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탈(네이버웹툰)]

[탈/ 커플링없음] 하여간에 미친놈

보랏빛구름 2018. 8. 29. 20:55

 

* 작중의 '나'는 신무영이 정보를 얻을 겸 저와 성격이 맞아 친해진 재벌 기업 가문의 아들입니다. 이름은 본편에서 밝혀진 바 없습니다.

 

* 폰으로 작성하여 오타나 비문 많을 수 있습니다.

 

 

 

===

 

 

신무영은.... 말하자면 미친놈이다.

 

이 꽉 막힌 세상에서 그렇게 마이웨이로 걸어가는 놈이니 (거기다 걸어가는데 막힘도 없다) 미쳤다고 평가할 만하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지만 그 녀석의 경우에는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좋든 싫든 집안과  빽을 따지는 이쪽 동네에 아무것도 없이 사업 수완 하나로 올라온 녀석이니 능력이야 무시 못 하지. 동종업계(모 대기업)의 어르신 입을 빌어 말하자면 "천한 새끼가 떡고물이나 주워먹고 납작하니 엎드려 있을 것이지, 감히 대가리를 우리 쪽에 내밀고 물어 뜯으려 드니 재수 없는 것" 이란다. (이 말을 한 건 우리 아버진 아니다.) 평가가 박하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원래 3대 회장쯤 되면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뉴페이스가 싫을 수 있다. 제 기업의 이익에 위협이 되니 더더욱 그렇다.

 

이 미친놈은 거기다 한 술 더 떴다. 그냥 그 회장 자리에 만족하고 있으면 좋겠는데,  특이하게도 높으신 분들과 엮이려 든다. 높으신 분들끼리의 모임이란 결국 연로하신 60대 회장들의 기싸움일 텐데 거기에까지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건 어마무지한 능력이다. 우리 아버지도 가기 부담스러워 하는 곳인데 말이지. 그가 속으로 뭘 원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게 신무영이 위협적인 이유다. 

 

 

사실 누구도 신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의 부모만 해도 중기업 수준의 작은 무역 회사를 꾸리는 수준이었다. 평이한 능력자의 아들이 어마무지한 실력을 가진 야심가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신무영이 회사를 물려받은 뒤 사업이 확장되고 여러 다른 기업들도 합병해가며 회사를 키워 나갔다.(고 들었다. 난 어려서 이 과정까지는 모른다) 고작 6년만에 그의 회사는 국내 50대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재계 인사들의 폐쇄적이고 협력적인 맞대응에도 불구하고 신무영은 살아남았다. 사실  무슨 능력을 썼는지 모르지만 온갖 기업의 극비정보를 그놈은 갖고 있다. (고 대기업 부사장이 화내는 것을 들었다) 윗선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어쩌겠나. 약점을 잡힌 건 본인들인데. 이런 상황이니 신무영을 누가 함부로 건드리겠는가. 

 

사실 이쪽 세상에서 신무영과 제일 친한 건 나라고 봐도 된다. 친해진 방법 같은 건 없다. 연말 연회장에서 우연히 그가 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이동네 미친개라더니 과연 긴 포니테일을 한들거리며 한쪽에 서 있는데 그 모습만으로도 '나는 또라이'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신무영의 똘끼를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주위를 얼쩡거리고 있었는데 신무영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할 말 있나?"

"아니. 그런 건 없는데.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허?"

 

신무영이 나중에 말해주기론 내 첫인상은 '이 새끼 누구 자식이냐' 였단다. 사실 그 연말 파티는 높으신 영감탱이들 낯짝이나 부비자고 간 곳이었는데 그런 어르신들은 따로 초대받아 다른 곳에 갔고, 그 사실을 와서야 알았다고 했다. 파티에 남은 이들은 잔챙이나 높으신 어르신들 자식놈들 뿐이라 아는 놈도 없어 지루하던 참이었단다. 그 와중에 대놓고 자길 야리는(곁눈질로 본거 아닌데!!!) 눈빛을 받아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사실 난 우리 영감탱 푸념이나 할 생각이었다. 사업이니 뭐니 영 나랑은 안 맞아서 능력 좋은 동생이 이 일을 물려받는 게 낫지 않냐며 궁시렁거렸다. 신무영이 그 푸념을 듣고 딱 한 마디를 내뱉었다.

 

"... 그런 거 나한테 말해도 되냐"

"니가 누군데?"

