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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차/ 백건현우] 나는 너를 미워한다(我恨你)

보랏빛구름 2014. 10. 8. 18:45

 

 

아놔ㅠㅠㅠㅠㅠㅠㅠ 이틀에 걸쳐서 적었더니 이게 아닌 거 같은 느낌이... 왜 나는 병신같은 글을 잘 쓰는것일까.

 

최근화를 보니 백건은 싫은 것에는 확실히 싫다고 응답하고,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대응도 확실한듯. 그래서 그냥 적어 봤습니다.

 

백건이 보기에 현우는 '옳지 않은 존재.' 왜냐하면 백건이 보는 현우는 '집안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 이기 떄문에. 현우는 '스스로 살아가는 삶을 모른다.' 따라서 모든 행동이 어설픈 바보가 됨.

 

하지만 백건은 그걸 납득하기 어려울듯. 워낙에 산야초처럼 살아서 긍가 내 삶은 내 거라는 인식이 딱 박힌 백건한테 현우는 지 삶도 없고 긍지도 없고 뭣도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사신후계자일뿐. 글타고해서 은찬이처럼 원래 사람 성격이 좋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이도저도 아닌 짜증나는 잉간일듯.

 

컾느낌 나게 쓰고 싶었는데 병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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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사람의 가치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했지만, 그 이야기는 단 한 사람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모두들 그 말을 좋은 뜻으로 쓰고 있지만, 한 사람에게서는 그 의미가 전혀 달랐다. 모두가 덕담으로 던지는 말이 그에게 와서 칼이 되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와 같은 처지의 한 사람에게는 최고의 찬사가 되었다.

 

현우와 백건은 그렇게나 달랐다. 완벽하게 달랐던 그들의 삶이 마주치면서, 둘은 서로를 좋아하기보다 미워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현우는 수련에 꽤나 집착하는 편이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수련했고, 남들이 학교를 가고 청가람이 낮잠을 잘 무렵에도 자주 매화장에 나가곤 했다. 백건과 은찬이 학교에 오기 전까지 매화장에 있다가, 돌아오면 곧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에는 별 탈 없이 나머지들과 어울려 TV를 보면서 세상 물정에 어둑한 도련님이 되었다가, 식후 수련을 가볍게 끝내고 잠들 때에 적당히 시간 맞춰 잠들었다. 중앙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지리하게 흘러갈 것 같았다.

 

백건 또한 무난한 시간 속에서 약간 지루해졌다. 학교에서도 딱히 재미있는 게 없었고, 사신후계자들이랑 노는 것도 그렇게 흥미를 끌진 않았다. 사신후계자니까 수련은 하지만, 그 단조로운 일상은 바뀔 수 없을 것 같았다. 낯선 이물감이 제 감각에 끼어들기 전에는.

 

'주술을 못 하는' 주술사라니 우스운 일이었다. 무술가도 아닌 게 몸을 그렇게 단련하고 있는데 참 못 써먹을 짓이라 생각했다. 중앙에 남아있도록 도와준 것은 저였지만, 어차피 끝까지 남아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현우는 백건에게 우스운 존재였다. 저가 굳이 손쓰지 않아도, 승천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비웃음과는 달리, 매일매일이 일정하게 흘러가는 현우의 삶이 기분나빴다. 차라리 그렇게 흘러가기만 했으면 좋을 것을, 접시 하나에 벌벌 떠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속에서 파괴적인 감정이 들끓었다.

 

일부러 시비를 걸고, 맞붙는다. 은찬은 백건을 보고 "현우 좀 작작 건드려라, 야. 누가 보면 너 현우한테 악감정 있는 줄 알겠어." 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진실인 줄은 은찬도 몰랐을 것이다. 백건은 이상하게 현우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가 사신 후계자라서? 아니다. 그런 단순한 이유라면 청가람이나 주은찬도 전부 싫었겠지.

쓸모없는 사신 후계자라서? 재주는 없어도 주은찬은 제 친구고, 부족한 재능 따위가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백건은 손가락을 바닥에 두드렸다. 톡 톡 하는 일정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일정함이 백건의 고민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 고민이 끝난 건 어느 날의 일 때문이었다. 심심해서 대청에 누워 게임을 했고, 현우는 TV를 보고 있었다. 문득 현우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공자, 저것은 무엇입니까? TV에선 시덥잖은 일 떄문에 남자와 여자가 실랑이를 하고 있었고, 여자는 남자에게 먹던 햄버거를 집어던지고 나갔다. 뜬금없이 짜증이 일었다.

 

"넌 진짜 아무것도 모르냐. 절에 처박혀 살았대도 너보단 잘 알았을걸."

"모르는 걸 어떡합니까."

"너희 집안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암것도 모르냐."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백건은 현우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거라고 짐작했지만 현우는 뒤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가벼운 침묵을 깬 건 백건이 게임에서 지며 요란한 소리가 나서였다. You Lose! 라는 화면이 백건의 눈을 어지럽혔다.

 

백건은 현우가 싫다.

재능이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백건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현우는 어딘가가 부족한 인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능력도 없는 후계자, 어딘가 음습한 집안. 백건은 제 분노를 납득했다. 그의 거부감은 혐오에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청가람이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식겁해서 때려잡아 치워버리는 것 마냥, 자신도 그런 감각을 현우에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우는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백건의 이름없는 혐오에 그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침묵이었다. 그 무기력한 대응이 오히려 백건의 화를 부추겼다. 백건은 짜증이 났다. 지상에 있는 생명체 하나라면 그러려니 납득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사신이다. 자신과 함께 하늘로 올라갈. 하지만 그 인간이이런 인간이면 안 됐다. 바퀴벌레처럼 음습하고 곪아터진 인간이면 안 됐다. 자신에게 어지러움을 주는 인간이면 안 됐다.

 

그래서 백건은 말했다.

 

"너만 없으면, 평화로울텐데."

 

그 날 갈린 말과 서늘한 분위기에 맞추어, 현우는 눈을 감았다. 백건의 어떠한 말이나 행동에도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 굴었던 이는 그 자잘한 한 마디에 산산히 깨진 유리처럼 부서져내렸다.

 

침묵으로 가득찬 방에, 남은 것은 잔잔한 TV소리뿐이었다. 백건은 방을 나갔고, 현우는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얼어붙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