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수요웹툰 그 판타지 세계에서(그판세) 2차 창작
*아마도 검성+법사
*캐붕주의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치얼쓰!!!!!!!
법사는 남들이 생각해봐도 많다싶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그러니까, 그는 충분히 닳아지칠 만큼의 인간관계를 가져 보았다는 것이다. 법사는 제 인생에서 에이바를 제외하고선 연애 감정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에이바를 찾아헤메다 찾아헤메다 지쳐 고꾸러진 절망적인 상황에 닥쳐, 거의 습관인 마냥 찾아댔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사랑이란 없을 줄 알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무럭무럭 자라버린 제 감정이 너무 낯설었다. 법사는 조심스레 제 로브 끝단을 만지작대며 고민했다. 처음 봤을 때는 건방지고 눈 죽은 꼬맹인줄 알았다. 그 때만해도 한창 가시돋친 고슴도치처럼 굴더니, 슬슬 친해지기 시작했다고 유순해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귀엽다라는 생각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법사는 어느 날, 정말이지 충격을 받아서 하루종일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에이바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많이 검성이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였다.
그래도 종일 침대에 앓아누워 고민한 끝에, 저만의 답을 찾기는 했다. 이 감정은 이대로 조용히 묻어 두기로. 칠십이 넘은 노인이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싶은 젋은 남자애를 맘에 둔 것도 징그러운 일이었고, 거기다 저는 아내를 찾는답시고 순애보적인 면만 잔뜩 보이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런 뜬금없는 감정 같은 건 옳지 않다고, 법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래서 법사는 검성이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아파오는 위장을 붙들곤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잘 다녀오너라, 그리고 축 처져 돌아올 때엔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네 나이 땐 실패도 겪어봐야 하는 거야! 법사는 검성이의 실패에 기뻐하는 제 속을 들키지 않으려, 그런 날이면 검성이에게 술을 내밀곤 했다. 술 못 하는 아이가 금방 취해 쓰러지면, 그 때서야 저는 조금 웃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에이바의 죽음과 트리니티의 해체, 탈론이 황태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의 대사건을 겪으며, 법사는 심신에 큰 타격을 입었다. 비아트릭스가 돌아오 어렵사리 완성된 넥타르는 의미를 잃었다. 자신이 왜 넥타르를 필요로 했는지, 그 이유가 무너져내렸다. 검성이는 그런 법사가 걱정되는지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법사를 어르고 달래어 바깥에 끌고 나가곤 했지만, 그것이 법사의 불안정한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법사는 그 날 저녁, 충동적으로 넥타르를 마셔버렸다. 정말로 충동이었다. 어쩐지 자괴감이 들어서, 자기가 싫어서... 온갖 이유를 갖다댔지만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은 검성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이든, 무슨 이유에서든. 제 나이를 생각하다 서러움이 울컥 올라와서일수도 있다. 그래서 법사는 비아트릭스가 말한 '부작용'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 것인지 하얗게 잊어버린 채로, 법사는 고꾸라져 잠들었다. 그리고 사흘 뒤 (법사 느낌으론 일 분 뒤) 깨어나선 눈물콧물 흘리는 검성이와 체니, 다급하게 달려온 비아트릭스와 마크를 보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들아, 나 안 죽었거든?' 체니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화를 냈다. '사흘이나 죽은 것처럼 누워계셨다고요!!!'
비아트릭스는 한참 법사의 몸을 살펴보고선 '부작용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말만 남기곤 돌아갔다.자신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확신할수 없다면서. 법사는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안절부절못하는 검성을 바라보며 흐리게 웃었다. '안 죽는다, 가만 좀 있어. 이놈아, 그러면 젋어지는 일이 그리 쉽게 일어난다고 생각했었느냐?' 법사는 어쩐지, 검성의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며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법사의 몸이 좀 낫고 난 어느 날이었다. 법사는 밀린 공과금과 세금 따위를 처리한 뒤 오랜만에 검성이와 함께 앉았다. 오랜만에 법사가 술을 마시러 내려오니 여관 주인이 반색을 하며 맞았다. 주인은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법사만 먹을 수 있는 독한 술을 내왔고, 검성이에게는 늘 마시던 레몬 넣은 맥주를 건넸다. 법사는 그것도 술이냐며 검성을 타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법사도 술잔을 든 채였다. 동이째 먹겠다는 법사를 말린 것은 검성이였는데, '아 형 아픈지 얼마나 됐다 그래요, 오늘은 잔에 부어 마셔요' 라는 걱정어린 말에 법사가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법사는 고작 술 한 잔에 고스란히 취해서, 검성이를 붙들고 구역질을 하다가 한참을 웅얼거리다가, 울다가 웃다 제풀에 지쳐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뒤 법사는 제가 그정도로 난리를 쳤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젊은 육체를 유지한 뒤로 근 20년간 술에 취한 적이 없었다. 이것도 넥타르의 부작용인가 싶어 몸을 겨우겨우 일으키는데 검성이 옆에 다가왔다. 법사는 제가 대체 어제 무슨 짓을 했나 싶어 검성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경은 또 어디 간 거야?
