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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카카/베지] 근두운에 얽힌 사연.

보랏빛구름 2007. 2. 1. 20:56

드래곤볼 시리즈로 따져서, 마인부우를 쓰러뜨리고 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훈련에 몰입하던 베지터가 연습 상대가 되어달라고 찾아온 적이 있다. 물론, 치치의 심한 반대로 인해 베지터가 얼굴을 찌뿌리긴 했다. 오반이 책을 가득 들고 입에는 우리나라 말이 맞긴 맞아 보이지만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글들로 빼곡히 채워진 종이를 물고 지나가다가 치치에게 작게 무어라고 하자, 저녁때까지는 오라면서 등떠민 걸 보면, 치치는 오반에게는 약한 걸까?

 

 

 

"카카로트,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냐."

 

"별 건 아니야. 그런데, 이왕 갈 거면 카린탑에서 선두나 받아가자."

 

"흥,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어차피 실컷 다쳐가면 오라나 오메나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으니까."

 

"...."

 

 


침묵은 긍정이라던가. 베지터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볍게 어떤 곳으로 향했다. 오공도 그 뒤를 쫓았다- 라지만, 둘이 비슷한 속력이니 쫓고 쫓길 것도 없다. 베지터가 묵묵히 앞만 보고 날아가자, 심심해진 오공은 베지터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메도 수련 많이 한 모양이네- 오라는 그동안 별로 안 해서.."

 

".."

 

"요즘 오반이 본격적으로 공부하느라고- 아, 트랭크스는 뭐 해?"

 

"..."

 

"그러고보니까, 오천이 항상 트랭크스랑 어울려 다니더라고."

 

"..."

"뭐 하는 걸까? 수련은 아닌 것 같아. 그냥 노는 건가... 하긴, 애들이니."

 

".."

 

 


하도 익숙해져서인지, 너무나도 당연히 말을 무시하는 베지터와, 그 말을 이어받아 계속하는 손오공. 잘 맞는 궁합이라고 해도 되려는지 모를 일이다.


얼마나 오공이 수다를 떨었는지 모르지만, 곧 카린탑에 도착했다. 카린선인은 한숨을 내쉬면서 가느스름하게 눈을 떠서 둘을 바라보다가, "부디 지구를 파괴하지만 말아줘.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으니까. 바다에서도 싸우지 마. 해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라고 걱정스레 말을 건네며 선두 몇 알을 건네주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제발 이 근처에선 하지 말아줘..."

 

 

한숨을 내쉬며 카린선인이 돌아섰다. 선두를 받고 나서, 곧 떠나려는 베지타와 달리 손오공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카린선인에게 다시 돌아섰다.

 

 


"저기- 카린님, 부탁이 있는데.."

 

"응? 뭐냐?"

 

"저번에 준 근두운도 없어져 버려서.. 하나만 더 주면 안될까?"

 

"안될 것도 없지. 저번에도 말했잖아. 근두운은 많다고."

 

 


카린이 지팡이를 까닥이자, 근두운 덩어리(?)들이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베지터는 얼굴을 찌뿌리며 묘한 표정으로 손오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오공이 제 품에 들어올 만큼만 구름을 뜯은 뒤, 베지터를 보며 물었다.

 

 


"오메도 어때? 하나 가지는 건?"

 

"차라리 날아가는 게 더 빠르지 않나?"

 

"그래도 은근히 편하다구. 이거. 한번 타 봐."

 

"필요없다."

 

"어라? 오메 이것 못 탄다거나?"

