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편에서 주의사항을 다 읽어오신 분들일테니 추가적 안내는 없습니다.
* 그판세 2차 창작 / 검법 메인으로 체니네라, 카를마크
영주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검성이는 그대로 움직이지 뭐했는지, 움푹 파인 벽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영주를 옮겨 놓았다. 워낙 큰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피로가 몰려, 꾸벅꾸벅 졸던 검성은 제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힘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입이 순식간에 다물렸다. 흐릿한 모닥불빛으로도 분명 이상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영주도 마찬가지였는지, 목을 한참이나 가다듬으며 말을 했는데도 한 마디 내뱉고는 입을 다물기를 반복했다.
마치 옛 전설에나 나오는 약, '넥타르'를 먹은 것처럼 영주의 몸이 젊어졌다.
턱에 수북하던 수염도 사라지고, 머리도 까맣게-검성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머리 색이 갈색임을 인식했다- 바뀌었다. 겉모습만 바뀌었나 했더니 피부며 목소리까지 완전히 바뀌어, 검성은 제가 눕힌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누구냐며 물을 뻔했다.
"그러,... 그러니까,.... 이게...."
"..... 어라....?"
설명을 요구하듯 저를 바라보는 영주를 바라보며, 검성이는 눈치를 보기만 했다. 아니... 그러니까... 저도 이유는 모르겠는데요..... 둘 중에서 먼저 제정신을 차린 건 연륜이 있는 영주였다. 영주가 느릿느릿 몸을 움직여 옷자락을 걷어붙이고 제 팔다리를 살피더니 허, 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용에게서 맞은 마지막 일격에 뭔가 있었던 모양이다."
검성은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죠, 하는 투덜거림을 속으로 삼켰다. 영주는 한참 고민하는 듯 하더니, 검성의 붙든 옷자락을 슬그머니 놓으며 말했다.
"몸이, 혹시나 이상이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따로 어딜 좀 가 봐야할 것 같은데,"
"어딜요?"
"이런걸 잘 아는 친구가 있어, 나는 그 친구를 보러 갈 테니, 자네는 먼저 영지로 돌아가도 좋네. 편지를 써 줄 테니..."
이제는 더이상 주름지지 않은 손이 품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검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 팔을 붙들었다. 그냥, 어쩐지 좀 더 같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직 바라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걸 어떻게 믿어요, 같이 가요."
못 믿을 건 또 뭐냐, 하고 웃으려던 영주는 곧 검성보다 먼 미래의 상황을 파악했다. 검성에게 편지를 들려 보낸다면 혹시 영지에서 위험한 일이라도 당할지 몰랐다. 무엇보다 마크가 아직 검성에 대한 불신을 씻지 못했으니. 검성이 자신을 살해한 뒤 편지를 위조하였다고 혹여나 누명이라도 뒤집어쓰게 되면.....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네가 괜찮다면. 단, 조건이 있어."
"뭔데요?"
"앞으론 형이라고 불러라. 영주님이라고 부르면 안 돼. 어쨌건 우리가 갈 곳은 내 영지가 아니니까."
"그러죠 뭐..."
"아니면 법사님이라고 부르던가."
"'님'자 붙이기엔 형 지금 얼굴로는 좀 아니지 않아요?"
"뭐, 이놈이?!"
***
마크는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영주, 사실 영주라기보단 법사라고 불리기를 원했던 제 양부가 보낸 편지였다.
용은 잡았으나 몸이 좋지 않아, 근처에 있는 친구 집에서 회복하고 가겠다. 그 녀석도 나와 같이 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너는 우선 황제에게 작위를 청하는 글을 올려라. 영주가 영지를 오랫동안 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안하구나.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길 바라마.
마크는 편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었다. 어쨌건 제 부친의 필체가 맞았으므로 뭐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황제에게 작위를 청하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이 나이에 영지를 물려받는단 말인가? 아버지가 어디를 다치신 것은 아닌가? 마크는 복잡한 머리를 진정시키려 마굿간으로 갔다. 제가 아끼던 말을 타고 영지 근처를 한 바퀴쯤 돌다 보면 무슨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생각이 빠져서일까, 마크가 정신을 차렸을 때엔 익숙한 숲 속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어두워지면 익숙한 산이라도 길을 잃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크는 말고삐를 붙들어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이상한 것을 보았다는 기분이 들어, 다시 몸을 돌렸을 때엔 확실히 보였다. 먼지와 흙덩어리가 좀 많이 달라붙은 데다 길도 아닌 곳에 축 늘어져 있기는 했으나, 사람이었다.
"... 해서, 데려왔단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아...."
남자는 적당히 씻기고 먹이자 곧 껍데기 멀쩡한 인간으로 바뀌었다. 성격도 꽤 좋아 보였다. 카를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남자의 설명은 이러했다. 자신은 어느 작은 영지의 셋째아들로, 영지에 갇혀 사는 것이 있어서 모험을 하겠답시고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한창 헤매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크는 카를의 입고 있는 옷이나 머리장식 같은 것이 확실히 비싼 것이었으므로 그 말을 적당히 믿기로 했다. 그리고 카를의 말은 딱 하나만 빼고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제 떠날 건가."
"그렇게 빨리 가야 해? 나 여기 좀 둘러보고 싶은데."
마크의 눈썹이 꿈틀했다. 함부로 말을 놓는 거야 영주 아들내미니 그렇다칠 수 있겠지만, 그 말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체니만이 눈이 반짝이며 답했다.
"맞아요, 같이 놀러 가고 싶은데!"
"외지인을 함부로 영지에 들이는 게 아니다."
흐음~ 하는 짧은 콧소리와 함께 카를이 한쪽 턱을 괴고 비뚜름하게 두 오누이를 바라보았다.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저 녀석은 절대 나쁜 녀석은 아니다. 오히려 순진할 정도로 착하지. 도둑이나 강도일지도 모를 사람을 주워다가 씻기고 먹여주는 영주는 흔치 않다. 거기다 제 말도 별 증거없이 순식간에 믿어 주는 것이, 영주라기에는 지나치게...
사랑스럽다.
카를은 금새, 제가 그 생각을 떠올린 것조차도 잊어버렸다. 다만 체니의 억울한 표정에 애써 한 마디를 덧붙이는 마크를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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