형, 미안해요. 나는....
잔뜩 웅얼거리며, 죄지은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하는 검성의 말을 듣고서야 법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법사는 안경을 찾으려던 손을 내리고 길게 한숨을 쉰 뒤 말했다.
내가 어제 무슨 말을 했던, 잊어라. 늙으니 헛말이 나오는게지. 그걸 그리 곧이곧대로 들으면 어쩌냐,
그래도....
그래도 네가 정 불편하면....
검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 나는.... 엉망으로 거칠어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법사는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한참 우을해져 있던 저를 달래준 검성을 떠올렸다. 저 착한 아이가 상처받길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아니었는데....
'검성아, 화가 나고 서운할 수 있고, 짜증나고 신경질 날 수 있다. 네 감정을 부정하진 마라, 다만.... 일단 내가 자리를 피해주는 편이 좋겠다. 그게 네겐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가 없구나.'
법사는 몸을 일으켰다. 조금 어지러웠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앞이 그나마 보인다. 검성이는 숫제 울 것 같은 기세였다. 법사는 다정하게 웃었다.
법사는 그 날 짐을 전부 옮겼다. 주인에게 계약금 포함 6개월치의 잔금을 선지급한 채로.
검성이는 곧장 방을 비워버린 법사의 행동에 당황했다. 기실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탓이 더 컸겠으나, 자신이라고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리 만무했기에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실 찾아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당장엔 없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불안해서 갔을 만한 곳을 전부 뒤져봤지만 도통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거 영감님 숨기는 또 왜 이렇게 잘 숨어?!
며칠 뒤, 체니가 수도 근교에 있는 작은 여관에 법사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알렸다. 그 때, 검성이는 진심으로 체니의 능력에 감탄했다. 자기도 열심히 찾으러 다녔는데 도통 꼬투리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저 능력은 좀 배워둬야겠다고, 검성이는 진심을 담아 생각했다.
법사는 다급하게 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잡은 여관은 워낙 급히 잡다 보니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여관에 지내는 사람도 법사 하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조용한 분위기 덕에 법사는 제가 대체 어떻게 해야할 지 방해 없이 고민할 수 있었다.
검성의 눈을 피해 멀리 사라져주자니 도통 발이 떨어지질 않고, 근교에서 얼쩡거리자니 남아있는 양심이 제법 아프다. 술을 탓할 수도 없는 게, 제가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이렇게라도 알려지게 되어 다행이라는 건가.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사는 머리를 짚으며 고민했다. 앞으로 어쩌나, 이제 어쩌나......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법사가 눈을 떴을 때 바깥은 온통 깜깜하니 어두웠다. 어쩔까 하며 고민하다가 며칠이나 이곳에 머물렀는데, 더 있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법사는 주인에게 부탁해 마차를 부르려 했다. 잠시 여행이라도 떠나 보자, 어디든 갔다 오면 마음 정리가 되어 있겠지. 급작스레 머리에 스친 생각 때문이었다. 일층으로 내려갔지만 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았고, 법사는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셈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무슨 일이지? 법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작은 여관에선 모든 소리가 다 들렸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목소리도 작고 조근조근하여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법사는 엿듣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곧 목소리가 끊기고 주인이 나오다가, 법사를 보고 조금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뭐가 필요하십니까?
