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습니다.
절 매우 치세요.
신중화일미 보고 너무 발려서........
전설의 요리기구를 다 찾았어도, 여행은 가끔 했다. 쉐르는 여행이 인생의 즐거움이기라도 한 듯 틈만 나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가끔은 한 달이 넘게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레온과 가끔 동행하기도 했다. 이번엔 항주로 갈 거거든! 같이 갈 사람 누구 없어? ... 항주라면, 한번쯤 가볼 만하겠지. 그러면서 둘이 다녀왔다. 가끔 마오나 메이린도 같이 갔다. 그렇지만 마오는 조금 바빴다. 집에도 가끔 갔다왔고, 양천주가도 맡고 있었으므로, 이전만큼 여행을 자주 가진 못했다. 그래서인지 쉐르나 레온이 이것저것 요리기술을 알려다주면 좋아라하며 배우곤 했다. 여긴 만두를 이렇게 굽더라고, 군만두는 일단 불 조절이..... 혹은 레온이 이것저것 알려줄 때도 있었다. 거긴 소 안심을 이렇게 요리하더군. 무뚝뚝한 목소리에 친절을 담아서.
그것 말고는 별 일 없었다. 쉐르가 좋은 술을 잔뜩 들고와서, 원래 술맛을 알아야 진짜 맛을 아는 거라고 꼬드겨 레온과 마오를 취하게 하려고 했다가, 의외로 술이 강한 마오와 죽이 잘 맞아 새벽녘까지 마시고 일찍 뻗어 잠들어버린 레온을 업고 집에 왔다거나, 초유사부가 얼음장식을 만들 때 레온이 도와서 꾸몄는데 다음날에 실수로 시로가 깨뜨려버려서, 부탁을 받고 쉐르가 다시 만들었는데 미묘하게 다른 부분을 눈치챈 초유에게 청소를 벌로 받는다던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는 가끔 있었다. 양천주가는 훌륭한 요릿집이었고, 훌륭한 요리사들의 성장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해갔다.
그러나, 그렇게 훌륭한 요릿집이라고 하더라도 훌륭한 요리사가 너무 많으면 장소가 비좁다. 쉐르는 어느 날, 다시 떠돌이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그의 의지를 밝혔다. 모두가 그의 의지를 존중해주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쯤은 들릴게. 라는 가당치도 않은 약속을 한 날 밤, 불이 꺼지지 않은 방이 하나 있었다는 것은 양천주가의 누구나 눈치챌 만한 사실이었다.
양천주가는 마오의 것이 아니었다. 마오에게는 국하루가 있었고, 양천주가는 스승으로 삼은 초유 때문에 있는 거였다. (아마 메이린도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걸 알기에는 어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천주가는 레온이 물려받을 것이었다. 아마 주방장이 초유사부가 될 때 즈음이면 그는 부주방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레온은 양천주가에 각별히 마음썼다. 여전히 무뚝뚝하게 굴었지만, 양천주가 사람들이 그 마음씀을 모를 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차마 레온이 말하지 못한 것까지 적당적당히 눈치로 알아챘다. 그들이 보기에, 마음 여리고 의외로 눈물이 많은 레온에게, 여러 고생을 한 데다 경험도 많고 성격좋은 쉐르는 잘 맞는 콤비였다. 남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하는 레온이라도 마오와 있을 때에는 조금 부드러워졌고, 쉐르와 있을 때에는 자기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쉐르또한 레온이 부리는 신경질이나 예민하게 구는 것에 덤덤하거나 무심하게,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대해 주었다. 의외로 아프다는 것을 티내려하지 않는 레온이 감기에 걸리면 탕약과 부드러운 음식을 먼저 전해준 이 또한 쉐르였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레온이 자존심상해 할까봐, 여러가지로 핑계를 댔다.
어이, 레온! 마오가 죽 만드는 법 가르쳐 줬는데, 먹고 평가해봐!
왜 굳이... 나한테....
응? 왜냐니, 당연히 너지. 다른 사람한테 하면 분명 양천주가에 소문이 날 거잖아? 넌 소문 안 낼 테니까.
... 고맙다....
응 그래, 그러니까 먹고 맛 평가해봐.
.... 단맛이 좀 강하지 않나? 단호박을 많이 넣었어. 신맛이 약해졌잖아.
뭐야?
가끔은 레온이 쉐르에게 보답할 때도 있었다. 레온은 의외로, 칼솜씨를 쓰지 않는 손재주는 딱히 부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슈마이나 만두 같은 건 잘 만들지 않았다. 제입으로 자신 없다고 말하긴 했었다. 그것을 초유가 조금 나무라기도 했다.
..... 먹어봐라.
오, 왠 슈마이? 네가 만든 거야?
그래.
