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물입니다.
BL의 뜻을 모르시는 분은 내리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캐릭터 붕괴가 심합니다.
엔세이는 문득 그 말을 떠올렸다. 요리사의 목표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제지간의 별 문제 없는 문답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하는 류마오신은 진지했고, 초유 또한 진지하게 그 말을 받았다. 엔세이는 그것이 신기했다. 저 사제지간은,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서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그렇게 요리한다.
엔세이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양천주가에 온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실은, 독을 당한 지 이틀만에 엔세이는 멀쩡하다는 듯이 일어났고, 황급히 떠날 준비를 했다. 혹시 카이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견제받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독으로 무너진 몸을 겨우 바로잡아 일어나자마자 그는 초유를 만나 떠날 것을 고했다. 초유는 덤덤하니 엔세이를 바라보았다.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만."
"아뇨, 덕분에 다 나았고.... 괜찮습니다."
"그 독은 심상찮은 독이었으니, 좀 더 쉬었으면 합니다."
"이만큼.... 움직일 수 있었으면, 되었다고 생각-..."
엔세이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뭔가 구토끼가 몰려온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처음에 독을 마셨을 때의 기분이었다. 엔세이의 허리가 꺾이자, 카이유가 당황해서 엔세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창백해진 엔세이를 초유는 조심스레 일으켜 다시 침대로 옮겼다. 카이유는 손으로 입을 꽉 막았지만, 손가락 사이사이로 불그스름한 핏물이 드러났다. 흠칫 놀라는 카이유를 보고 초유는 엔세이를 옮기자마자 그를 내보내 유마오신에게 맡기고 다시 돌아왔다. 엔세이는 피를 한동안 토하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벌써 가려고 했단 말인가? 성격도 급하군..."
라우 대사가 초유에게 다가오며 한마디했다. 초유가 말을 받았다.
"아마 카이유가 걱정이 된 모양입니다."
"하긴 설마설마 하고 있겠지. 하지만 저 독이라면 최소 보름은 안정해야 할텐데?"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우는 엔세이를 흘끗 바라보다 초유를 보고 허허 웃었다.
"공짜 식객은 없지, 안 그런가?"
엔세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인 것은 카이유였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요리, 하기로 했어. 하고 카이유가 운을 떼었을 때, 엔세이는 사실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 어중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엔세이는 카이유가 요리할 만한 상황을 잘 만들지 않았다. 엔세이는 언제나 카이유를 걱정했다. 혹시라도 기억이 깨어나면 어떻게 하지- 하고. 카이유의 기억은 오롯이 그의 이전 행위에 대한 결과로 이어진다. 엔세이는 카이유의 모든 행위에 눈감았으나, 그 행위가 낳은 막대한 결과는 눈감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는 한없이 카이유를 보살폈다. 혹여라도 암흑요리계가 그를 다시 붙잡지 않고, 현실이 그를 내치지 못하게.
엔세이는 이기적이었다. 사실, 그는 돌아갈 곳을 억지로 잡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방랑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필요로 한다. 엔세이는 그것을 아주 어려서부터 카이유로 잡았고, 그 뿐인 것이다.
그리고, 엔세이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았다. 그렇기에 두려웠다. 혹여나 카이유가, 요리를 알고, 자신을 알고, 분노하여 스스로를 버릴까봐. 자신의 보금자리가 사라질까봐.
"요리라..."
그러나 지금, 엔세이는 앓아 누워있고, 카이유를 막을 힘 같은 건 없었다.
"재밌겠네."
애초에 카이유를 잡아놓기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엔세이는 웃었다.
"열심히 해."