법사는 여관 주인에게 곧 떠날 테니 마차를 불러달라 부탁했고, 주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날이 어두워져 마차도 잘 잡히지 않을 텐데요, 그냥 내일 아침에 가시는 게 낫습니다." 그 말에 법사는 수긍했다. 저녁에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고, 도망간다는 느낌도 나니까...(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이 맞긴 했다.) 다음날 아침에 마차를 예약해 놓은 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받아 방에 들고 오면서 법사는 머리를 굴렸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가 좋을까. 법사 입장에서는 왕국은 거의 다 들러본지라, 어딜 간다 하더라도 딱히 새로운 느낌은 없을 것 같았다.
작은 여관임에도 의외로 음식이 맛있어서, 법사는 접시를 깔끔하게 비웠다. 저녁까지 잔 터라 잠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아 짐정리나 할까 했는데, 배가 불러 그런지 방이 따뜻해서 그런지 조금 졸리기 시작한다. 법사는 안경을 벗고 눈을 비볐다. 이상하다, 방금 전까진 그렇게 졸리지 않았.........
법사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검성이의 품 안이었다. 안경을 쓴 채였어서 검성이의 표정이 똑바로 보였는데, 법사는 순간 잠에서 덜 깬 건가 싶어 제 뺨을 꼬집었다. 움직임을 눈치챈 검성이 제 뺨을 꼬집는 법사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네가, 대체 왜 여기, 아니... "
"형은 또 왜 그렇게 놀라구 그래요, 형이 거기 있다는 건 체니한테 들었어요."
"아니, 체니한테도 말 한 적 없고, 그전에 -"
법사가 잔뜩 당황해서 몸을 뒤틀었다. 익숙한 천장은, 검성이 지낼 여관방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검성은 피식 웃으면서, 아무튼 형 진짜 내가 제대로 화낼 거니까 각오해요. 라는 말을 해서 법사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검성은 법사가 그 작은 여관에서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려 들진 않았다. 나중에 좀 더 시간이 나면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형 진짜 나 없으면 어떻게 살 거예요. 그 말에 법사가 약간 짜증을 냈다. 날 손 가는 애처럼 말하지 마라!
아무튼 법사는 검성의 품 안에 있었고, 검성이는 한참 심호흡을 해대다가 입을 열었다.
"형 그렇게 가고나서 내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근데 진짜 형 싫어진 거 아니거든요. 그... 나는 사실 뭐... 그런 쪽은 영 둔해서 잘 몰랐고, 형 술 취해서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나 나요? 형 나한테 그랬잖아요. 내가 너무 좋은데, 그게 너무 무섭다고... 사실 나도 마찬가지라구요 그건. 그러니까... 아씨, 아무튼 형! 진짜 나 고민 많이 했으니까 농담이라고 좀 하지 말고요!"
".... 그래서 욘석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 나도 형을 싫어.. 하진 않는 거 같..."
거기까지 말하고 검성은 법사에게 머리꼬리가 붙들렸다. 너 그럼 이때까지 날 싫어했단 소리냐? 이 배은망덕한 자식이! 아 형,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 잠깐만요!
아래층에서는 여관 주인이 익숙한 떠들썩함에 질려 술을 마셨다. 저저저, 시끄러운 양반들 탓에 또 민원 들어올 걸 예상하면서.
아무튼, 검성과 법사는 그 날 저녁 아주 긴 이야기를 했다. 검성은 조금 겁먹은 것 같지만 확실하게 '법사의 감정이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법사는 그런 검성에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는 응답을 남겼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의였고, 둘은 그 합의에 만족해서 여관 주인에게 부탁해 같이 술을 마셨다. 둘 다 검성이 마시는 레몬 맥주로 합의를 보았고, 법사는 남부 방식으로 지은 과실주를 먹지 못하는 몸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검성은 그 날 뒤늦게 알았다. 법사는, 현재 알콜 해독능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맥주를 한 캔 비운 뒤 법사는 검성의 옷에 대고 토했고, 또 징징거리다 잠들었다. 검성은 밤늦게 빨래를 하며 이를 갈았다. 아 진짜 형 두고봐요!!!!!
'소설 > [기타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판세 2차 창작/ 검성+법사] 우리 모두 더위 조심! (0) | 2019.08.10 |
---|---|
[그판세/검성+법사] 일상 (0) | 2019.08.04 |
[그판세2차 창작 / 갈라할+법사] In the JAIL (0) | 2019.06.15 |
[마법기사 레이어스/ 크레우미] Give a reason for life 9 (0) | 2016.05.30 |
[셜록/ 마레 혹은 레마] 매일 죽는 남자 2 (0) | 2015.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