슈마이는 거의 안 만들지 않았어?
세심한 것에는, 자신이 없어서.
글쎄. 하고 쉐르는 웃었다. 게 다리에서 살 발라낸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아.
그런 잔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 일상에서 쉐르는 탈퇴를 선언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레온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가, 입술을 깨물었다가, 금방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벗어나 버렸었다. 쉐르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지만, 레온의 행동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마오는 레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를 쫒아 달렸다. 거기다 라우 대사부가 쉐르에게 말을 걸고, 둘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그의 놀라운 발표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초유는 답지 않은 한숨을 내쉬고는,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몰랐을지도 모른다. 쉐르는 레온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레온은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래저래 눌러온 모양이었다. 그날 레온은 하루종일 식사하러 나오지 않았고, 마오는 밥 먹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오랜만에 초유가 식사를 만들었으나, 숟가락질이 다들 느렸다. 쉐르는 왠지 모르게 무거운 분위기였고, 라우 대사부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조용한 식사는 무겁게 마무리되었고, 모두들 식사 후 아무말 없이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단, 마오만 제외하면.
마오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레온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은 잠겨 있었지만, 양천주가의 구조상 세게 잡아당기면 문은 열리게 되어 있었다. 레온은 턱을 괴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 모습 그대로 고개를 돌려 마오를 보았다.
왜... 자지 않고.
할 말이 있어요.
.... '그 일'이라면, 괜찮아. 그냥 서운해서 그래. 너무 놀라지 않아도...
괜찮은 거 같지 않아서요.
........
레온은 가끔, 마오를 어려워했다. 마오는 순수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정곡을 찌르곤 했다. 눈치 없는 아이의 마음은 어른에겐 견디기 힘든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순순히 일어섰다.
들어와, 앉아서 이야기하지.
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찻잔을 받았다. 이상하게 차맛이 썼다. 아마 찻물을 오래 끓인 탓이다. 찻잔을 주기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침묵이 둘을 감쌌다. 레온은 묵묵히 찻잔을 비우고, 다시 찻물을 채우고를 반복했다.
쉐르 씨가, 사흘 뒤에 여길 떠난다고 해요.
... 들었어. 얼마 남지 않았더군.
그리고 레온 씨가 간 후에, 쉐르 씨랑 라우 대사부님이랑 이야기를 했고요.
....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 저녁 내내 쉐르 씨의 표정이 안 좋았어요.
.... 대사님이,
레온씨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
나는 레온씨에게서 직접 듣고 싶어요.
........ 내가.
레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쥐어짜낸 목소리에도 답은 있지 않았다.
......... 어떻게..........
라우 대사부와의 대화 이후 쉐르는 한동안 침묵을 고수하다가, 조심스레 마오를 불러냈다. 마오는 새로운 죽을 개발하던 중이라고 투덜댔지만, 실은 그 투덜거림이 한동안 어두웠던 쉐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임을 알았기에 쉐르는 그저 웃어주었다.
.......... 네 눈에도, 보였어?
....
레온이, 그렇게....
그가 말끝을 확실히 하지 않은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아니,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좋다.
네. 뭐 눈치로야 조금요....
... 그래?..... 나도 눈치빠른 놈이라 자부는 했다만.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난 몰라. 그건 레온의 뜻이니까.
.........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하는 건, 내 마음이 정해진 대로 가는것뿐. 레온이 남아있든, 혹은 나를 따라가든, 그 행동에 내가 함부로 간섭할 순 없는거잖아.
그런가요?
마오는 웃었다. 그답지 않은 흐린 웃음이었다.
쉐르 씨, 너무 돌려서 말하지 말아요.
아....
레온 씨의 마음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잖아요.
쉐르는 고개를 돌리고 말이 없었다. 알고 있다. 그 부담스러운 마음을. 그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그렇기에, 서로가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선다 하더라도 제3자의 입장에서 할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술에 취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쉐르의 어깨에 기대고, 편안히 늘어진 레온이 너무 눈에 밟혀서. 다음날 벌개진 얼굴로 고개도 들지 못하던 레온이 너무 눈에 밟혀서. 마오는 레온의 편을 들기로 했다. 쉐르에게 잔인해지기로 했다.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아는데도.
......... 직접 말해주세요.
.....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에요, 쉐르씨.
........
그리고, 쉐르도 그걸 아는지 말이 없었다.
그날 저녁, 쉐르가 레온의 방을 찾았다고 한다. 쉐르가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도란도란한 목소리는 창밖을 넘지 않았고, 호기심 강한 시로가 창문 아래에 귀를 대고 있다 건진 정보에 의하면, 조용히, 이별을 고하는 일 말고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잘 있으라는 말과, 잘 가라는 말이 끝이었다고. 그들의 이별은 만남과는 달리 간소했다.