"...... 늬 아버지 라이벌"

 

까놓고 말해 그 때 신무영은 고작 스물여섯이었고 난 스물다섯이었다. 난 딱히 사업에 대한 야망도 없었고. 내가 아는 것이 기업의 기밀이란 생각을 한 적도 없었다. 그리구 나같은 생각 하는 재벌집 아들놈들이 많....

.... 을거야. 에이.  뭐 여튼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경쟁사 아닌 놈 나와보라 그래."

 

그 말에 신무영이 웃었다. 웃으며 내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냐? 나는 영광스럽게도 그 자리에서 신무영의 개인 폰번을 땄다. 여자도 아니고 해서 그닥 달갑진 않았던지라 남에게 알리진 않았다. 난 게이가 아니니까.

 

 

===

 

 

 

초반의 어긋난 대화와 달리 신무영과 나는 죽이 잘 맞았다. 신무영은 이상하리만치 정보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제가 무언가를 모르고 넘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했는데 특히 감염자와 면역자 건이 그랬다. 제 가족이나 지인이 감염자인가 싶어 알아도 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세상에 감염자와 면역자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고아들이 늘어났다. 감염자가 된 이들은 전부 살해당했다. 혹은 감염자에게 살해당한 사람도 다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아이들은 고아원이나 시설에 맡겨졌는데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시설이나 물품이 부족했고 다급히 시설을 확장하다 보니 고아원의 전반적인 질 또한 하락했다.  그게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였다.

 

그 와중에도 영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든 써먹으려 애썼다. 관련 사업을 위한 연구소를 세우고 정치인과의 로비를 통해 온갖 사업을 새로 열었다. 하지만 신무영은 그런 게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고아들을 거둬 제가 사놓은 수백 개의 집에 뿌려놓는 선행이랄지 기행이랄지 모를 행동만이 유일하게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다. 돈냄새 맡아대는 꼬라지만 보다가 고아를 거둬 먹여살리는 신무영을 보자니 저거 진짜 제정신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이 새끼 돈 벌 맘 없는 거 아닌가.

 

사실 없다고 해도 놀랄 건 없다. 이 새낀 순수하게 "Bow down to me"를 외칠 것이다. 왜이렇게 권력에 집착하는 진 모르겠지만 걍 성격이겠거니 하며 넘긴다. 이 놈 사정은 알 수도 없고 알아봤자 내가 이해나 하겠나. 신무영이 길거리 고아였다가 양자로 저네 집에 들어간 걸 알게 된 건 꽤 이후의 일이다. 왜 그렇게 늦게 알았냐면  사내놈 개인사 알아서 뭐 하게 싶어 관심을 안 둬서 그렇다.

 

이 또라이가 내 옆구리를 찔러 얻으려는 정보가 어르신들 회담 장소뿐인 걸 알고 웃다 죽을 뻔했다. 하긴 그런 정보는 본투비기업가 집안이 아니고서야 얻기 힘들지 싶었다. 그거 때문에 나랑 이놈이 만난 거긴 한데. 아무튼 큰 문제될 건 없었기에 정보를 물어다 줬다.

 

"희안한 놈이네 너. 이 정보 진짜잖아"

 

두번째 회의일자랑 장소를 알려주자 신무영이 한 말이다. 그 얘길 듣고서야 깨달았다. 난 이녀석이 왜 이 정보를 원하는지도 모르고 뭘 할지도 모른 채 그냥 알려줬다는 걸.

 

"어... 혹시 회의장소에 폭발물이라도 갖다두냐?"

"그건 아냐. 원하는 정보를 좀 얻고 싶어서."

"막 우리 집 파산시키고 그래?"

"전혀. 그런 건 관심 없어."

"뭐.... 그럼 큰 문젠 아니니까."

 

내 말에 신무영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말을 믿냐?"

"어차피 지금 네가 가진 정보로도 우리 회사 말아먹긴 딱 좋은데 냅둔 거 아냐? 못 믿을 건 또 뭐 있나"

 

그놈이 나중에 나한테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심으로 넌 사업 말아먹을 것 같으니 그냥 월세 받아먹고 사는 한량으로 살라고. 난 억울했다.  이 미친놈은 믿어줘도 지x이여!!!

 

 

===

 

 

갑자기 내가 면역자가 된 날,  길에 감염자가 날뛰던 날. 나를 자기 집으로 순간이동 같은 걸 시키던 신무영의 표정은 결연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그제서야 그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이 모든 상황이 뭔진 몰라도 신무영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까지 저 혼자 그 무거운 짐을 떠맡고 행동으로 옮겼단 말인가.

 

 

 

새삼스레 신무영이 미친 놈이었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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