 

 


 물론 손오공은, '날아다니는 것을' 못 타는건가- 란 질문이었을테지만, 기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베지터가 그럴 리가 없다. 아무튼, 베지터의 자존심을 아주 살뜰하게 건드려주신 오공의 시야에, 베지터가 손을 까닥이는 모습이 잡혔다. 손오공이 뜯은 근두운을 베지터에게 던졌다. 베지터는 여전히 의심섞인 눈초리로 오공을 바라보았다. 카린선인은 이미 허리가 아프니 뭐니 해서 아래로 내려가버렸고, 그것을 바라보는 또다른 제3자는 야지로베였지만, 오공이 까맣게 잊은 사실을 야지로베는 부러 말하지 않았다. 뭐,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악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근두운을 타면 그대로 떨어져 버린다는 것을. 그러나 그들은 이미 하늘을 날 수 있는 녀석들이다. 그 유명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개무시하며 부르마에게 '오공의 친구면 하늘을 날 수 있다' 라는 것을 진리로 알게 해, 하늘을 날 수 없는 야지로베가 부르마의 '쓸모없어 보이는 녀석'이라는 눈초리에 밟히지 않았던가.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베지터는 가볍게 뛰어올라 근두운에 앉았다.

 

깜짝 놀란 베지터를 보고 싶던 야지로베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베지터가, 그 베지터가, 처음 지구에 왔을 때는 별을 부수니 뭐니 하며 난리치고, 마인부우전에는 무고한 사람들을 떼로 죽여가며 오공과의 싸움을 바랐던 그 녀석이 뭐가 그리 착하기에... 저거 혹시 짜가 근두운 아닐까, 라고 잠시 야지로베는 생각했다.

 

 


"생각보단 탈 때의 느낌이 좋군."

 

베지터가 근두운에서 내려, 근두운을 오공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오공은 거대한 근두운 덩어리에서 근두운을 한 덩어리 더 뜯어낸 뒤, 베지터에게 다시 던졌다. 엉겁결에 받은 베지터가 얼굴을 찌뿌렸다.

 

"훈련할 때 거슬린다, 카카로트."

 

"어차피 우리 실컷 다친 뒤엔 그 녀석이 데려다줄 수 있잖아. 근데 오라 놀랐는걸. 오메도 근두운 탈 수 있구나. 예전에 부르마는 못 탔었어."

 

"응? 누구는 못 타는 건가?"

 

베지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거-. 그러니까.. 뭐더라? 아, 맞다. 원래 근두운은 마음이 착한 사람만 탈 수 있는 거래. 그러니까 오메도... 어..?"

 

"카.. 카카로트! 그걸 왜 이제껏 말 안 한 거냐!"

 

"아, 아니 나도 이제야 생각이.. 베, 베지터!!!"

 

"닥쳐, 죽어라 카카로트!!!!!!!!"

 

 

 


창피함인지, 붉어진 얼굴을 가리려고 오공에게 파이널플래시를 왕창 갈겨댔다. 쯧쯧, 가엾게도 아무 일 없기를 바라던 카린의 소원은 부서지고, 이제는 개나소나 다 아는 신(덴데)를 부르며(아니, 그게 아니잖아!) 한숨을 쉬시는 저 분. 다행히 손오공이 방어막을 쳐서 베지터의 기에 카린탑이 부서지는 것만은 막았다지만, 그 후폭풍은 엄청난 것이다. 베지터는 곧 빅뱅어택을 손오공의 얼굴에 명중시키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오공이 갑작스레 초사이어인2의 기로 보통 상태의 베지터의 기를 누르는 바람에 무방비 상태로 커다란 근두운 덩어리에 안착해 버렸다.

 

물론 부끄럼 덩어리이신 우리 왕자님이 분노하지 않으실 리 없다.


"카카로트..!!!!!!!"

"으아아악!"

 

 


그날 저녁, 저녁 식사 시간에 늦은 오공을 치치는 굶겼고, 베지터는 지쳐 잠이 든 채로 근두운에 실려 집까지 갔다는 후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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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래곤볼에서 베지터씨 총수에 열렬히 타오른 후폭풍입니다<

 

카카베지 동맹에서 이런 내용의 사컷만화가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슬슬 썼습니다.

 

어라, 이거 스토리 도용한 것 되면 곧 지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가입절차를 밟고있는데, 가입하고나서 일단 양해를 구해보고..

 

안되면 아름답게 지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