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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차/ 현오현우] 추억

보랏빛구름 2014. 9. 29. 12:40

 

현오현우. 커플링은 없다시피 합니다. 말 그대로 현우와 현오가 나옵니다.

 

현우의 과거 날조 설정. 이전 현무후계자가 없었다는 이야기 + 현우의 나이 비공개 때문에 생각한 이야기입니다.

 

저렇게 되면 현오보다 현우가 나이가 많아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양 씡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건 현우는 현무강림 못 하면 아마 살해당하거나 자실할 거 같음요. 살 수 있을리가 없다. 이게 제 생각입니당. 집안 보면 그럴듯.

 

 

 

이 글이랑 관련없지만 둥차 캐릭터 분석을 잠깐 해보자면

의외로 가장 현명한 건 백건. 백은과의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현실 판단 정확하고 처세도 꽤 함. 보패 ㅋㅋㅋㅋ  도 그렇고..... 그냥 이래저래 봐서 가장 정상인같은데. 다음 편 봐야 자세히 알듯.

의외로 자존감이 낮은 건 은찬. (보살일 줄로만 알았었다... 미앙. 보살성격은 저 자낮때문에 나온 현상인듯.)

청가람은 좀 애인거 같슴다. 청룡 강림했으니 학교 안 가도 돼 라는 생각은 언젠가 청룡 강림시켜서 천계 간다는 의미인거 같아서 ㅋㅋㅋㅋ. 뭣보다 천계에 자기 아버지 외의 청룡핏줄들이 널려 있을 건데 외로움 좀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너님은 가야함. 인간이 아니라 너네 종족과 함께 해피엔딩하면 왠지 상처치유될지도?

 

쓸데없이 나불거렸네영 근데 얘들 얘기를 할데가 엄성.... 가끔 블록에 썰이나 풀어야겠다라는 깨달음.

 

 

 

++ 덧 : 죄송합니다 일단 현우랑 현오 나이가 정립이 안돼서 아주 널을뛰네요. 나이는 판타지로 씹어드시면 될거같습니다. 제가 다시 읽어봐도 이해가 안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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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현우는 언제나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곤 했다. '차기 가주는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애매하게 끝맺은 말 뒤에는 아마도 약간의 우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 보겠다는 의지 또한 섞여 있었다. 현오는 현우를 말려야겠다는 마음을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현오에게 있어 현우는, 다만 그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좌절할 수는 있었다. 현오가 보기에는 그러했다.

 

현우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박탈당했다. 현우의 '현무'증표는 상당히 일찍 발현되었다고 한다. 몇 살때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어렸던 때라고 하니 아마 아직 제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였을 것이라고 슬그머니 추측만 해 볼 뿐이다. 그와 동시에, 현우와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이 현우의 부친에 의해 전부 살해당했다. 후계자를 단 하나만 만들겠다는 그의 뜻이었다. 1년에 한 두 번은 같이 나가 놀았던 현우의 또래 아이가 현우의 눈앞에서 죽었다.

 

현우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이후, 현우는 현무 집안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당했다. 그리고 그 집안 안에서 무슨 피바람이 불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 와중에 현우의 어머니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 이야기는 소리소문 없이 빠르게 퍼졌다가 침묵으로 내려앉아 사라졌다. 그것을 공공연히 문제 삼기에 이 집안은 이미 침묵과 광기로 휩싸여 있었다.

 

현우의 아버지는 아마 현우를 쉽게 다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이 차기 가주가 되어, 이 집안을 장악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슬프게도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현우는 차기 가주를 선택할 힘이 있엇다. 그것은 사신 후계자에게 주어지는 특권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니면 안 되었던 현우 아버지는, 현우를 제 뜻대로 하기 위해 온갖 주술을 아이에게 걸었다. 사람을 조종하기 위한 것이던가, 아니면 저주였던가. 무엇이었는지 알 도리는 없다. 차기 가주자리에 미쳐있던 그 남자는, 결국 현우를 망가뜨렸다고 했다.

 

현우는 주술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현우는 중앙으로 가지 않았다.

 

현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들었다. 꽤나 많은 살인청부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술이든 무엇으로든 현우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 현무 집안에는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다. 현우의 아버지가 살해당했고,  현우는 그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현무 후계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현우를 끝으로 한 듯, 이상하게 그 이후로 현무의 증표를 가진 아이는 없었다. 증표는 오로지 현우에게만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현우에게 쏠렸다.그리고 현우 또래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현무 후계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다른 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제서야 '공식적으로' 현우를 죽이려는 시도를 멈추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이던가, 현우가 나에게 왔다.

 

"형님."

 

나를 그렇게 불렀다. 나는 현우의 나이를 알지 못했고,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말은 편하게 놓으셔도 됩니다. 앉으십시오. 자리에 앉자 마자 현우는 대뜸 본론을 말했다.