카이유는 애초에 배운 것이 있다는 듯이, 빠르게 요리를 배워나갔다. 엔세이는 몇 번이고 의사의 진찰을 받고, 조금 나아졌다 싶을 때부터 부엌으로 나와서, 카이유의 요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처음에는 적당적당히, 맛없을 정도는 아니게 하던 요리는 엔세이가 한 '맛있다.'라는 칭찬에 불이 붙은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는 유마오신만큼의 요리실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고작, 엔세이가 다시 쓰러진지 채 아흐레도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엔세이는 카이유의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성장한 요리실력을 칭찬했다. 그리면서도 카이유를, 그리고 양천주가를 걱정해서 몸이 나으면 빨리 떠나려고 애썼다. 그러나 독기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엔세이는 아직 침상위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한해하는 엔세이를 가라앉히는 노력은 주로 라우 대사가 맡았다. 초유는 말주변이 없었고, 다른 이들은 라우 대사같은 연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뒤면 걸을 수 있겠습니까?"
"뼛속까지 침투한 독을 제거하는 데 얼마나 걸리리라 보는가?"
"보름이면 나을 줄 알았습니다."
"그쯤이면 독이야 다 제거되겠지만, 체력이 떨어져 있을 텐데?"
"여기에 계속 있기에는 무리입니다. 광주요리계가 당신들을 용납하지 않을텐데요."
"그건 우리들의 일이지, 자네의 문제가 아닐세."
"아닙니다. 우리가 끌고온 문제이니 우리 안고 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
"자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카이유는 잘 배우고 있고, 굳이 그렇게 사서 걱정할 만큼의 위태로운 상활도 아니야."
".... 저는."
"그러니 쉬게."
"......"
엔세이는 카이유의 다른 행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게 풀어두는 편에 가까웠다. 행동하지 않으려 드는 것은 카이유였다. 카이유는 요리할 때를 제외하면 정적이었고, 방에만 조용히 있었다. 그런 그를 끌어내고 여러가지 활동을 시키고 바깥에 내보내는 것은 유마오신과 레온과 쉐르의 일이었다. 초유는 그에게 여러 가지 요리를 시키는 것 이외의 일은 하지 않았다.
엔세이는 이따금씩 여럿들 사이에 섞여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카이유를 바라보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저것이 가장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엔세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자신이 몇 년을 전국을 돌면서 카이유에게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고작 열이틀만에 깨우치게 해준 양천주가는-
- 카이유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고.
그래서 그는 초유에게 부탁했다.
-혹시나 괜찮으면, 카이유를 거두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초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네가 선택할 일이 아니다.
엔세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지만, 그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온전하지 않은 이에게 선택을 바라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초유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굳이 이곳에?
엔세이는 조용히 답변했다.
- 카이유가 요리에서 행복을 느낀 것 같아서입니다.
... 요리에 저주를 담던 이가, 행복을 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 엔세이가 카이유를 불러 말했다. 생각이 있으면, 양천주가에 남아있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엔세이는? 카이유의 되물음에 엔세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까지 남기에는 부담이 크지. 나는 떠날거야. 그러면 나도 남지 않아. 카이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단호함에, 엔세이가 놀랐다. 어째서? 이곳에서는 요리도 즐겁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놀러 갈 수도 있어. 나랑 같이 가면 피곤하고, 요리도 잘 할 수 없을텐데.
나는 엔세이에게 주려고 요리한 거니까.
엔세이는 입을 다물었다. 카이유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엔세이가 없으면 요리하지 않을거야.
카이유의 그 말이 워낙 놀랐는지, 엔세이는 카이유가 나간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멍하니, 카이유의 말을 곱씹으며 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고민하다 깜빡 졸고 일어나니 아침나절이었다. 멍한 머리로 엔세이는 다시 카이유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한번 더 설득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는데 독기는 없지만, 확실히 기운도 나질 않아서 몸은 다시 이불속에 처박혔다. 으으... 역시, 피곤하다.
"엔세이."
"카이유."
카이유가 와서 엔세이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침식사로 가벼운 죽과 청초육사를 들고왔다. 엔세이는 천천히 식사를 했고, 끝내자마자 뒤돌아서려는 카이유를 붙잡았다. 카이유 어제 이야기 한 거 말인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카이유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릇을 담은 쟁반을 옆 탁자에 밀어두고 다시 느릿하게 엔세이에게로 다가섰다. 천천히 다가오는 얼굴이 어느새 굉장히 가까워져서, 엔세이가 조금 놀랄 때쯤, 카이유가 입을 열었다.