다음 날 아침은 레온이 만들었다. 오랜만에 좋은 콩이 들어와서 마파두부를 만들었다. 매콤한 맛이 레온의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맛은 있었다. 적어도, 음식 맛은 틀리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로는 멀쩡해 보였다. 식사가 끝나자 쉐르는 만두가게로 가겠다고 일어섰고, 레온은 별 말 없이 상을 치웠다. 마오는 레온에게, 이번 요리는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쉐르가 떠나는 날의 마지막 식사 때에는 마오가 직접 실력발휘를 했다. 태후에게 직접 주었던 볶음밥을 버전만 달리해서 냈다. 그땐 만리장성을 썼지만요, 하고 메이린이 웃었다. 그럼 이번엔 어디서 했는데? 라고 쉐르가 물었다. 아, 그건 기업비밀이에요~ 맛에서 찾아보세요! 하고 얄밉게 마오가 웃는다. 히히히히~ 하는 웃음이 천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마오는 쉐르의 짐 싸는 것을 도왔다. 짐이 거의 없네요? 물론이지, 떠돌이 생활이 버릇되면 짐을 거의 안 챙기게 되더라고. 넌 그러지 마라. 씩 웃는 웃음이 좋았다. 마오는 문득 그 웃음에서 레온을 떠올렸다. 참으로 닮지 않은 웃음이었다.
언제쯤 오세요?
글쎄, 실은 잘 몰라. 언제가 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인편으로 간간 연락은 할게.
그래요...
정착할 생각은 없으시고요, 하고 묻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레온이 쉐르에게 들렀다. 늦은 밤이었고, 쉐르는 자려고 이불을 깔고 있었다. 낯익은 손님의 이상한 방문에 쉐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느긋하게 차를 내갔다. 레온은 차를 받고도 한동안 물끄러미 쉐르를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에 지친 쉐르가 운을 뗐다.
여기서 더 배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여기저길 둘러보고 싶어서 말야.
좋은 일이지.
무엇보다 여기에 내가 너무 오래 있으면 폐도 될 거고.
...그래.
너무 서운해하지 마. 다음에 볼 때는 아마 네 실력이 훨씬 늘었을 때겠지? 기대하고 있어.
그래.
그리고 레온은 희미하게 웃었다. 문득 쉐르는 옛날을 떠올렸다. 옛날에, 언제더라, 그래. 그 선상 위에서, 자신이 죽인 한 목숨에게 참회하며 칠성도를 보던 그 미소였다. 참회. 그는 언제나 죄스러워했다. 자신이 죽인 한 목숨과, 그리고 수많은 다른 생물의 목숨에 그는 보이지 않은 눈물을 뿌렸을 것이었다.
나중에 다시, 보자.
그 말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레온의 옷을 잡아 끌어당겼다. 레온이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시선을 다시 쉐르에게로 고정시켰다. 쉐르는 문득, 왜 잡았는지 생각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씨익 웃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술이나 한잔 할까?
초유가 이별선물로 주었던 술병을 꺼내들자, 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아 찻잔을 비웠다. 씨익 웃으면서 찻잔 가득 술을 따른다. 레온은 얼굴을 찌뿌렸지만,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쉐르도 자신의 찻잔에 술을 따랐다. 술향이 매우 좋았다. 국화주인가? 하고 쉐르가 생각할 동안 레온은 한 모금 먼저 마셔보았다.
달군.
그러게. 근데 좀 강한... 것 같기도?
그래?
쉐르가 다시 홀짝 한 잔을 비우자, 그제서야 레온도 다시 술을 입에 가져갔다. 한동안 둘은 조용히 술만 마셨다. 쉐르는 조금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술을 계속 레온에게 따랐다. 대화가 다시 시작된 건 술병이 거의 다 비었을 때였다.
........ 언제쯤, 올까?
글쎄. 뭣보다 떠돌이가 딱히 날을 기약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아?
그래...?
나중에 꼭 올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젠가 다시 보겠지. 차라리 그게 나아. 갑자기 레온에게서 말이 터져나왔다. 중얼거림이던가, 생각이던가. 아마 홀로 하는 넋두리일 것이다. 그래 그게 낫지...... 그쯤 되면, 나도........., 너도, 좋은 사람 만나겠지. 그래.
어이, 취했냐?
아니... 취하지 않았어....... 레온이 고개를 젓더니, 술을 홀짝 삼킨다. 그제서야 쉐르는 자신이 술을 거의 손대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이 녀석 술 약했는데. 그런 쉐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온은 넋두리를 이어나갔다. 그래.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너도 언젠간 정착할 때가 있겠지. 네 요리가 누군가를 향할 날이 오겠지............ 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긴 해........ 그래........
