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링은 모호합니다.
* 토도로키의 짝사랑입니다.
* 라미(@LAMI_sau) 님의 썰 위주로 써봤습니다.
* 중간중간 들어간 시는 이미나 시인의 '아이 러브 유'입니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 걸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고
우리가 정말 헤어지는구나 인정하기엔 아직 이르죠
이럴거면 왜 처음에 잘해주었냐고 원망하기엔
내가 누린 행복이 컸고
그 행복을 감사하기엔
지금 내게 닥친 불행이 너무 커요
토도로키는 어느 건물 앞에 섰다. 건물은 컸고, 사람은 득시글거렸다. 이 더운 여름에 결혼이라니, 대체 왜 그렇게 급하게 ... 따위의 목소리가 옆을 훑고 지나갔다. 토도로키는 문득 기억에 빠지는 저를 막지 않았다.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핑곗거리는,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았다. 왼손에 쥔 무언가를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러니까, 위험하잖아?'
미도리야의 목소리가 기억에서 새어나온다. 저를 붙들고 상담하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듯 작아졌다가, 흥분에 차 있었다가 끝에 가서는 기운을 잃고 스러졌었다.
'나는 히어로고.... 언제 다칠 지도 모르고.... 자신이 없어. 나 같은 거랑 결혼해주긴 할까...?'
No. 1 히어로라기엔 지나치게 숫기 없는 목소리였다. '나 같은 거' 라니, 그런 한심한 단어는 쓰지 않는 게 좋아. 너는 훌륭한 히어로고, 많은 사람이 너를 동경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토도로키는 미도리야를 달랬다. 하지만, 토도로키는 이 뒤에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아마 미도리야가 '듣고 싶어'했던 말을 해 주었을 뿐이리라 추측한다. 왜나하면, 미도리야의 표정은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밝아졌기 때문에. 조금씩 뺨이 달아올랐고, 끝에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알았어. 하고 돌아간 미도리야의 등은 언제나와 다르지 않게 넓었다. 나는 그 때 무슨 말을 했을까. 답을 찾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토도로키 군!"
"토도로키 군, 와 줬구나!" 각진 느낌의 남자가 토도로키의 등을 부드럽게 밀었다. "이이다." 토도로키가 그 이름을 불렀다. 등이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홀 안으로 들어왔다. 번쩍거리는 대리석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혼식장 답게 여기저기에 하얀 휘장이 걸렸다. 이름모를 꽃이 여기저기를 장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시끄러웠다.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이다의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 잘 들려서, 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별로,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
"어쨌든 미도리야의 결혼식에 올 수 있다니 다행이군! 인사하러 가지!"
"잠깐만, 난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갈 테니 먼저 가 있어."
"아, 그럼 먼저 실례하겠네!"
이이다가 사라진 홀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에 얼굴을 비춰 보다가, 토도로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살핀다. 남들이 보면 옷차림을 살피는 것 같겠지만 토도로키는 제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표정'을 꼼꼼히 살폈다. 주위 사람들이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나서야 토도로키는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나쁘지 않으니, 되었다. 이만하면
너를 봐도 되겠지.
그 각오를 하고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시계를 살폈을 때 오 분밖에 되지 않았다. 토도로키는 제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건... 그러니까,
질투다.
차라리 화장실 안에 있을 동안 시간이 훅 지나가버려, 결혼식이 끝나있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 꿈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왼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그냥 놓아버릴까, 하는 나쁜 마음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제 뜻대로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 마음도, 그리고 이것도.
처음 로비에 들어왔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지나치게 많다. 학교 동창 - 현 히어로들- 들의 익숙한 얼굴을 부러 외면하며 인파를 헤치고 어딘가로 들어간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입구에 쓰인 글씨가 눈에 밟힌다.
신랑 대기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네가,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고는 웃고 있다. 행복에 가득차서. 기쁨에 가득차서.
토도로키 군, 하면서 웃는 네 얼굴이 익숙했다. 몇 년을 히어로 생활로 굴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년 같은 느낌이 났다. 토도로키가 웃으며 미도리야에게로 다가간다. 이이다가 앗, 토도로키 군이 왔군. 그러면 난 신부 측에 가 보겠네. 이이다가 일어난 미도리야의 옆자리가 지나치게 텅 빈 것 같아, 토도로키가 발걸음을 재게 놀려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간다. 토도로키 군, 기다리고 있었어. 하면서 웃는 미도리야의 얼굴은 여전히,
너무
앳되어서.
토도로키가 준비해 온 꽃을 들어올렸다. 손에 들고 있던 부토니아는 흰 리시안셔스를 메인으로 백묘국이 주위를 휘감고 있는 특이한 모양새였다. 어울릴 지 잘 모르겠어. 토도로키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미도리야의 가슴에 부토니아를 달아주었다. 토도로키의 손끝이 섬세하게 미도리야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손님들을 맞다 보니 어느새인가 비뚤어진 타이도 정리하고, 긴장으로 뻣뻣한 어깨를 지나 약간 흐트러진 어깨선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가볍게 정돈하고 나니, 미도리야가 수줍게 웃었다.
"고마워, 토도로키 군."
"축하해, 미도리야."
"토도로키 군에겐 정말 다 고마워.... 그 때, 그렇게 말해줘서, 용기 내 봤는데...."
미도리야의 뺨이 토도로키의 얼굴 바로 옆에 있다. 토도로키는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하던 얼굴이다. 행복에 젖어, 기쁨에 겨워, 설렘에 가득 찬 그 얼굴.
아아, 사랑에 빠진 너는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지.
신부의 베일은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길었다. 신부 바로 옆에 선 미도리야의 가슴에선 흰 부토니에가 빛났다. 아니, 빛나는 건 네 얼굴이지. 결혼식은 신부가 빛나는 날이라던데, 신랑이 지나치게 빛나면 안 될텐데. 토도로키는 웃었다. 지나치게 기분이 좋았다.
눈물이 나지 않으니 울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울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엔 목구멍이 너무 아파요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이제 됐다.
너의 기억 속에서 나는 항상 웃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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