"엔세이, 최악의 상황은, 네가 없을 때 내가 다시 암흑요리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그 흘리듯 중얼거리는 말에, 엔세이의 동공이 커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이유'가 암흑요리계를 알 리 없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더니, 카이유가 느릿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기억을 찾을 때는 잠들 때 뿐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난 가끔 이렇게 돌아와. 다만 얌전히 있을 뿐이야."
"카이, 유."
엔세이는 본능적으로 목을 뒤로 뺐다. 툭 하고, 벽이 엔세이의 머리에 닿았다. 뒤로 피할 곳이 없어지자, 시선이 본능적으로 앞을 향한다. 엔세이의 눈에 비친 카이유는 웃고 있었다. 익숙한 웃음이었다. 카이유는 양산박에 있을 때 언제나 그런 웃음을 짓고는 했다. 파마팔진을 완성시켰을 때에는 저것보다 좀 더 오싹한 미소를 지었었다.
"무서워할 필욘 없어. 날 보살펴준 건 너고, 굳이 미워하지도 않아. 뭘 두려워하는 거지? 설마 전 오호성을 내 손으로 죽일 거라고 생각한 건가?"
"카이유-"
엔세이가 카이유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카이유, 이제 그만하자...."
"지금은 옛날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 이미 내 꿈이 박살난 건 알고 있어. 그런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 그런데, 왜..."
"왜 겁을 먹지? 뭘 걱정해? 엔세이.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데."
"........."
"왜 너는 나를 데리고 다녔지? 료코와 샹에게 날 맡겨도 상관없었을 텐데."
"그들은,"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그건 맞다. 료코와 샹이라면 카이유를 극진히 보살필 것이다. 가끔 자신이 와서 봐 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자신이 '그만두라'고 한 이상, 그들이 암흑요리를 만들거나 다시 암흑요리계를 재건하려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에겐 그러한 능력 또한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어렵사리 카이유를 끌고 전국을 다닌 걸까. 목숨의 위협까지 받아가며.
"엔세이. 어리석은 건 너뿐이다."
"나는 다만..."
"그러니 내가 있을 곳은 내가 정한다. 네가 나를 끌고 다녔으나 끝내는 건 나야. 아직은 함께 여행을 다니는 편이 좋다."
"어째서,"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엔세이에게서 거리를 두며, 카이유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게 네가 원하는 일이니까다."
엔세이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료코와 샹에게 카이유를 맡기지 못했나. 왜 그러지 않았나. 왜 자신은 굳이 카이유까지 끌고 다니면서 방랑했는가. 왜 한곳에서 정착하질 못했는가. 질문에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엔세이는 어느것 하나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방랑자, 혹은 늑대라고 불리던 그로서는 의외라고 불릴 만큼 깊은 고민이었다. 이제껏 엔세이는 방랑하는 삶을 살면서 딱히 고민이라고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카이유의 행위에 눈감을 것을 각오한 것이 그가 한 가장 긴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날 밤 내내, 답을 내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카이유가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엔세이는 퀭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이유는 식사를 내려놓고는 엔세이를 빠안히 바라보았다.
"엔세이, 피곤해?"
".... 조금."
"쉬어."
"그래..."
카이유는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엔세이는 차마 음식을 씹어 넘길 수가 없었다. 미각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엔세이는 조금씩 요리에 무기질적으로 사고하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요리했는지, 어떤 것으로 어떻게 맛을 냈는지 분석해낼 수 있다. 막상 카이유가 요리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느낀, 알 수 없는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아가는 것을 느낀다. 엔세이는 멍하니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가라앉아버리면 좋다. 음식을 분석하고, 요리 방법을 분석하면서 그 맛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카이유의 요리에는 가끔, 낯선 '느낌' 이 났다. 그리고, 그 '느낌'에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 이 있다. 가라앉기를 바라면서도, 차마 버릴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있다. 그 앙금이 싫어서, 무언가를 삼키기가 싫다.