넋두리가 슬그머니 가라앉을 무렵이었다. 레온이 취기에 슬슬 졸린지 테이블 위로 고개를 묻었다.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 그건, 맛있겠지. ...... 물기어린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지 않아 우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레온은 잠들었다.
쉐르는 차마 잠들 수 없었다. 그쯤 되면 나도........ 그 뒤에 한없이 작게 속삭인 목소리가, 들려와서일 것이다. 그제서야 귀에 닿은 그 말은, 잊기에는 무거웠다. 그쯤 되면 나도.... 너를 잊을테고.
잊을테고........
며칠 전의 매콤한 마파두부 맛이 생각난다. 그 이후 아무렇지 않아했고, 그 행동에 안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마음이 편해져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떠나면 깔끔해질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그 매운 마파두부에서, 이상하게 짠맛이 나서.
천천히 레온을 일으켰다. 예전의 반복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업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 안아들어서, 고개가 저절로 쉐르에게 꺾였다. 손을 쓸 수가 없어서 문을 적당히 발로 걷어찼는데 열리길래 좀 부끄러웠다. 옷을 벗기긴 뭐해서, 조끼만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 손 끝에 닿은 베개가 축축했다.
다음날이었다. 쉐르는 짐을 말에 얹고, 아침으로 적당히 메이의 음식을 먹었다. 마오가 아쉬워하면서 쉐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을 먹고 나오자, 숙취로 비틀비틀 방에서 걸어나오는 레온이 보였다. 레온은 쉐르를 보자 조금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다래져서, 빨갛게 충혈된 눈이 보였다. 그걸 저도 알았는지 곧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린다.
늦게 가는군.
아 어제 누구씨 때문에 술 먹는다고 말이지~
.... 먹은 건 나 뿐이잖아!
뭐 어때, 방까지 데려다 주는 데 애먹었다고.
바라지도 않았어. 누가 부탁이나 했나..... 가는 길 조심해서 가.
시선을 여전히 피한 채로 휘휘 손을 내젓는다. 쉐르는 빠르게 그 손을 낚아챘다. 흠칫 놀라는 레온에게, 쉐르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같이 갈 거야 안 갈 거야?
뭐, 응?
같이 가기로 했잖아?
어? 뭐?
어안이벙벙해진 얼굴로 레온이 쉐르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제 같이 가기로 해 놓고서, 치사하게 잊은 거야?
어? 내, 내가 언제!
레온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확 붉어지는 얼굴을 방에서 나오던 초유가 발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유 뒤에는 라우 대사부가 서 있었다. 초유가 예의 그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레온, 무슨 일이지? 왜 다들 마당에 나와 있나?
아, 아니 그게!
레온은 쉐르에게 잡힌 팔을 빼려고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 그 말을 끊고 다시 쉐르가 크게 외쳤다.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했잖아? 빨리 짐 챙기지 않고 뭐 하고 있었어?
어. 어, 어...!?
응? 아, 쉐르와 가기로 결정한 건가?
아, 아니.., 그게, 사부님!
레온은 이제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때, 재빠르게 팔을 잡아당겨 레온을 가까이 세워놓고 쉐르가 레온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순간, 레온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래서, 쉐르와 가겠다고?
......그,
네 선택이라면 말리진 않겠지만.
아, 그런 거에요?
그, 게.......
레온이 느릿하게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하아, 하는 긴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조,금 더 세상을 알아오고 싶습니다.......
그래? 그래, 네가 그렇다면 네 뜻대로 해야지.
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마. 그러나 너무 늦지는 말아라.
......
레온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쉐르가 레온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럼 빨리 짐 챙겨와, 어중간한 거 내가 다 챙겼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레온이 방으로 곧장 들어가자, 쉐르는 곧 초유에게 가 인사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별로 놀라진 않았다. 레온을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십쇼! 매일 맛난 것만 먹이겠습니다~.
꾸벅 라우 대사부와 초유에게 인사하고, 쉐르는 레온의 방으로 달려갔다. 어이, 쓸데없는 거 챙기지 마! 드, 들어오지 마!!! 그리고 그날, 유독 시끄러운 양천주가에 사람들이 이유를 알지 못해 갸웃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
둘만의 이야기는 스타트라인.
- 내 음식이 너를 향할 만큼의, 시간을 나에게 줘.
'소설 > [기타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이유와 엔세이의 후속. (0) | 2011.10.30 |
---|---|
쉐르레온 02 (0) | 2011.10.29 |
[마법기사 레이어스/ 크레우미] Give a reason for life 7 (0) | 2011.03.26 |
[이자시즈] Happy Birthday, SIZUO HEIWAZIMA. (0) | 2011.03.17 |
[마법기사 레이어스/ 크레우미] Give a reason for life 6 (0) | 2010.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