 

"당신을 차기 가주로 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은 현무 집안에서도 그렇게 자리잡힌 편이 못 되었다. 아마도 바깥에서 평범하게 취직을 한다 해도 관심갖지 않을. 그런 나를 왜 차기 가주로 삼고 싶다고 했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당신 아버지가, 당신이 성장할 때까지는 대리 가주가 되어주겠지요."

 

그래, 차라리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차기 가주로 선택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야망도, 욕심도, 포부도 너무나 커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었던 아버지. 아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이 집안을 삼키려 들, 그런 남자이니까.

 

"저는 아마 내후년 즈음해서 중앙에 가게 될 겁니다. 이후의 집안일은 당신에게 맡기지요."

"사신 강림을 하시려고요?"

".... 그리고, 말을 놓아 주십시오."

"아, 네...... 응."

 

머뭇거리고 있자니, 현우는 그럼 이만. 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같이 일어서니, 현우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마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겠지마는....... 그래도 주고 싶었습니다."

 

뜻모를 말이었다. 현우는 그대로 돌아갔다. 그 이후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아버지만이 신이 났었고, 이후 현무 집안에 몇 번의 반발이 있었다. 그 와중에 현우는 두서너 번 더 살해위협을 받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한 후 중앙으로 떠났다.

 

 

 

 

 

 

 

중앙으로 떠나기 전, 현우와 한 번 더 만날 일이 있었다. 현우는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표정에 적이 놀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현우는 이제껏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었을테고, 현무 집안이 아닌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죽고 죽이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말하는 내용만큼은 전혀 달랐다.

 

"차기 가주. 제가 없을 때의 집안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후 배신자의 처단에 관해서는 차기 가주를 믿고 있겠습니다."

 

그것밖에 아는 것이 없었던 아이는 헤어짐을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언제나 잔뜩 예민하게 날을 세웠던 어깨가 안쓰러웠다. 잘 기르던 개가 주술에 걸려 자신을 물어뜯던 날 이후로 현우는 누군가를 믿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것만큼 안타까운 게 또 있을까 싶 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해주겠는가.

 

"걱정 마, 현우야."

 

이제는 익숙하게 말을 낮춘다. 웃고 있자니 현우의 어깨에 힘이 조금 풀렸다.

 

"이 집안 바깥으로 나간다는 게 신기합니다. 바깥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시간이 되면 사신후계자들과 바깥으로 나가보는 건 어때? 다들 가끔 놀러가고 싶어할 거야."

 

하지만 의외로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왜, 궁금하지 않아? 물으니 덤덤한 말이 무릎으로 떨어졌다.

 

"아니오, 사신강림을 위해 수련할 시간으로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굳이 다른 곳에 신경쓰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은 너도 궁금하면서, 가끔 오는 제 방의 물건들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면서. 온갖 말들이 튀어나왔지만 조심스레 삼켰다. 현우는 솔직할 수 없었다. 이 곳에서는.

 

"그래, 내일 잘 가."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이것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었다. 현우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다시 말을 걸었다. 조금 가까이 나에게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마 당신은 궁금할 수도 있을 겁니다. 왜 내가 당신을 선택했는지."

 

물론, 네가 내 방으로 왔을 때부터 알고 싶었던 이야기였지만 굳이 뒷말을 채근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이야기를 해 준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현우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중앙으로 가게 되면, 하늘로 가든 죽어 땅에 묻히든 두 가지의 선택만이 있을 테니까. 그전에라도 이야기는 해 둬야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덤덤하게 그 입으로 제 죽음을 언급하는 이가 낯설었다. 수많은 죽음의 위협을 받으면서 단 한번도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던 이가, 갑작스레 제 미래를 이야기한다.

 

"아주 예전에, 저희 어머니 장례식 때 말입니다.... 당신은 너무 어려 기억나지 않겠지만, 제 손을 잡아준 게 당신이었습니다."

 

그랬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무 집안은 장례식이 짧고 자주 있는 편이었다. 자신이 누구와 만났는지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은 주술가가 아니었기에 이 집안에서 그렇게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장례식에 가서 누군가의 손을 잡을 일이 거의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낯선 일이었다.

 

"그냥 그것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당신의 성정에 가주가 맞지 않더라도."

 

헛웃음을 흘리는 표정이 낯설다. 현우는 집안에서 표정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언뜻 보이는 표정은 복잡했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그랬습니다."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있으라는 말도 없이 방문이 닫히고, 방에는 나만 덩그라니 남았다. 내 손을 펼쳤다. 언제인지 모를 기억이었다. 현오는 노트북을 켰다. 어쨌건 현우는 내일 떠나고, 자신은 이곳에 남을 것이기에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현우가 오간 자리에 남은 어릿한 과거의 기억이 그날 현오를 잠 못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