몸에서 요리를 거부한다 -
"어라?"
한술 뜬 죽을 그대로 뱉어내면서, 엔세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리고,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거식증이구만."
라우 대사의 말은 짧고 간결했다. 카이유는 걱정스레 엔세이를 바라보았다. 엔세이는 하하 웃으면서, 괜찮아. 하고 말해주었지만, 막상 그 말이 카이유에게 먹힐 리 만무했다. 무려 이틀동안 엔세이는 식사를 걸렀다. 요리를 갖다주기만 해도 구역질을 해대서 먹기는커녕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다. 혹시 냄새 때문인가 싶어 향이 죽은 음식을 가져다주어도 막상 엔세이가 입에 머금은 순간 뱉어내버리는 것이다. 엔세이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한동안 카이유를 방 근처에 오게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입도 먹지 못하다니, 맥도 약해졌어."
"...."
엔세이는 가물가물한 시선을 떠 라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눈을 뜰 힘조차 없어보이는 듯한 모습에 카이유가 안절부절못했다.
"일단 뭐라도 먹게. 죽을 좀 묽게 써왔는-"
"..."
엔세이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
"... 엔세이."
라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릇을 옆으로 치웠다. 조심스레 이마에 손을 얹어본다. 열이 약간 있었다.
"어찌할꼬..."
라우가 나간 뒤 카이유가 다시 만든 음식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다. 죽인 듯 했다. 엔세이는 가늘게 눈을 뜨고 카이유를 바라보았다. 카이유가 숟가락을 들더니 엔세이의 입에 한 술 흘려넣었다. 토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힘이 들어가지 않은 팔로 카이유를 밀었다. 당연히 그가 밀릴 리 없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자마자 엔세이는 눈을 크게 떴다. 어라?
구역질이 나지 않았다.
"어... 라..."
카이유는 다시 한 숟갈 떠서 그에게 죽을 먹였다. 이상하게, 몸이 거부하지 않는다. 엔세이가 흐리게 웃었다. 네가 화내도 어쩔 수 없어. 하루만 더 굶으면 아예 먹지도 못하게 될 테니까. 그것은 자신이 알던 카이유였다. 기억을 잃지 앟은, 그. 엔세이는 멍한 시선으로 카이유를 응시했다.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이대로 지내면 돼. 그 감정을 정의내릴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단 뜻이다."
"....."
어떻게 네가 그걸 알아? 묻고 싶었지만 지친 몸이 다시 잠을 요구했다.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면서, 뭔가 속에서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몇 술이나 떴는지 모르지만, 조금 배가 불러 왔다.
"그러니 쉬어라."
"..."
카이유의 말에 따라, 엔세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카이유가 방에서 나가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며칠동안 거식증에 걸린 게 거짓말인 양,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틀 동안 빈속에 아무 요리나 막 집어넣긴 그래서, 결국 또 죽에 의지하는 신세가 된데다가 독기로 인해 부실해진 몸이 다시 엉망이 되어서, 양천주가에서 더 머무르게 되어버렸다. 이젠 포기한 듯 엔세이도 별말없이 식객으로 머물렀다.
"...."
"오늘은 정경채."
"... 카이유, 너 뭔가 요리에 굉장히 재미들렸구나."
"응."
그리고 엔세이의 식탁에는 카이유가 만든 수십가지 요리가 이미 얹혀 있었다. 정경채라고 하는데, 메인디시만 정경채고 탕수육에 오향장육에.... 여튼 많구나...
"... 그런데 저걸 누가 다 먹어?"
"같이 먹으면 돼."
"....... 아니,"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젓가락을 들었다. 에라 뭐 다 먹을 수 있겠지.
눈물을 머금으며, 오늘도 신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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