뿐.
그리고 8년간의, 길고 긴- 잠. 그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세상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깨어나면 한낮의 꿈이었다- 라는 허탈한 이야기도 아니라, 진짜 삶이었는데.
-노노, 그를 미워하는 건 아니예요.
-그래… 미안하지만, 네게 부탁할 것이 있구나.
-에, 그건 뭐예요?
-아마, 네가 데치모가 되면… 또 바리아의 존폐가 위험할지도 모른단다. 그렇지만, 바리아는 그 아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지. 빼앗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구나.
-….
아아, 노노.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아들에게 상냥했어요.
그는 결코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를 다시 만난 건, 링 쟁탈전 이후로부터 몇 년이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잔뜩 찌뿌리고 강한 거부감을 내보였다. 나를 노려보는 그 눈동자가, 과거 그가 잠에 취해 보여주던 흐릿한 빛과는 달리 생동감을 띠고 있어, 나는 기묘하게 뛰는 심장을 자제하지 못하고 웃어 보였다.
“무슨 일이냐, 쓰레기. 죽고 싶나.”
“우와, 잔저스씨 너무 하시네요. 그래도 곧 데치모가 될 사람인걸요.”
“내가 죽이려고 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멍청이한테 해줄 말은 없어.”
“에에, 그렇지만 이 말은 들어주셔야 해요.”
미안해요 노노. 나는 이런 사람이어서.
“왜냐하면, 바리아의 존폐와 관련이 있으니까.”
그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한쪽 입 끝이 기묘하게 비틀어 올라간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 바리아를 모두 해산하겠다고?”
“어쩌면요. 적어도 저는, 당신들에게서 목숨의 위협을 받았잖아요.”
“웃기지 마라. 그것은 9대째가 정한 결투가 아니었나.”
“에에, 하지만 싸움도 하지 않고 링을 빼앗으려고 한 건 잔저스, 당신이예요.”
“어차피 싸우지 않았나.”
한쪽 손에 턱을 괴고 삐뚜름한 자세로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듯 하지만, 확실히 신경쓰고 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보기 힘든 일이니까. 그만큼 당신에게, 이 바리아는 소중한 곳이었군요. 노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잔저스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
“노노는 당신에게서 바리아를 빼앗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내 앞에서 바리아의 해산을 말하는 주제에 뻔뻔스럽기도 하군.”
투명한 잔에 술을 채우면서 그가 차갑게 웃었다. 독한 알콜향이 내 쪽까지 다가와서 머리를 띵하게 한다. 몸이나 얼굴의 흉터는 내 어지러움에 기묘한 흥분까지 더해준다. 무엇에? 라고 묻는다면 아직까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그러니까, 저는 아직 바리아를 해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잖아요.”
“말이 길군. 할 말만 하고 꺼져.”
그렇지만, 그의 신경이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지는 이미 다 보인다. 그는 술을 따라 놓고서는, 한 입도 대지 못하고 있으니까. 내가 열 네 살 때, 그는 - 8년을 얼음 속에서 보냈으니 그 시간을 제외하면- 열 여섯이었다. 겨우 두 살 많은 나이인데, 그는 너무 어른이었고, 그리고,-
아무리 독한 술을 마신다고 해도, 잔인하고 사람을 잘 죽인다고 해도, 당신은-,
“바리아를 해체하지 않는 조건으로, 당신이 필요해요.”
“무슨 말이지, 그건.”
“바리아는 당신이 통솔할 수 있지만, 대신 당신은-”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깔깔 웃는 듯한 느낌이 났다. 그리고, 내가 그의 눈동자에서 느꼈던 기묘하고 환상적인 감정들이 정리가 되었다. 한 마디면 된다. 나는 그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바리아라는 족쇄를 채우고. 이 비틀어진 광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영원히, 제 곁에 있어주세요-.”
나의 광기를 이것으로써 달래고, 나는 봉고레의 데치모가 될 거야.
이 감정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나는 그를 잡아놓을 자신이 있었다. 눈을 치켜뜨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당혹감 비슷한 것이 비쳤다. 나는 선하디선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그래,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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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기도쪽팔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츠나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요새 리본 잔저스수에 발려가지고 이런 졸작이 하나 튀어나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습작 정도로 알아주시라 ㅠㅠㅠㅠㅠㅠㅠㅠ
간간이 수정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ㅁ; 습작이 그렇죠 머.... 잔저스는 뭐 설명도 없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지 츠나가 잔저스보고 ㅎㅇㅎㅇ 하다가 뭐 소유하고 싶다 이카는 것 같긴 한데 이건 뭐 병맛전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안구정화를 위해 리본만화를 보십시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이말밖엔 해드릴 게 없네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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