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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기사 레이어스/ 크레우미] Give a reason for life 7

보랏빛구름 2011. 3. 26. 21:51

죽음도, 감동도

나를 감동시키지 못하고

내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세상의, 주변에 서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돌을

밀어올리는 나를

용서하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변명도

울지 못했다

 

 

                어떤 무대에서, 서정윤

 

 

 

 

 

 

 

 

그는 존재했다. 까마득한 시간,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존재했다. 이 세계의 창조 전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최초이자 최후의 기둥, ‘에메로드’의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태곳적부터 이 땅을 떠받친 존재.

그러나, 그것은 임시의 기둥에 지나지 않았다. ‘기둥’의 완벽함은 곧 이 세계의 완벽함과 직결된다. 모코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만든 저 불완전한 ‘소모품’ 이후에 곧바로 완벽함으로 직결되는 ‘기둥’을 탄생시켜야 했다.

 

그래서, ‘에메로드’를 탄생시켰고, 그녀의 옆에 임시 기둥을 받쳐 두었다. 하나의 기둥은 완벽해 보이지만, 무너지는 순간 걷잡을 수 없었다. 그 세계에, 받쳐둔 가느다란 기둥.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지울 수 있도록 자동 삭제 시스템마저 갖춘,

 

신이 만든 완벽한

 

프로그램.

 

 

 

 

 

 

 

 

 

 

 

 

 

 

 

 

 

크레프는 마치 땅거미가 지듯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우미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크레프가 숨쉬는 소리를 확인하고, 체온을 짚어 확인해 보고를 반복하다 밖으로 나왔다. ‘아직은 안 돼.’ 무슨 뜻일까. 크레프는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 그를 해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텐데…

 

우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왜? 라고, 끝없이 질문해 본다. 그리고,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레프는. 어떤 존재인가요?”

 

우미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후는 모두를 훑어보았다. 문득 닿는 시선 끝에 우미가 있었다. 다들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눈짓으로 오라고 했다. 우미는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손이 기도하듯이 꼬옥 맞잡혀 있어,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저기… 그냥, 아무래도 이상해서… 역시, 자기 의지가 아닌데도 죽는다는 건 슬프잖아? 그래서… 물어보려고… 그냥 물어보려고 갔는데…”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고, 왜 다들 모여있는지, 왜 그런 표정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우미는 후를 바라보았고, 후는 웃어주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울먹거리는 히카루의 표정도 보이고, 얼어붙은 프레세아와, 쓸쓸한 표정의 란티스. 그 모든 것이 시야에서 울렁거리며 섞인다. 이 말을 누구에게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목 끝까지 차오른 이 말을, 삼키기에는 너무 아픈 이 말을.

 

“이상해… 크레프가 끙끙 앓고 있는 거야… 아직은 안 된다고, 아직은… 안 된다고… 그렇게 힘든 표정으로…”

 

눈에 가득 차오른 눈물은 비명과 함께 터져나왔다.

 

“이상하잖아! 왜 크레프가 그런 표정을 지어야 해? 말도 안 되잖아, 그런 거!”

 

푸른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비명소리처럼,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빈 잔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도 눈물의 냄새가 났다. 어쩌면, 우리가 세피로는 평화로워졌다는 허상으로 도피해, 사실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을 때부터, 이미 이 모든 상처의 씨앗은 자리잡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이름처럼 바다같은 그녀가, 바다를 닮은 눈물을 흘린다. 이름처럼 빛을 닮은 소녀가, 자신의 빛을 거둬버린다. 이름처럼 바람같은 소녀는, 감쌀 수 있는 힘을 잃고 냉정함을 가장한다.

 

 

그녀들 셋은 분명히, 상처받았다. 세피로의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일로 인해.

 

당연하잖아? 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그녀들은 묻는다.

 

어느 부분이 당연한데?

 

 

 

 

 

 

 

 

 

 

 

 

 

아주 나이가 든 사람이 있다. 745년이라는 시간을 홀로 지탱한 사람이었다. 이 세상을 지탱해냈고, ‘기둥’을 보좌했으며, 기둥이 사라진 이후의 모든 짐을 다 떠맡은 사람이었다.

 

그는 행복했을까?

 

알 수 없다. 그는 말했다. ‘세피로에 살고 있는 것’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세피로에 살아 있을 때, 그러니까, 지금이- 행복하다고.

 

그렇지만, 그게 정말일까?

 

누가 그랬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그리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했다. 지천으로 가득 피어있는 행복 중 행운을 찾지 말고, 네 주위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고, 누군가가 분명 그랬다. 그렇지만,

 

‘행복’은 그렇게 쉽게 인식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한다. 슬프고 괴롭고 죽어 버릴 만큼 가슴아픈 일도 겪을 수 있다. 두려움, 공포. 아무런 근거 없는 그러한 것들이 정신을 위협할 수 있다. 실체 없는 것은 극도의 두려움을 유발한다. 실체가 없으니 베어낼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찾는 즐거움이, 행복-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거 남이 봐서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크레프는 행복을 느낄 만큼의 부담을 지지 않은 적이 없다. 마음 깊은 곳에서, ‘기둥 제도’의 불합리성을 생각한 사람이, 기둥을 보위하면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에메로드’와 ‘자카드’의 사랑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웃어 주었을 것이다.

 

에메로드 공주를 끝내 죽이고, 우리들은 사라졌다. 그 이후의 모든 상황을, 그가 떠맡았겠지.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언제나 짐지기만 하는 이다. 들었던 짐을 놓을 줄 모르는 이였다. 그 모든 것을 떠맡고도, 혹시 짐이나 되지 않을까 해서 힘겹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안쓰럽고…

――――――한, 사람.

 

 

 

 

 

 

 

 

 

 

 

 

 

 

그러나 네 소유의 알짜는

한 줌의 재

한 줌의 바람

도둑이 마취제를 뿌리듯 오늘밤

내 침실에 그것을 뿌려라

                                 -이형기, 無名의 死者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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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뭔가 스토리는 없는데 질질 끄네요. 빨랑 마무리를 지어야 할텐데, 필력이 없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